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작아지고 얇아졌다
피자, 작아지고 얇아졌다
  • 신원철
  • 승인 2010.10.2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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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다 품질 중시하는 소비패턴 영향…식사 아닌 디저트 개념 도입
▶ 피자헛의 더스페셜 갈릭토마토 피자.
피자 업계의 신메뉴 개발 정책이 올해를 기점으로 크게 달라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동안 피자 업계는 한판에 성인 3~4명이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라지 크기 피자를 주력제품으로 삼았지만 앞으로는 식사용보다는 디저트, 간식 등으로 즐길 수 있는 크기가 작고, 두께가 얇은 피자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움직임은 피자헛이 올해 ‘더스페셜 시리즈’를 출시하며 본격화되고 있다. 피자헛의 더스페셜 시리즈는 지난 4월 출시 후 3개월 만에 전국에서 100만 판이 팔리며 히트상품이 됐다.

이 피자의 특징은 수십년간 피자헛이 고수해온 도우가 두꺼운 스크린피자가 아닌 얇고 크기가 작은 피자라는 점이다. 판매 가격도 한판에 15900원, 두 판을 주문하면 2만5000원으로 기존 피자 한판이 3만원을 웃돈 점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토핑의 수를 3~4가지로 확 줄였고 육류의 비중도 기존보다 낮춘 점이다.

도미노피자는 9월 ‘유러피안 더블골드 피자’를 출시하며 얇은 피자 대열에 합류했다. 더블골드 피자는 체다ㆍ에멘탈ㆍ모짜렐라ㆍ까망베르 등 4가지 치즈가 들어가지만 파인애플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토핑이 거의 없다.

피자헛과 마찬가지로 핵심 토핑 몇 가지로 간결한 피자 맛을 내고 있다. 가격은 라지 한판에 2만9900원, 미디엄 한판에 2만4500원으로 피자헛만큼은 아니지만 가격을 3만원 이하로 떨어뜨렸다.

도미노피자는 여기에 더해 최근 피자, 스파게티, 샐러드, 비타민음료수 등으로 구성된 ‘굿초이스 세트’도 내놨다.

더블골드 피자가 크기를 줄였다면 굿초이스 세트는 열량을 줄이는 데 역점을 뒀다. 한 사람당 피자 두 조각을 먹는다고 봤을 때 샐러드와 음료수까지 해도 326㎉로 성인 여성의 한 끼 권장 열량인 667㎉의 절반 수준이다.
▶ 피자에땅의 곤졸라피자.
피자에땅은 ‘맛있어서 모자랄까봐!’라는 슬로건을 내건 곤졸라피자로 토종 브랜드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곤졸라피자는 피자소스, 치즈, 체다치즈, 고르곤졸라치즈, 피칸테 등의 몇 가지 식재료로만 토핑해 담백한 맛이 강점이다.

피자에땅은 또한 세계피자 개발에도 나섰다. 2년 내에 미국식 피자가 아닌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다양한 나라의 개성이 강한 대표 식재료를 쓴 피자 시리즈를 출시한다는 것.

세계피자는 두꺼운 팬도우, 중심으로 갈수록 얇아지는 스크린도우, 유럽식 피자에 가까운 얇은 피타도우 등 피자에땅이 운영하는 3종의 도우와 만나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두꺼운 미국식 버리고 날렵한 이탈리아식 선택

피자 업체들이 최근 내놓고 있는 신메뉴의 공통점은 두껍고 토핑이 많은 미국식 피자를 탈피하고 얇고 토핑의 가짓수가 적지만 식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최대한 살리는 이탈리아식 피자에 가깝다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나타나고 있는 신메뉴 정책의 변화에 대해 식사가 아닌 디저트, 간식 개념으로 피자에 접근한 결과라고 본다. 1986년 국내에 피자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패러다임(Paradigm)의 전환이라는 것이다.

피자헛 김희경 마케팅팀 과장은 “그간 피자업계는 소비자들이 불황으로 말미암아 피자의 크기에 민감할 것으로 예상해왔지만 피자헛이 올해 기존 피자보다 크기가 작은 더스페셜 시리즈를 성공시키면서 고정관념이 깨졌다”며 “양이 적어도 품질이 뛰어나면 소비자들이 만족한다는 점은 피자업계가 더 다양한 메뉴개발에 나서는 동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자 열량 줄여 비만 예방

피자업계가 이탈리아식 피자 개발에 뛰어드는 또 다른 이유는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피자 크기, 열량 등의 규격화를 요구하고 나선 점도 있다. 피자 한 조각의 열량이 500㎉를 넘지 않도록 해 청소년 비만을 예방한다는 것이다.

이에 피자업계에서는 메뉴개발 담당자들이 포럼을 결성해 피자의 크기, 열량에 대해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잇따라 선보이고 있는 저열량 피자, 토핑을 줄인 얇은 피자가 바로 비만예방 피자인 셈이다.

이에 더해 브랜드별로 피자 한 조각의 크기를 조절해 열량을 줄이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흔히 레귤러(미디엄)피자는 280g, 라지는 480g, 패밀리는 680g의 밀가루 반죽으로 도우를 굽지만 토핑에 따라 열량이 달라질 수 있어 피자업계에서는 한판을 6조각, 8조각, 12조각 등으로 나눠 피자 한 조각의 열량을 조절할 방침이다.

저가경쟁, 업계 공멸 우려도

이처럼 소비자들의 요구, 국민건강을 위한 정부 정책 등에 따라 피자업계가 피자의 크기를 줄이고 있지만 단점도 있다.

수년간 지켜져 온 피자 한판에 3만원 안팎인 가격이 붕괴되면서 업계의 수익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또 일각에서는 ‘1+1 할인행사’처럼 박리다매식 판매 전략도 내세우고 있어 실질적으로 브랜드가 잘 알려지지 않은 배달피자 업체들과의 가격경쟁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피자에땅 관계자는 “피자시장에 메뉴 고급화와 가격인하 바람이 불고 있다”며 “고급화는 장기적으로 피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가격인하는 지나칠 경우 수익저하로 피자업계가 공멸할 수 있어 출혈경쟁을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원철 기자 haca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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