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실버파워' 외식업에서 보여준다.
어르신들 '실버파워' 외식업에서 보여준다.
  • 관리자
  • 승인 2009.06.1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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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음 타자는 ‘실버’다.

우리나라 인구구조가 급속도로 고령화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실버 층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말이다.

최근에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관광상품, 의료기기, 은행상품, 건강기능식품 등이 잇따라 출시되며 관련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외식산업에는 ‘실버’가 어느 정도까지 녹아 있을까.

이러한 궁금증으로 본지는 국내 외식업계에서 실버세대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실버 층이 종사원으로서 활동하는 모습은 어떤지 짚어봤다.
-실버를 위한 마케팅
실버층 위한 주점, 카페 '눈길'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실버 층을 향한 시선들이 뜨겁다.

각종 산업 군에서는 새로운 소비층으로 등장한 실버 층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이들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 소비시장이 전반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외식업계에서도 실버 층을 위해 마련된 장소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실버세대가 주요고객. 일자리 제공
서울시 종로구 낙원동에 있는 먹고갈래 지고갈래라는 주점은 특이하게 중ㆍ장년층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곳이다.

이곳의 사장인 임동수(69) 씨는 “실버 세대들이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매장을 오픈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버 세대들이 매장에 들어가면 반갑게 대하는 곳이 그리 많지 않을 뿐더러 젊은 세대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있는 곳은 가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매장은 오전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운영되는데 언제든지 와도 5천원 정도의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식사를 하는 사람에게는 커피도 무료로 제공된다. 보통 주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또한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매장에서는 색소폰 연주자와 무명가수가 연주와 노래를 하기 때문에 어른들의 향수를 한껏 자극한다.

이러한 덕분에 멀리 지방이나 해외에 있던 사람도 소문을 듣고 찾아올 정도이고 영화배우, 아나운서 등의 방문도 잦다고 한다. 매장 오픈 후 5년째 단골인 고객도 여럿이다.

또한 특이한 점은 종사원들도 대부분 나이대가 높다는 것이다. 가장 고령자는 70세의 김민수 씨로 서빙을 담당하고 있다.

임동수 사장은 설날, 추석 등에는 노인위안잔치를 열어, 고향에 못간 사람들을 위해 하루 종일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진해시 노인종합복지관이 운영하는 ‘마실터’는 만 60세 이상의 실버 층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카페다.

복지관 한 쪽에 마련된 이곳에서는 총 10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직접 음료도 만들고, 서빙을 하고 있는데, 마실터는 복지관을 방문하는 노년층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이 되고 있다. 가격도 1천~2천원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담당자의 설명이다.

아울러 마실터는 진해시의 한 아파트 상가에 2호점도 마련돼 노년층을 위한 일터와 사랑방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한 마포노인종합복지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아름다운 실버카페 샤이닝도 마실터와 비슷한 성격의 공간이다. 총 10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두 팀으로 나눠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일을 하고 있다.

큰 대로변에 있어서 동네주민들도 종종 찾지만 이곳의 주요 고객층은 복지관을 이용하는 노년층이다.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실시한 사업이 노년층에 또 다른 휴식 공간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외식업체 , 실버마케팅 아직 미미
하지만 이처럼 실버 층을 위한 공간이 현재 외식업계 전반적으로 형성돼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아직까지는 수준미달이라고 할 수 있다. 실버를 위한 장소는 앞에서 보듯이 개인이나 지역의 복지관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대부분이고 그나마도 사례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외식산업의 가장 큰 축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들의 활약은 아직 부진하다.

업체들은 실버 층을 겨냥한 메뉴를 출시하거나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단발적인 이벤트 성격을 띠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노년층을 겨냥한 메뉴로 눈길을 끌었던 루825의 ‘묵은지 파스타’는 프로모션 메뉴로 지금은 판매가 중단됐으며 파스타 전문점 스파게띠아에서 출시한 ‘고추장 만조 스파게티’는 현재까지 판매되고 있기는 하나 실버 층 보다는 색다른 맛을 원하는 젊은 세대를 위해 선보인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 2007년 양천구와 함께 실버세대를 위한 음식전시회를 진행하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 ‘항산화에 좋은 음식’,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하는 음식’, ‘웰빙 간식’ 등 4가지 테마로 나눠 각각의 테마에 따라 8~9개의 메뉴를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이 때 선보인 메뉴 중 지금까지 이용되고 있는 메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버 층을 겨냥한 배달사업도 시도된 적이 있었다.

빙그레는 지난 2008년 일본 X-vinn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버 층을 대상으로 한 식사 배달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진행상황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업체 뿐만 아니라 지난 2007년 대구 수성구에서는 노인전문음식점을 추진한 바 있는데 이는 현재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인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현재는 노인층을 대상으로 주문금액의 10~20%정도를 할인해 주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관계자는 “수익성도 없고 어르신들만 좋아하는 음식을 만드는 것도 힘들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그나마 CJ푸드빌의 씨푸드오션이 지난 3~4월 ‘스마일삼대 캠페인’을 통해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와 함께 씨푸드오션을 방문한 3인 이상의 가족을 대상으로 할머니, 할아버지의 식사 금액을 50% 할인해 주고 3대 가족이 함께 찍은 사진을 홈페이지에 등록하면 추첨을 통해 씨푸드오션 식사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방문 고객들을 분석해 본 결과, 씨푸드오션에 방문하는 노년층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에 부담 없는 가격으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이번 캠페인에 대한 반응이 좋아 이벤트를 6월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같이 국내 외식산업에서 실버들을 위한 마케팅이 적극적으로 마련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실버 층이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해도 기업형 브랜드의 경우 아직까지는 2030층이 주요 타깃이라 이곳에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틈새시장이긴 하지만 적극적으로 투자하기에는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아직까지는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앞으로는 실버세대가 소비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업체들은 이에 대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승희 기자 han@foodbank.co.kr



-‘실버에 의한’ 외식업, 현 주소는?
극소수 외식업체에서만 주부‧실버 아르바이트 채용

우리 사회가 이미 고령화 사회가 되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고령화 사회로 인해 새롭게 등장하게 된 사회적 문제 중 하나가 노인 취업난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총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 7% 이상)’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2008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021만8천여명(전체 인구의 10.3%)으로 10명 중 1명에 달했다.

