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현장탐방>유기농 아스파라거스 생산 농장 ‘우보농산’
<식자재현장탐방>유기농 아스파라거스 생산 농장 ‘우보농산’
  • 관리자
  • 승인 2010.04.16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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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한 소걸음처럼 아스파라거스 농사는 인내죠”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구성포리. 이곳에는 국내 최초의 유기농 아스파라거스 생산 농장인 ‘우보농산’이 있다. 우보농산은 아스파라거스 전도사로 불리는 설동준 사장이 약 20여년 동안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사)한국아스파라거스생산자협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국내 농가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그동안 쌓은 재배 노하우를 끊임없이 전수해주며 아스파라거스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우보농산의 ‘우보(牛步)’는 소의 걸음이란 뜻으로 설 사장의 좌우명인 ‘우보천리 대기만성(牛步千里 大器晩成)’에서 따온 것이다. 우보천리 대기만성은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이 천천히 우직하게 한 길을 걷다보면 결국은 성공한다는 뜻이란다. 심고 나서 제대로 수확하기 까지 5년 정도가 걸리는 아스파라거스의 성격과도 꼭 닮은 이름이다.

이제 막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봄의 어느 날 보기만 해도 아스파라거스의 싱그러움이 그대로 전달될 것만 같은 우보농산을 방문해 봤다.
무역업에서 농사꾼으로

넉넉한 농사꾼의 미소를 띤 설 사장의 첫 마디는 어김없이 아스파라거스에 대한 자랑으로 시작됐다.

설 사장은 “들어보니 아스파라거스 원물이나 분말가루를 약으로 처방하는 한의사도 있다고 하더라”며 “처방전을 가지고 우리 사무실로 연락하는 고객들 때문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스파라거스는 통풍, 피로회복, 혈압 등 각종 질병에 효과가 좋다고 한다. 비타민C, B1, B2, 칼슘, 인, 칼륨 등 무기질이 풍부하고 인체에 유익한 각종 영양소의 공급원으로 신진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아스파라거스라고.

대표적인 숙취해소 물질인 ‘아스파라긴산’이 많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콩나물보다 아스파라긴산의 양도 훨씬 많다. 아스파라거스 한 촉에 들어있는 아스파라긴산의 양은 4㎏의 콩나물에 들어있는 것과 같다고.

사실 처음부터 설 사장이 아스파라거스 농사를 지은 것은 아니었다. 일본, 동남아 등을 돌며 무역업을 하던 설 사장은 우연히 일본에서 친구가 권한 데친 아스파라거스를 먹어보고 순식간에 그 매력에 빠지게 됐단다. “아스파라거스를 먹어보니 특유의 장돌뱅이 기질이 발동하지 뭡니까.” 설 사장은 한국에서도 아스파라거스가 재배된다면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 일본에서 재배기술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그 후 설 사장은 재배기술을 보급하려는 큰 꿈을 가지고 국내에 들어와 여러 농가들을 만나 아스파라거스를 소개하고, 농사를 지어보라고 권유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당신이나 해봐라’는 냉대뿐이었다고.

이것이 바로 설 사장을 무역업자에서 ‘농사꾼’으로 변신시키는 원인이 됐다. 설 사장은 “아스파라거스에 대해 사람들이 너무 모르다 보니 쉽사리 뛰어들려고 하지 않았다”며 “‘그래 좋다, 나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아스파라거스 농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에 아스파라거스 씨앗을 처음 뿌리다

그가 아스파라거스를 재배할 초기만 해도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시장이다 보니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는 애용되는 채소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 못해 소비시장도 불안정하고, 유통과정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수입산 아스파라거스가 판치다보니 판로가 막혀 애써 농사지은 것을 팔아보지도 못하고 버려야 하는 아픔도 겪었다.

또한 아스파라거스를 재배하는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설 사장은 “아스파라거스는 다른 농작물과 같이 1년안에 승부가 나는 농산물이 아니라 재배기간이 길다보니 그 기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도중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함께하는 사람이 많아야 더 탄력을 받을 텐데 처음에는 그렇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직함을 내세운 설 사장은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농사 시작 후 16년 동안을 농장 바로 옆에 작은 컨테이너 하나만 갖다 놓고 생활하는 것은 물론 밤이나 낮이나 아스파라거스를 돌보며 본인의 인생을 몽땅 걸은 것.

