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시장을 내주고 제조업 등 다른 분야에서 이득을 취하는 셈이다. 다만 한국-미국 FTA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협상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 농산물 분야
한-EU FTA 농산물 분야의 최대 관심 품목은 돼지고기였다. 지금도 EU에서 수입하는 농산물 중 돼지고기 비중이 24.4%(2008년 기준.4억832만달러)에 달한다. 그중 냉동삼겹살이 2억8천만달러다.
냉동삼겹살(관세율 25%)과 냉장삼겹살(22.5%)은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장기 관세 폐지 품목으로 돌려 국내 농가의 충격을 상대적으로 완화한 셈이다.
또 냉장삼겹살, 목살의 경우 수입이 급증할 때 '농산물 세이프가드(ASG)'를 설정해 관세를 인상할 수 있도록 했다.
ASG란 농산물 수입이 급증해 연도별로 미리 정해놓은 물량 이상이 수입될 경우 초과분에 대해 양허 이전 수준의 고관세를 물리는 제도다. ASG 대상 품목은 냉장삼겹살 외에도 보리(맥주맥.맥아), 감자전분, 변성전분, 사과, 인삼, 쇠고기, 발효주정, 설탕 등 모두 9개다.
돼지고기 다음으로 수입이 많은 스카치위스키(20%)는 3년 뒤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수입액 4위인 포도주(15%)는 FTA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된다.
수입액 3위인 낙농.유제품은 양허 기간을 10년 이상으로 장기화하는 대신 무관세로 의무 수입해야하는 무관세 물량(TRQ)을 설정했다. TRQ는 매년 3%씩 복리 방식으로 관세 폐지 때까지 증가하게 된다.
혼합분유(36%)는 10년, 탈.전지(176%)분유와 연유(89%)는 현행 관세를 유지하되 TRQ를 FTA 발효 첫 해 1천t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치즈(36%)는 15년(체다 치즈는 10년)에 걸쳐 폐지하면서 TRQ 4천560t을 뒀고 버터(89%)는 10년 뒤 폐지하면서 TRQ를 250t으로 정했다.
유장(49.5%)도 10년 뒤 폐지에 TRQ 3천350t으로 했다.
사과, 배, 오렌지는 한-미 FTA와 같은 수준으로 합의했다. 특히 오렌지(50%), 포도(45%) 등은 같은 북반구에 속해 생산.유통 기간이 비슷한 점을 감안해 우리 측 출하기 땐 현행 관세를 유지하거나 장기간에 걸쳐 관세를 감축하기로 했다.
쌀은 양허 대상에서 제외했다. 고추, 마늘, 양파, 대두, 보리, 감자, 인삼, 제주산 감귤(온주 밀감), 흑설탕 등 9개 주요 품목은 현행 관세를 유지한다. 이들 10개 품목이 국내 농업 생산에서의 비중은 33.5%에 달한다. 쌀만 제외시켰던 한-미 FTA보다 진전된 성과라는 평가다.
2006∼2008년 수입액을 기준으로 19.3%가 FTA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되고 69.4%가 9년 이내에 폐지된다. 30.2%는 10년 이상 장기에 걸쳐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EU는 대부분의 농산물 관세를 5년 이내에 폐지하기로 했다. 주요 수출 품목인 라면, 면류, 비스킷, 간장, 난초, 음료 등은 즉시 폐지 품목으로 분류됐다.
◇ 수산물 분야
수산물 쪽에선 냉동오징어(24%), 냉동민어(57%), 냉동명태(30%)는 현행 관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냉동고등어(10%.12년), 냉동볼락(10%.10년) 등은 양허 기간을 10년 이상으로 정했고 골뱅이는 5년에 걸쳐 폐지하기로 했다.
반대로 우리 쪽 주요 수출품인 다랑어류(20∼22%), 오징어(6%), 조제 수산물(22%)는 3년 이내에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 농수산물 원산지
신선 농산물은 제3국산(産)의 우회 수입을 막기 위해 '완전생산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쉽게 말해 그 나라에서 태어나 재배.사육된 것만 그 나라 제품으로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예컨대 채소, 과일, 화훼 등은 당사국이나 EU 역내에서 재배해 수확한 작물만, 축산물도 역내에서 출생해 사육한 경우만 원산지 특혜관세를 인정해주기로 했다.
라면, 비스킷, 장류, 생선묵 등 가공 농수산물은 이보다 기준을 완화해 제3국산 원료를 썼더라도 그 나라 제품으로 인정한다. 가공 과정에서 변형이 많이 돼 세 번 분류가 바뀌었거나 가공 과정에서 부가가치가 더 많이 창출된 경우가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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