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이자까야, 맛으로 경쟁력 갖춰라
한국형 이자까야, 맛으로 경쟁력 갖춰라
  • 신원철
  • 승인 2010.10.29 0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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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술집ㆍ퓨전주점 FC 업계 매장 줄이고 중심상권에서 주택가로 입점
술집에서 음식점으로 변신…일본 정통의 맛 살려 고객 발길 끌어야
일본의 이자까야를 한국화한 선술집, 퓨전주점 등 주점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어 주목된다. 선술집, 퓨전주점 프랜차이즈 브랜드 가맹점의 폐업이 늘면서 시장에서 브랜드 옥석가리기가 진행되는 양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정보공개서 분석 자료를 보면 2009년 말 기준으로 꼬치구이, 사케 등 일본음식을 취급하는 한국형 이자까야 프랜차이즈 업계의 시장규모는 5140억6468만원이었다. 이는 16곳 가맹본부와 소속 가맹점 4480개의 2009년 한 해 동안의 매출액을 더한 것이다.

이처럼 시장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했지만 가맹점 한 곳당 연간 매출액은 9842만원으로 이는 월평균 약 820만원이었다. 가맹점을 창업하는데 수억원의 투자비가 드는 데 비해 수익이 지나치게 적은 셈이다.

가맹점 수가 300개를 웃도는 상위 5개 가맹본부의 지난해 가맹점 현황을 보면 이자까야 업계의 부진이 잘 드러난다.

2007년까지 브랜드별로 연간 80여개씩 늘어나던 가맹점 수는 지난해 30여개가 늘어나는데 그쳤다. 여전히 신규 개설되는 가맹점이 브랜드에 따라 많게는 60여개에 달했지만 폐업, 계약해지 등으로 빠져나가는 가맹점이 연간 50여개에 달해 가맹점 수가 늘지 못하고 있었다. 일부 브랜드 중에는 신규 가맹점 개설 없이 20여개의 가맹점이 폐업한 곳도 있다.

까투리를 운영하는 (주)까투리 김종오 총무부장은 “영세한 선술집 브랜드 중에는 경영난이 심해 정보공개서를 등록하지 못하는 곳이 나오고 있다”며 “올해의 경우에는 한달에 4~5개의 가맹점을 오픈하면 그 수만큼 가맹점이 폐업해 가맹점 수가 제자리걸음인 브랜드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형 이자까야의 부진은 수년 사이 두드러진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국경제를 강타한 이후 30여개에 달했던 관련 브랜드가 절반 수준인 16개로 줄었다.

또 가맹본부의 매출액도 상위 몇몇 업체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감소해 많게는 10~20%가 줄었다.

가맹점이 꾸준히 개설됨에 따라 가맹금, 인테리어 공사 등으로 본부들이 수익을 내고 있음에도 이처럼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 이는 가맹점의 경영난으로 납품하는 식재료의 양이 줄어 그에 따른 유통수익이 따라서 줄었기 때문이다.

부진의 원인으로는 2008년 가을 이후 외식업계 전반에 걸쳐 나타난 매출감소와 관련 업계가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아둘 경쟁력을 마련하지 못한 점이 지적된다.

90년대 객단가 10만원에서 2000년대 1만원으로 ‘뚝’

문제는 최근 고객들의 구매력이 줄어드는 데 있다.

일본 대중식이 국내에 도입될 당시만 해도 객단가 10만원을 웃도는 고급요리를 내놓는 로바다야키, 정통일식 요릿집이 대부분이었지만 1998년 IMF 환란 이후 정통일식 소비가 대부분 횟집으로 흡수됐다.

정통일식 소비시장은 2000년을 넘어서면서 일본 대중식으로 옮겨갔다. 한 접시 8천~1만5천원의 꼬치구이를 중심으로 한 메뉴에 술까지 4인이 4만원에 즐길 수 있는 선술집, 퓨전주점이 인기를 끄는 등 전반적으로 일본 대중식의 메뉴 가격이 내려갔다.

10여년이 흐른 현재 일본 대중식의 가격은 여전히 8천~1만5천원 사이에 판매되고 있다. 10년 사이 식재료의 가격이 크게 오른 점을 감안하면 관련 주점업계의 수익은 그만큼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음식의 판매 가격이 떨어지고 제조 원가는 오르는 상황에서도 음식의 맛, 품질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치는 올라가는 것이다. 가맹본부들은 판매가격을 떨어뜨리면서 맛은 개선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신메뉴 개발 능력, 브랜드 성패 가른다

소비자들의 입맛은 날로 까다로워지는데 반해 가맹본부들은 메뉴 개발에 투자하기를 꺼리고 있다. 이들 본부는 메뉴 개발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6개월이나 걸리는 개발기간, R&D 전문 인력 확보에 들어가는 인건비 등의 부담이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또 요즘같이 식재료 가격이 들쭉날쭉할 때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뛰어난 식재료를 확보하고 이를 고객 입맛에 맞고 가맹점에도 충분한 수익이 될 수 있는 요리로 개발하기가 어렵다.

