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황선진 덴마크 ‘레스토랑 노마’ 셰프
<특별인터뷰>황선진 덴마크 ‘레스토랑 노마’ 셰프
  • 신원철
  • 승인 2010.11.1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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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요리는 기본+알파”
한식 세계화 선결 과제는 나라별 맛의 기준ㆍ취향 찾는 것
프랑스의 권위 있는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가이드에서 매년 최고 수준의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스페인의 엘불리(El bulli). 그곳에서 국내 최초의 여성 셰프로 근무한 황선진 씨가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의 레스토랑 노마(Noma) 셰프로 선정됐다.

노마는 영국의 레스토랑 매거진이 매년 발표하는 ‘올해의 세계 50대 레스토랑’에서 지난해 1위인 엘불리를 제치고 1위에 선정된 바 있다. 조리업계에 뛰어든 지 10여년 만에 세계 최고 수준의 레스토랑 셰프로 발탁된 황선진 씨에게 그의 요리에 대한 철학, 한국 외식업계를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하루에 1초씩 빨라져라
황선진 셰프가 요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3살 때인 미국 유학시절.

전공인 미술을 포기하고 부모님 몰래 요리학교인 존슨앤웨일즈대학교에 입학했고, 40번이나 이력서를 내고 스페인의 세계적인 레스토랑 엘불리의 인턴 셰프가 됐다.

식재료의 화학적인 성질을 이용해 새로운 요리를 창조하는 분자요리의 원조인 엘불리에서 그녀는 최고 인턴 셰프로 선정됐다.

이제 갓 출발한 그녀가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기본에 더해 자신만의 차별화 요소를 부각시킨 덕분이었다.

“처음 엘불리에 들어갔을 때 내 일은 감자, 양파 등을 다듬어 셰프들에게 전해주는 허드렛일뿐이었다. 하지만 매일 남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업무를 처리하는 능력을 키웠다. 요일마다 자주 주문받는 요리가 있는데 주문이 들어왔을 때 모든 요리 재료를 나보다 빨리 준비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든 업무에서 매일 1초씩 준비하는 시간을 줄여나간 황 셰프의 성실성은 엘불리에서 단연 으뜸이었다. 또 새벽 2시 업무가 끝난 뒤에는 남몰래 분자요리에 쓰이는 화학을 공부했다. 따뜻한 수프를 거품으로 만든 요리, 술을 얼려 만든 캔디 등 식재료의 맛을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고객의 눈이 휘둥그레질 마법 같은 요리를 만드는 방법이었다.

5개월 뒤 그녀는 분자요리의 전문가가 됐다. 그녀는 분자요리야말로 요리를 요리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창조라고 강조한다.

“분자요리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요리의 재료로 삼을 수 있게 해준다. 노을이 지는 모습을 요리로 만들기도 하고, 현무암이나 사막 같은 자연을 스폰지 케이크ㆍ초콜릿 무스로 만들 수도 있다. 어떤 요리사는 코스 요리에 새 둥지를 내놓기도 한다. 겉보기에는 새알처럼 보이는 음식이 그 안에 담긴다. 고객이 얻을 기쁨은 놀라움 그 이상이다.”

한식 세계화가 국가적인 과제로 떠오른 요즘 황 셰프는 나라별로 맛의 기준을 찾는 것을 선결과제로 꼽는다.

“미슐랭가이드에서 한식 레스토랑 중 높은 점수를 받는 곳이 적다. 맛에서 세계적인 레스토랑보다 뒤처져서가 아니다. 음식의 맛에 더해 요리사만의 개성도 보여줘야 한다. 내 경우는 나라마다 다른 데코레이션(dacoration)을 개발한다. 미국에서는 현대적이고 세련되게 음식을 꾸미고, 스웨덴에서는 그 나라의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음식을 만든다. 또 요리를 개발하기 전 그 나라의 음식을 충분히 맛보는 것도 중요하다. 한식으로 해외에서 인정받으려면 나라별로 맛의 취향을 알아야 하는데 한국 요리사들은 그런 노력이 부족하다. 한식이 맛이 없어서가 아니다. 아주 조금만 바꾸면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

한국 요리사들이 음식의 맛을 정하고 그에 맞춰 데코레이션을 정한다면 황 셰프는 음식의 맛과 모양을 동시에 기획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국내 외식업계의 서비스ㆍ위생관리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슐랭가이드에서 별 3개를 받는 레스토랑은 거의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노마 레스토랑에서는 예약고객에 대해 철저한 사전조사를 한다. 인터넷 검색으로 고객이 어떤 음식을 선호하고, 어떤 알레르기가 있는지 알아낸다. 고객이 만족할 수밖에 없도록 한다. 엘블리는 특히 위생관리가 탁월하다. 눈에 보이는 곳만 깨끗한 것이 아니라 테이블 밑, 바닥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이 더 깨끗하다. 세계적인 레스토랑이 모두 바닥에 카펫을 까는 것은 수프 한 방울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다. 주방 조리대를 관리하는 것을 보면 장인정신이 느껴질 정도다.”
요리는 ‘이어달리기’

지난 5일 황선진 셰프는 1년여간 ‘한국외식조리직업전문학교’에서의 강의를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특강을 열었다. 18살부터 20대 중반까지 한국 외식업계를 짊어질 동량들에게 세계적인 레스토랑에서 자신이 얻은 노하우, 요리에 대한 열정을 마음껏 쏟아냈다.

“한국 요리사들의 앞날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뛰어난 요리사는 많았지만 후학들에게 전달해준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나는 요리는 이어달리기라고 생각한다. 배운 만큼 가르쳐줘야 더 빨리 발전하지 않겠나?”

내년 1월 노마에서의 첫 출발을 위해 여행길에 오르는 황 셰프. 그녀가 만들어갈 독창적인 요리가 벌써 궁금해진다.

신원철 기자 haca13@
사진=이종호 기자 ez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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