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업계, 전문인력 양성프로그램 ‘갈 길 멀다’
커피업계, 전문인력 양성프로그램 ‘갈 길 멀다’
  • 관리자
  • 승인 2010.01.12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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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 남발·시험 난이도 낮아 … 효용성 의문
바리스타科 교수 전문성 결여, 열악한 교육환경
에스프레소 커피 업계의 성장에 따라 해당 직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목받는 직업 중 하나가 바로 바리스타(barista)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바리스타가 인기를 끌며 사회에서 인지도를 형성하자 학교를 비롯해 자격증을 주관하는 단체도 시대의 흐름에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학교 내 바리스타과는 4~5년 전부터 생기기 시작하더니 3년 전부터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07년에는 학교가 40개였던 데에서 2009년에는 160개로 늘어났다. 이와 함께 2005년부터 생겨난 자격증 제도도 2005년 1회 합격자 114명, 2회 286명, 3회 552명, 4회 845명…8회, 2569명, 9회 4061명으로 매회 두 배씩 합격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바리스타 자격증과 바리스타과의 효용성 여부에 대해 짚어보기로 했다.


◎ 바리스타 자격증 … 취업 혜택 등 효용성 강화

바리스타 자격증은 한국커피교육협의회 주관 하에 지난 2005년부터 매년 상·하반기 2회의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2010년 현재까지 총 9회를 실시, 약 1만4천여명의 바리스타 자격증 소지자를 배출했다. 시험은 1차 필기와 2차 실기로 이뤄지며 필기는 커피학개론(30문항), 커피추출(15문항), 로스팅 및 향기평가(15문항) 등 총 60문항이 출제돼 70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한다.

실기시험은 필기시험 후 3~4개월 후에 실시하며 1차 합격자에 한해 2년간 실기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실기시험은 사전 준비 자세, 에스프레소 만들기, 카푸치노 만들기, 서비스 기술 등을 평가하는데 기술 평가와 감각평가로 구분해 2명의 평가자가 1명의 수험생을 평가하게 된다. 최종 합격자는 바리스타 2급 자격이 주어지며 1급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바리스타 자격증의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바리스타라는 새로운 직업군을 양성하며 커피문화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대표를 선발해 WBC(세계바리스타챔피언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두는 등 한국 바리스타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는 호평도 듣고 있다.

또한 시험 평가에 있어서도 공신력을 확보하고 있다. 2007년부터 수작업으로 채점하던 방식에서 전산화시스템으로 교체하며 온라인 시험 접수와 함께 필기시험 채점도 전산으로 처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험 평가자 선정에 있어서도 1차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시간 연수를 받은 후 최종 심사위원을 선정함으로써 평가자의 전문성을 입증하고 있다.
반면 자격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바리스타 배출 인원 및 시험 난이도, 사후관리의 문제다.

회가 거듭될수록 합격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해 협의회는 올해까지 약2만 여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통 1차 시험 합격률은 75~80%, 2차 시험은 80~90%로 응사자의 대부분이 크게 어렵지 않게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기본적인 커피 능력만을 평가하는 시험의 난이도는 90%에 이르는 합격률을 기록하면서 자격증의 효용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분석이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한 업계 관계자는 “커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매장을 조금이라도 운영을 해봤던 사람이라면 쉽게 취득할 수 있는 난이도”라며 “커피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일지 몰라도 배출되는 인원이 많기 때문에 자격증에 대한 메리트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업체 측은 채용 시 자격증을 인정하지 않는 편이며 업무 평가나 승진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이 취업으로 연결되는 비율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기 위해서 반드시 바리스타 자격증 소지자를 고용해야 하는 것이 아닐 뿐 더러 기업에서는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을 교육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리스타 기술이 일반 커피프랜차이즈보다 요구되는 가배두림, 전광수커피 등 핸드드립커피전문점에서조차 자체 교육 프로그램 과정을 거친 뒤 매장에 배치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협의회 관계자는 “취업이라는 근시안적인 시각보다는 이제 성장기에 접어든 에스프레소 커피 시장에 수준 높은 커피 문화를 정착시켜 바리스타를 직업군으로 인정받고 동시에 채용을 확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향후 바리스타 자격증 소지자 혹은 바리스타과 학생 대상으로 고용 지원을 해주는 ‘바리스타 잡(job)페스티벌’을 추진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사후관리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회원사(대학, 평생교육원, 사설아카데미 등) 및 관련기관(산업체, 커피숍 등)에 바리스타 자격증 소지자 각 1명 채용을 의무화시킬 계획이며, 자격증 소지자가 회원 학교에 지원 시 가산점을 주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자격증 취득 후 지속적인 보수 교육을 할 수 있는 시스템도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바리스타 양성 기관에 대한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현재 협의회에서 주관하는 바리스타 자격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협의회 회원사로 가입돼있는 159개 기관에서 36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거나 커피관련 산업체에서 1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 대학에서 커피학 관련 교과목(주당3시간이상 15주이상) 및 로스팅 또는 추출에 관련된 교과목(주당4시간이상 15주이상)을 이수한 자, 평생교육원에서 총 36시간 이상을 이수한 자도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응시자의 70~80% 이상이 사설 아카데미 수료자인데 비해 회비를 내고 회원사로 등록된 기관에 한해 시험 응시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이다.

