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식재료 수급 전망-2
2011년 식재료 수급 전망-2
  • 신원철
  • 승인 2011.01.0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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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ㆍ외식업계, 근본적 처방 마련에 ‘한 목소리’
생산ㆍ수입량은 일시적…“불투명한 유통구조 개선에 역량 집중해야”
식재료 가격 인상에 대처하는 방법의 하나는 생산량을 늘려 공급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기온에 따른 수확량 감소, 국제곡물가격 인상으로 인한 가축 사료가격 변동 등은 생산자 수준에서 식재료 가격 폭등에 대처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또 환율변동, 해상운임, 쇠고기의 경우에는 송아지 거래가격, FTA 등 시장개방, 계절적인 요인으로 인한 수요 변동 등도 단순히 생산량ㆍ수입량을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더불어 생산자들은 복잡한 유통과정으로 인해 산지 가격이 저렴함에도 막상 식품ㆍ외식업체에 공급될 때 가격이 올라가는 문제도 지적한다. 산지 가격보다 많게는 10배나 비싸게 식재료가 주요 소비처인 식품ㆍ외식기업에 공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불투명한 유통단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육류, 공급 안정ㆍ생산량 늘리기에 앞서 유통ㆍ소비구조 개선 시급

전국한우협회에서는 산지의 한우 가격은 생산원가에 따라 수시로 오르고 내리는데 이런 가격변동이 도ㆍ소매가격에 반영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유통과정에서 붙는 마진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한우는 마리째 거래ㆍ유통되면서 가격이 부풀려지기 쉽다”면서 “사육농가에서 판매되는 한우를 먼저 가공공장을 거쳐 부분육으로 나눠 포장ㆍ거래하면 가격인상을 막는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렇게 부분육으로 생산된 한우를 외식업체 등 대형소비처, 일반 소비자들이 인터넷 공동구매로 직접 구매한다면 품질에 비해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유통 개선에 더해 소비를 고르게 해야 식재료 파동이 해결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돼지고기 사육 업계에서는 국내 돼지고기 소비가 지나치게 특정 부위로 몰리는 현상을 막고 소비를 다른 부위로 확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삼겹살 가격은 매년 뛰고 있지만 인기가 낮은 부위는 가격이 저렴해 식품ㆍ외식업계가 돼지고기 전ㆍ후지 등 저지방부위로 식품ㆍ외식 메뉴 등을 개발한다면 지금보다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양돈업계 차원의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절감, 생산자 조직화를 통한 돼지고기 수급조절 능력 등도 필요한 부분이다.

대한양돈협회 관계자는 “현재 국내 양돈농가의 평균 돼지고기 생산능력을 지금보다 30% 이상 높여 선진국 수준에 다가가야 한다”며 “돼지 관련 질병의 예방, 노후화된 축사환경 개선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오는 2012년부터 전면 금지되는 가축분뇨의 해양배출 금지에 대비해 양돈농가들이 가축분뇨를 퇴비 등으로 자원화하는 공동시설을 확충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퇴비를 농업, 임업 단체 등과 협의해 공급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배추 품귀, 기상이변 예측하는 시스템 갖춰야 해결

지난해 외식업체의 식탁에서 배추김치가 사라지게 했던 배추가격 폭등의 또 다른 피해자는 김치 제조업계였다.

김치 제조업체 중에는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산지의 배추가격 상승을 견디다 못해 10월 전후로 아예 김치 제조를 중단한 곳이 많았다. 미리 배추를 확보하지 못한데다 무, 고춧가루, 마늘 등 김치의 부자재 가격도 천정부지로 뛰면서 김치를 팔수록 손해를 봐야 했기 때문.

이 때문에 올해 계약재배에 나서는 곳이 늘고 있지만 산지의 배추 생산량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어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성식품 김순자 대표는 “올해 4월 이후에 출하될 봄배추가 평년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이상기후 현상에 따라 농산물 재배 조건이 계속해서 악화돼 배추 수급 불안정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추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할 경우 자금력이 약한 김치 제조업체들의 줄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 대책이 미봉책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김치제조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올해 정책적으로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배추의 계약재배 면적을 기존 9%에서 15%로 확대했지만 이는 단기적인 해결방안일 뿐”이라며 “전문적인 기상정보시스템으로 산지의 재배현황을 미리 파악해 물량부족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중장기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한 배추의 주요 소비처인 제조업계ㆍ소비자들의 연간 수요량을 사전 조사해 배추 수급이 원활하도록 대처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것. 이에 더해 정부가 농산물의 장기저장 기술을 개발해 풍년에 배추를 저장했다가 흉년에 이를 풀어 출하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식당, “중간 유통업자의 매점매석 막아야”

여러 외식업태 중에서는 한식당이 지난해 식재료 가격 폭등의 여파가 가장 컸던 것으로 보인다. 채소류 등 날씨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농산물이 식재료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보니 가격 변동이 수익저하로 이어졌다.

한식당 업계는 고춧가루, 마늘, 양파 등의 가격이 올해 상반기까지 계속 강세를 유지할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 이들 채소류가 주로 양념에 들어가다 보니 밑반찬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부담이다. 이에 가격이 저렴한 수입농산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오발탄을 운영하는 행복을굽는사람들 관계자는 “올해도 식재료의 공급량보다 수요량이 커 가격이 지난해보다 5~7% 오를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식재료 가격 인상분을 메뉴의 판매가격에 반영하면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신뢰가 약해질 수 있어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복을굽는사람들은 저장 창고를 늘려 가격이 저렴할 때 대량으로 식재료를 구매하고, 정확한 소비예측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해 물가 인상에 대비할 계획이다. 또 특정 식재료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다양한 식재료를 써 부담을 덜 방침이다.

이처럼 업계 차원의 대비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유통구조 속에서는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앤원 최진욱 부장은 “지난해 식재료 가격 상승은 작황이 부진한 것이 기본적으로 원인이었지만 여기에 덧붙여 중간 거래업자들의 매점매석도 가격 인상에 많은 영향을 줬다”며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은 직거래 확대로 더 저렴한 양질의 재료를 발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가맹점이 경영난에 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투명한 유통구조가 확립돼야 할뿐만 아니라 정부가 가락시장 도매가격 이외에 산지 가격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시황, 가격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자영업자보다 상대적으로 식재료 가격 폭등에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대해 투자 및 연구활동에 대한 세금 감면 등의 지원도 절실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경기 불안정,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상황 등에 따른 안보불안으로 올해도 서민의 외식소비 감소가 예상됨에 따라 제도적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도적 지원에는 주식시장처럼 식재료의 가격 급등락 시 가격상승ㆍ하락폭 제한, 원산지 표시제 적용 범위 축소, 연간 식재료 사용량 사전 예측 시스템 구축 등이 거론된다.

더불어 생산자와 한식당을 직접 연결해 줄 수 있는 식자재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박람회가 지금보다 더 많이 개최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신원철 기자 haca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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