그가 재배하는 아스파라거스가 유기농이라는 사실은 소비자들의 더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설 사장은 “필리핀, 태국 등의 아열대 지역은 비만 오면 병충해 피해를 막기 위해 수시로 농약을 쳐야 한다”며 “하지만 우보농산에서 생산하는 아스파라거스는 비를 맞지 않게 하기 위해 비닐하우스 안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병해충에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온실에서 재배했기 때문에 맛과 품질이 월등하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아직까지 우리 식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채소는 아니지만 설 사장은 국내 아스파라거스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최근 인지도가 늘어 일반 가정에서도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 일뿐만 아니라 수출 효자 작물로서의 기대도 크기 때문이다. 설 사장은 지난해 자신이 재배한 아스파라거스를 일본에 수출하는 기쁨을 맛봤다. 국내시장에 아스파라거스를 전파하더니 이제는 수출 선봉장이 돼 한국의 아스파라거스를 세계에 알리는 전도사가 된 것이다.
아스파라냉면~엔다이브. 휀넬 등 다양

설 사장은 가공식품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어 아스파라거스로 만든 ‘아스파라냉면’도 생산하고 있다. 이미 일본과는 수출계약도 마쳤고 곧 국내 판매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아스파라냉면의 면은 아스파라거스 고유의 색을 그대로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설 사장은 “다른 것을 첨가해서 색을 내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아스파라거스만을 이용해 비취색을 만들어 낸다”고 설명했다. 급속 동결건조공법으로 건조한 분말과 즙을 이용해 만드는 것이 비결이다. 냉면 육수도 아스파라거스를 이용해 만든다.

여기에 더해 아스파라거스와 돼지갈비를 함께 숙성시켜 만든 ‘아스파라갈비’도 판매하고 있다. 육류와 음식궁합이 잘 맞는 아스파라거스를 이용해 돼지의 잡냄새를 없애고 육질을 보다 부드럽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이처럼 우보농산 하면 아스파라거스가 대표적인 작물이지만 이것뿐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아스파라거스에 멈출 그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우보농산에는 ‘엔다이브’, ‘휀넬’, ‘아티초크’, ‘샐러리악’ 등 아스파라거스만큼이나 이름부터 이색적인 작물들이 한 가득이다.

엔다이브는 엔디브, 치커리라고도 한다. 원산지인 유럽에서는 우리나라의 배추처럼 많이 먹고 있다. 약간 쌉쌀한 맛으로 샐러드 등에 쓰이고 한국식으로 겉절이를 해서 고기를 구워먹을 때 함께 먹으면 그 맛이 더욱 풍부해 진다고 설 사장은 설명했다. 버터에 볶아 먹어도 좋단다.

그 동안은 유럽에서 수입을 했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 호텔이나 고급레스토랑에서만 사용했는데 이제 우보농산에서도 생산 체계를 갖춰 국내 기술로 생산 할 수 있게 됐다.

휀넬은 약용, 향신료, 차, 채소용으로 많이 이용되는 허브로 향긋하고 상큼한 맛이 식욕을 돋우고 소화를 잘되게 한다. 샐러드, 녹즙, 드레싱소스, 빵, 카레, 피클 등 다양하게 요리에 이용할 수 있으며 생으로 먹어도 좋다.

아티초크는 브로콜리처럼 꽃봉오리를 식용으로 하는 채소다. 싸이나린이라는 성분이 함유돼 있어 몸에도 이롭단다. 아티초크의 꽃봉오리는 파인애플껍질처럼 생겼다. 샐러리악은 담백하고 은은한 향이 좋아 샐러드나 수프에 이용하거나 생선의 비린내를 제거하는데 좋은 작물이다.

녹즙시장도 본격적으로 공략할 것

현재 우보농산의 사업은 원물재배와 냉면생산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지만 앞으로는 한 가지 사업이 더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바로 녹즙사업이다. 설 사장은 아스파라거스를 이용한 녹즙을 만들 계획이다.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는 녹즙처럼 냉동 상태의 제품을 유통시킨다는 것이 그의 생각.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녹즙의 대부분은 냉장상태에서 유통되고 있으나 우편 배송 등을 하다보면 제품이 변질되거나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이에 설 사장은 원하는 만큼 녹이기만 하면 쉽게 먹을 수 있도록 냉동시킨 녹즙을 공급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아스파라거스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싶다는 꿈도 가지고 있다. 현재 한국의 아스파라거스 재배면적은 약 50ha정도. 설 사장은 “고가에 속하는 아스파라거스를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농장 확보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설 사장은 처음 아스파라거스 농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일반 소비자들은 ‘아스파라거스가 뭐야?’라고 했다고 한다. 현재는 ‘아! 몸에 좋은 거’라고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단다. 아스파라거스에 대해 자세하게 알지는 못하더라도 좋다고 인식하는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고 활짝 웃는다. 언젠가는 국내 소비자들이 아스파라거스를 일반 쌈채소 만큼 친근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할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여년간 척박한 시장을 개척해 온 그의 굳건한 의지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한승희 기자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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