이에 협의회 측은 “현재 국내에 커피를 교육하는 아카데미 중 협의회 회원으로 가입되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며 “대부분의 교육생이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향후 협의회는 바리스타를 국가 공인 자격증으로 만들어 공신력을 강화하고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등 고용창출 확대에 힘 쓸 계획이다.
◎ 바리스타과 … 양질의 교육 선행

에스프레소 커피 시장이 성장하면서 커피교육을 하는 바리스타과도 전국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교육부 인가를 받고 있는 2~3년제 전문대와 노동부 인가의 학점은행제 교육기관인 전문학교 그리고 대학부설 교육기관인 평생교육원 등 많은 곳에서 바리스타 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며 바리스타과가 있는 학교 수는 20여개이다.

최초 바리스타과가 생긴 나주대학을 포함해 백석예술대학, 부산여자대학 등 총 8개 전문대에서는 커피 관련 교과목 15학점(5과목) 이상을 이수하고 있으며 나머지 학교들은 9학점(3과목)이상 이수한다.

1천여명이 재학중인 바리스타과의 대표적인 커리큘럼으로는 커피학개론, 라떼아트실습, 커피배전, 카페메뉴관리, 에스프레소실습, 커피향미평가, 커피추출, 푸드스타일링 및 테이블 코디네이션, 외식산업창업 및 경영 등이 있다.

졸업 후에는 국내외 특급호텔 식음료부, 커피전문점 취업 및 창업, 커피관련 기계·유통·관리업체, 대형 커피제조업체 등의 방향으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

전 세계 중 유일하게 바리스타과가 개설되며 에스프레소 커피 역사가 짧은 나라에서 이뤄내기 힘든 성과일 정도로 빠른 시간 내에 교육인프라를 구축했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는 말처럼 곳곳에서 바리스타과에 대한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강사진의 전문성이다. 대부분의 학교는 전임교수보단 외부강사로 구성돼있는데 이는 최소 석사 졸업 이상자나 커피업종의 10년 이상 경력자를 쉽게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인천문예전문학교의 커피바리스타과 이동진 교수는 “전문 강사진이 부족한 문제를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아직 국내 에스프레소커피 시장의 역사가 짧기 때문”이라며 “현직 교수들은 스스로 더 연구하고 공부하며 스팩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는 실습도구, 로스팅 기계 등 교육시설을 포함한 열악한 교육 환경과 교육 내용의 수준을 꼽을수 있다.

현재 몇몇의 바리스타과에서는 시설 부족으로 사설기관을 이용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2008년 10여명의 학생들이 전부였던 바리스타과의 정원이 2009년에는 60명으로 늘어났으며 올해에는 80명이 지원해 클래스도 늘렸다”며 “바리스타과를 지원하는 학생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학생들이 교수진, 학교 시설의 환경 등을 알아보고 학교를 지원하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시설 확충과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기존의 커피 관련 과목에서 커뮤니케이션, 예술, 문화, 교양, 상식, 언어, 서비스 교육 등의 내용을 다루는 과목도 확충해 단순히 커피를 만드는 스킬이 아닌 커피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 바리스타를 양성하는 것이 바리스타과의 목표”라고 전했다.

에스프레소 커피 업계의 성장과 고급커피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바리스타과를 비롯해 바리스타 자격증, 사설 아카데미 등 교육기관 및 제도가 우후죽순 늘어나 잠시 일어나는 붐이 아니냐는 의문들이 증폭되고 있다.

전문 인력을 양성함으로써 해당 업계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동시에 고용 창출을 유도하겠다는 당초 의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바리스타나 바리스타과를 늘리기보다는 전문성을 갖춘 강사진과 체계화된 교육 프로그램 도입 등 양질의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일시적인 붐에 그치지 않고 롱런할 수 있는 교육 제도를 마련해 우리나라가 최대 교육 인프라를 가진 커피강국으로 성장해 나가길 기대해본다.


길보민 기자 gbm@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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