성숙된 행정력으로 신뢰회복이 최우선---사상 첫 전문행정관료 균형감각 기대
식품행정체계 개편 방향은 최대의 난제
식약청 역사상 처음으로 전문 행정관료가 청장으로 임명됐다. 신임 문창진 청장은 보건복지부에서 잔뼈가 굵은 전통 관료 출신이다. 창설 이래 지금까지 6명의 전임 청장들이 모두 대학교수 등 외부 전문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인사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식약청장 인사가 있을 때마다 이제는 전문 행정관료가 청장을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볼 때는 어쩌면 당연한 인사인지도 모른다. 식품행정체계 개편 방향은 최대의 난제
식약청은 98년 창설 이래 짧은 기간 동안 국민건강권 보호를 위해 적은 인력과 넉넉하지 못한 예산으로 많은 일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 받지 못하고, 그래서 칭찬 받지 못하는 기관이었다. 이유는 국민적 신뢰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원인은 미숙한 행정처리에 있었다. 신임 문 청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바와 같이 열 가지를 잘 하고도 한 가지 실수로 욕을 얻어먹는 꼴이었다. 만두파동, PPA성분감기약파동, 김치파동 등이 바로 대표적인 경우다.
따라서 문창진 신임 청장 체제가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성숙된 행정력으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으로 꼽히고 있다. 행정관료 출신을 신임 청장으로 발탁한 배경도, 문 청장에게 거는 기대도 바로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국민과 업계 및 다른 부처와의 관계, 그리고 식품과 의약품 관리 사이에서의 균형감 있는 행정력 발휘는 신임 청장에게 거는 가장 큰 기대라고 볼 수 있다.
문 청장은 자신의 청장 기용 배경을 아는 듯 취임사에서 “식약청의 고객은 소비자, 업계, 유관부처, 자치단체 등 다양한데다가 요구도 다르고 태도도 다르다”면서 “적극적인 사고와 업무태도로 이들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면 식약청은 존립기반을 상당 부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균형감각을 가진 행정력을 발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우리의 소득수준이 2만불이라면 소비자들의 식품안전 욕구는 3만불 수준, 공급자들의 안전의식은 1만불 수준”이라는 그의 상황 진단도 성숙한 행정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 청장 체제가 당장 풀어야 할 난제는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식품행정체계 개편 논란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는 것. 그의 능력 발휘에 따라 식품행정이 식약청 중심으로 확대 강화될 수도 있는 반면, 다른 부처로 이관되거나 새로운 전담부처가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관계 장관회의가 열린 바 있고 조만간 최종적인 정부 방침이 결정될 예정이어서 문 청장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만들고 있다.
특히 식품행정체계 개편에 관해서는 문 청장의 서울대 동기생인 이해찬 총리가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총리실에서는 그동안 식품안전관리와 의약품안전관리 업무를 분리하고, 식품안전관리는 총리 산하에 ‘식품안전관리처’를 신설, 전담케 하는 방향에 무게를 실어 온 터라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
김병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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