기업규모는 이런 점에서 선술집, 퓨전주점의 하락기에 생존하는 브랜드와 그렇지 못한 브랜드를 나누는 기준의 하나가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신메뉴를 지속적으로 출시할 수 있는 본부의 기업 규모로 가맹점 100개 보유를 든다. 식재료 유통 등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발생해야 R&D 인력을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100개 이상의 가맹점을 보유한 선술집, 퓨전주점 본부는 투다리를 운영하는 (주)이원, 간이역의 주인프래너스(주), 피쉬&그릴의 리치푸드(주), 지짐이의 (주)우용에프앤비, 조치조치의 (주)현대외식, 쇼부의 (주)다인에프앤비, 펀앤조이 오뎅사께의 (주)에프씨에프 정도다.

물론 가맹점 수가 100개 이하여도 자체적으로 신메뉴를 개발할 수 있는 가맹본부도 있지만 일부 본부 중에는 신메뉴 개발 노력 없이 경쟁사의 메뉴를 그저 따라 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메뉴 개발에 투자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선술집, 퓨전주점 시장의 난립 우려도 크다. 비슷비슷한 일본풍 인테리어에 반조리 가공식품 일색으로 음식의 맛까지 비슷해지면서 브랜드만의 차별화 요소를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10평 크기 소형 매장, 전체 절반 웃돌아

고객들의 구매력 감소, 식재료 가격 급등, 신메뉴 개발의 어려움이 겹치면서 한국형 이자까야 업계에 매장 소형화 바람이 불고 있다.

중심상권의 대로변에 입점하는 50평 이상 중대형 매장은 수가 줄고, 30평 이하 규모의 선술집, 퓨전주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공정위 자료를 보면 4480개 가맹점 중 50평 이상 중대형 매장은 1%가 채 안 됐다. 대부분이 30평 이하 매장이었고, 그중에서도 10평 안팎의 소형 매장이 2천여개로 절반이나 돼 소형 매장이 시장을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소형 매장의 장점은 아르바이트를 포함해 3명 정도의 인력으로 운영할 수 있어 인건비 부담이 적은 점이다.

매장의 소형화와 더불어 선술집, 퓨전주점이 입점하는 입지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점포 임대료와 권리금이 비싼 중심상권을 벗어나 주택가로 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객들의 구매력이 불황 이후 회복되지 못하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관련 업계가 본격적으로 운영비 줄이기에 나선 것.

투다리를 운영하는 (주)이원 박지영 실장은 “최근 선술집은 퇴직 후 생계를 위해 창업에 뛰어드는 소자본 창업자들이 많이 차리고 있다”면서 “10평 매장에 점포 임대비를 제외하면 약 2300만원에 차릴 수 있는 투다리의 가맹점은 최근 3년간 1900여개를 유지하고 있고 이들 대부분이 주택가에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자까야는 술집 아닌 음식점

이처럼 관련 업계가 가맹점 투자비용ㆍ매장 크기ㆍ점포임대료와 인건비 등 운영비를 줄이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출 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는 고객 수 감소, 구매력 저하 등이 경기불황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한국형 이자까야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지 10여년을 맞으면서 소비에서 거품이 빠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음식점의 기본인 맛에 대한 투자만이 수익저하를 극복할 방안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음식의 맛 경쟁력을 확보해 장기적으로 선술집, 퓨전주점 등이 술집에서 벗어나 음식점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출저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점심 식사는 물론 아침 식사까지도 취급해 수익원을 다변화해야 생존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하기 위해 맛없는 음식을 내놓아서는 선술집, 퓨전주점간의 경쟁에서뿐만 아니라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막걸리주점, 전통주점 등에 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결방안으로는 일본 현지의 이자까야 업체와 기술제휴로 정통 일본 요리의 레시피를 확보하고 이를 적절히 한국화하는 것이 논의되고 있다.

10년째 선술집 브랜드 이자까야 천상을 운영하는 (주)에프씨천상 박순임 대표는 “일본의 이자까야는 우리나라의 주막과 비슷해 음식과 술의 궁합을 잘 맞추는 것이 장점”이라며 “일본 요리의 전통을 살려야 사케, 정종, 일본 맥주 등 우리나라 선술집에서 취급하는 일본 술과 어울리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원철 기자 haca13@

*한국형 이자까야는?
주점 업계에서는 한국형 이자까야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도입된 시기를 두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주)이원이 투다리를 론칭한 1987년 이후 확산된 10평 안팎 규모 매장의 소형 선술집과 1996년 당시 제이에스프로페셔날이 쇼부를 론칭한 후 2000년대 큰 인기를 모은 퓨전주점이 그것이다. 둘 모두 한국형 이자까야로 구분되지만 투다리 방식의 경우 꼬치구이집으로 불리는 등 꼬치 중심으로 10여가지 핵심 메뉴 중심으로 운영된 반면, 쇼부 방식의 퓨전주점은 튀김, 탕, 캘리포니안롤 등 70~100개 안주를 기본적으로 취급해 다양한 안주를 선 보이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이 둘 모두를 한국형 이자까야로 분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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