통계청은 오는 2018년에는 ‘고령사회(14% 이상)',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20% 이상)’로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인구구조 급변에 맞춰 몇몇 외식업체들은 취업 사각지대에 놓인 주부‧고령자들을 위한 일자리를 마련해 왔다.

그러나 주부‧실버 고용에 대한 문제인식이 부족한 외식업계 현실에서 고령 인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가 과제로 남아있었다.

이에 업체들은 주부‧실버 고용 시 생길 수 있는 직원들 간의 팀워크 문제,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패스트푸드점이나 패밀리레스토랑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 주부‧실버 사원의 응대를 불편해하는 소비자, 그리고 업무의 비효율성 등을 이유로 꼽으며 주부‧실버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질 않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20~30대의 젊은 점장이나 매니저들은 연령이 높거나 부모 뻘 되는 사원에게 일을 지시하는 것에 대해 어려워한다”며 “또한 주문‧조리 시 신속해야 되는 패스트푸드점이나, 무거운 서빙트레이를 들고 홀 서빙을 해야 하는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주부‧실버 사원들이 할 수 있는 직무를 찾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외식업계에서 주부‧실버를 채용하는 경우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맥도날드, 80여명 고령 사원 근무

1988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이면서부터 주부‧실버 채용을 실시해 온 맥도날드는 2000년을 전후로 주부‧실버 채용 비중을 적극 확대하고 나섰다.

지난 2002년 고령자 사원(50세 이상)이 30명이었던 맥도날드는 현재 80여명의 고령자 사원이 80개 매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중 최고령 사원은 2003년에 입사해 6년째 근무하고 있는 80세 할아버지다. 또한 주부사원은 2002년 320여명에서 180여명 늘어난 500여명으로 추정된다.

특히 고령자 사원은 매장 내 로비 서비스나 청소 등 노동 강도가 낮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근무시간과 시간대는 평균 1주일에 2~3일, 하루 2~3시간 등 자신의 생활에 맞게 구성할 수 있다.

주부‧실버 채용은 서울 지역의 매장이 80~9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경기, 울산, 남천, 제주도 지역의 매장에도 분포돼 있다.

8년째 아르바이트로 근무 중인 78세 고령자 사원은 실버채용박람회를 통해 맥도날드 아셈점에서 근무하게 됐다.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1주일 중 5~6일을 홀정리 같이 주로 노동 강도가 낮은 업무를 맡고 있다.

이밖에도 아셈점에는 평균 8~9년차인 주부사원 5명이 주방 및 카운터 업무를 하고 있다.

맥도날드 아셈점 박성용 매니저는 “주부‧실버 아르바이트생들은 젊은 층의 아르바이트생들에 비해 오랜 기간 근무를 해 일이 능숙하고 성실한 편”이며 “소비자들의 반응도 호의적으로 이들과 친분을 쌓는 단골고객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롯데리아, '마더메이트' 연령대별 총 153명

롯데리아는 지난 2000년 말부터 주부 사원을 상시 채용하고 있으며 ‘엄마가 친구처럼 도와준다’는 의미로 주부 사원을 ‘마더메이트’라고 부른다.

매장 내 주부사원은 30대 135명, 40대 13명, 50대 4명, 60대 1명 등 총 153명으로, 주문, 제품조리, 위생 관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롯데리아 측은 “가사 일에 익숙한 주부사원은 제품 조리 및 점포 위생환경 유지 등에 있어서 습득력이 빠르며 능숙해 업무 적응기간이 짧은 것이 장점”이며 “그러나 일반직원들의 분포에 있어 20~30대 비율이 높은 만큼 사원간의 적응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도 있다”고 말했다.


-버거킹, 현재 40대 주부사원 전체 사원 중 약 8% 차지

버거킹은 1984년 론칭을 기점으로 40대 이상의 주부사원을 채용하고 있다.

현재 주부사원은 전체 사원 중 약 8%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장당 약 1.5~5명 정도로 이들 중 40대 주부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주부사원의 주 근무시간은 오전에서 이른 오후로, 주방 및 카운터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한 주부사원은 “용돈도 벌고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어 일에 대한 만족감이 높은 편”이라며 “자식들이 그만두라고 만류하지만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업계관계자는 “외식업계의 주부‧실버 고용률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며 “미국, 일본 등 외국의 추세를 보더라도 앞으로 고령자와 주부들의 비중을 점차 늘려 나가야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업체들은 고령 인력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직무에 이들이 배치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쏟아야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에서는 외식업계의 인력난을 노인 인력으로 해결한 성공적인 사례도 있다.

일본의 수제버거 브랜드 ‘모스버거’에서는 노인인력 활용에 성공한 경우로 다른 업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길보민 기자 g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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