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8> 잡곡이 몸에 좋은 과학적 이유
<특별기고-8> 잡곡이 몸에 좋은 과학적 이유
  • 신원철
  • 승인 2010.12.10 0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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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철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기능성잡곡과 박사
식이섬유·단백질·무기질 등 풍부한 건강식품
요즈음 신문이나 TV를 보면 건강과 관련한 기사나 상식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다만, 가장 흔히 섭취하고 있는 곡류에 대한 건강기능성 소개가 미흡한 것이 다소 아쉽고 실제 이와 관련한 연구들이 부족한 것에 대해 연구자의 한사람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앞서게 된다.

잡곡은 일반적으로 재배면적이 많은 보리, 밀, 콩을 제외하고 옥수수, 조, 기장, 수수, 메밀, 율무, 팥, 녹두 등을 말하기도 한다. 잡곡은 예로부터 민간요법으로도 사용되어 왔는데 수수는 위장이 쇠약하거나 식은땀을 흘릴 때 좋고 기장은 기가 허약하여 힘이 없고 더위를 먹거나 머리가 어지러운 증상에 좋으며 조는 위열, 소갈, 이뇨에 좋다고 한다. 현대에서는 당뇨나 생활습관병 환자에게 많은 의사들이 잡곡밥을 권하고 있지만 실제 효능과 관련된 과학적 증거가 매우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2009년부터 농촌진흥청에서 잡곡의 건강기능 활성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여 본 결과 조, 기장, 수수 등 잡곡이 실제로 건강기능활성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고 효능도 우수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잡곡이 민간요법이나 의사들의 권유와 같이 정말 몸에 좋은 이유를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설명해 보고자 한다.

먼저, 잡곡은 식이섬유, 단백질, 무기질 등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흰쌀밥만을 섭취하였을 때보다 잡곡을 혼반하였을 경우 그 자체로서도 균형있는 양분공급이 어느 정도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찬을 다양하게 섭취하지 못하는 환자들이나 노인들에게는 부족하기 쉬운 영양성분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최근 장수와 관련이 있는 항산화 활성과 관련하여 잡곡은 항산화 활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수의 경우 항산화 물질로 널리 알려진 총폴리페놀의 함량이 포도주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고 다양한 검증방법으로 항산화 활성을 평가한 결과 수수의 경우 대표적인 항산화제로 알려진 토코페롤보다 우수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조, 기장, 팥도 항산화 활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천연 항산화제로 작용하는 안토시아닌의 함량도 전곡 수수의 경우 약 12㎎/100g 정도로 높은 함량을 보이고 있다.

세 번째로 우리나라에서 연간(2007) 약 170만명 이상이 진료를 받고 있어 대표적인 생활습관병으로 알려진 당뇨병은 식이요법이 매우 중요한데 잡곡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왔다. 일반적으로 혈당수치를 높이는데 영향을 미치는 것이 α-아밀라제와 α-글루코시다제와 같은 소화효소인데 이를 저해하여 혈당상승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 기장, 수수는 이들 효소 작용을 저해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으며 특히, 수수와 기장의 경우 50% 이상의 저해율을 보여 대표적인 효소활성 저해물질인 아카보즈(Acarbose)와 대등한 효과를 나타내었고 열과 산에도 강하여 실제 섭취시에도 효과가 지속될 수 있다는 평가를 할 수 있었다.

네 번째로 잡곡에서 항암효과가 우수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조, 기장, 수수 등의 추출물을 혈액암세포(HL-60)에 처리하였을 때 기장과 수수에서 77.3, 64.1%의 암세포를 사멸시킴으로서 항암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또한,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정상 인체 세포에 대해 기장과 수수 추출물을 처리하여 독성을 평가한 결과 세포독성은 거의 나타나지 않아 암세포에 특이적인 효과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모든 암세포에 대해 시험한 결과는 아니지만 잡곡이 항암식품이라 말하는데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위에서 언급한 건강기능성 이외 항염증 등 다양한 효능들이 있다는 것이 계속되는 연구들을 통해 속속히 밝혀지고 있다. 진행중인 연구들이라 이 자리에서 더 세부적인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매우 다양한 효과가 입증되고 있는데 특히, 동물시험에서도 효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실험쥐를 이용한 체내에서 지방흡수 억제효과를 평가한 결과 수수에서 매우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나고 있어 잡곡이 비만억제에도 우수한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인 증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뼈의 생육에도 관여하는 조골세포를 만드는 데 관여하는 효소들의 활성에도 수수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러한 결과는 수수가 어린이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중요한 결과가 될 것이다.

당연히 조, 기장, 수수 등으로 밥을 하면 식이섬유가 많아 거칠고 투박한 맛 때문에 또 쌀이 맛이 있고 열량을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과거 칼로리 확보가 최우선일 때에는 쌀밥이 가장 선호되었다. 그러나 잡곡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건강기능성을 알게 되면 잡곡을 선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건강식품이라고 비싼 식재료보다 경제적인 잡곡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데 더 유리할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잡곡을 꾸준히 먹는 가정의 경우 가족의 건강이 좋아졌다는 사례가 많이 보도되는데 과학적인 구명을 하면서 보니 당연한 사례가 아닌가 싶다.

다만 잡곡은 쌀밥보다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혼반용으로도 좋지만 다양한 이용방법과 가공기술을 통해 소비자가 접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넓혀 주는 것이 잡곡이 몸에 좋은 과학적인 이유를 밝히는 것과 함께 중요한 숙제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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