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프랑코 로톤디 개혁실행부 장관은 23일 "점심을 길게, 많이 먹는 것이 전국적으로 일정 시간 업무 중단을 가져와 퇴근 시간을 늦추고 비만을 초래한다"며 이러한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유럽국가의 많은 근로자들이 사무실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간단히 때우는 반면 이탈리아인들은 여전히 뷔페레스토랑이나 구내식당에서 최상급의 식사를 즐긴다. 파스타, 육류, 야채, 과일, 커피로 이어지는 점심식사는 1시간이 넘는 경우가 많다.
로톤디 장관의 발언이 전해지자 이탈리아 전역에서 항의가 빗발쳤다.
신문에 풍자만화가 실리는가 하면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영양학자들도 점심을 거르는 것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공산당 간부 지아니 파글리아리니는 일간 라스탐파에서 "로톤디가 언제 일 하기나 했나?"라고 비꼬았으며 500만이 가입해있는 이탈리아 최대 노조 CGIL의 미첼레 젠틸레 위원장은 로톤디 장관의 제안을 "노동자 권리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했다.
젠틸레 위원장은 "점심시간은 오랜 기간 지켜온 노동자들의 권리"라며 "근로시간을 늘리거나 생산성을 높이려는 음모가 있다면 우리는 이에 반대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CGIL의 카를로 포다는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서 "그렇다면 잠자는 시간은 왜 그냥 두는가"라고 반문했다.
영양학자들은 점심을 거르는 것이 건강과 생산성 향상 모두에 잠재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쥬세페 파타티 이탈리아 임상영양협회 회장은 "식사는 우리의 생체리듬에 맞춰져 있는데 공복이 장시간 지속되면 이 메커니즘이 중단된다"고 말하고 "두뇌활동을 계속하고 집중력과 생산성을 유지하려면 '연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양학자 피에트로 미글리아치노는 "이탈리아인들은 이미 아침을 매우 가볍게 먹거나 거르는 경우가 많다"며 "점심까지 건너뛴다면 오후에 혈당 수치가 떨어져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식품생산자협회 콜디레티는 조사 결과 이탈리아인 약 44%가 점심을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먹고 약 36%는 구내식당을 찾으며 10% 이하가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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