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학과 교수들, 조리인 처우 개선에 한 목소리
조리학과 교수들, 조리인 처우 개선에 한 목소리
  • 신원철
  • 승인 2011.02.24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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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조리과교수협의회, (사)조리교육학회 ‘2011 정기총회 및 세미나’ 개최
조리인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현행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더 전문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외식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 외식학계, 외식업계가 함께 지속적으로 우수한 조리인력을 발굴ㆍ육성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것.

전국조리과교수협의회, (사)조리교육학회는 지난 19일 경희대학교 관광대학에서 ‘2011 정기총회 및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나영선 안산공과대학 호텔조리과 교수는 “대학의 조리학과를 졸업하는 조리인력은 지나치게 많으면서도 정작 외식업체들은 조리전문가가 부족한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중국과의 FTA로 인력시장이 개방되면 조리 전문가들이 설 자리가 더 줄어들 수 있어 현행 인력공급 시스템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나 교수는 특히 장기 실습생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식학과를 졸업한 이들이 최저임금보다 못한 수준의 급여를 받고 일하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 현재 기숙사 시설을 제공하는 호텔 레스토랑 등에서는 월 10만~30만원에 실습생들을 고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들 장기 실습생들이 실질적으로 정직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무엇보다 매년 대학의 외식학과에 신입생이 충원되면서 외식업체들이 정직원 고용을 줄이고 실습생을 늘리면서 졸업생들이 설 자리도 잃고 있다. 또 정직원으로 취업하더라도 하루 12시간 근무에 월 150만원의 최저임금에 가까운 급여를 받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장기 실습생 제도가 도입취지와는 달리 외식학과 학생들을 저임금 노동자로 전락시키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조리학과 졸업생들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기총회에서 전국조리과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은 앞으로 조리교육학회, (사)한국조리사회중앙회 등과 공동으로 조리인력의 처우개선에 한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월 10만~30만원에 머물고 있는 실습비를 호텔 레스토랑의 경우 월 50만원, 일반 외식업체는 월 100만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외식업체들이 이에 불응할 경우 협의회 소속 대학교수들이 중심이 돼 실습거부 운동까지 불사할 방침이다.

더불어 조리 관련 자격제도를 능력별로 세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행 조리기능사 제도가 나이, 학력, 조리실무경력 등과 무관하게 남발되고 있어 실질적인 자격증 제도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기간의 학원 교육으로 취득할 수 있는 조리원, 전문 학사수준을 평가하는 조리사, 그 이상의 전문가를 조리사산업기사로 나눠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1990년대에 폐지된 100㎡ 규모 이상의 외식업체에서 의무적으로 조리사를 고용토록 하는 ‘조리사 의무고용제’를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법으로 조리사의 권익과 신분을 보장해야 국내 외식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정기총회에서는 조용범 동의대학교 외식산업경영학과 교수가 신임 전국조리과 교수협의회장에 선출됐다.

조용범 신임 회장은 “조리학의 학문적 기반을 다지고, 정부에 지속적으로 조리 관련 제도의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며 “또 산업체교수, 초빙교수, 강사 등 실질적으로 전임교수의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이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조리학과 교수들, 조리학과를 졸업해도 정직원으로 취업되지 못해 이직을 거듭하는 조리인들의 처우를 개선하는데도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총회와 함께 열린 세미나에는 박형희 한국외식정보(주) 대표의 ‘국내 외식산업의 최근 트렌드와 대응전략’, 이정기 커피아카데미 대표의 ‘한국 커피 산업의 현황과 전망’ 등의 주제강연이 있었다.
다음은 이날 발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외식업 경영, 양질의 식재료 확보가 관건”
박형희 한국외식정보(주) 대표

최근 외식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식재료 파동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수 있는 것이다. 이상기온 등으로 말미암은 국내외 곡물생산량 감소, 이에 따른 사료값 상승과 육류 공급가격 인상이 외식업체의 경영난을 야기하고 있다. 또 불안정한 국제유가도 언제 식재료 가격을 급등시킬지 알 수 없다.

이런 국내외적인 경영환경에서 외식업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양질의 식재료를 얼마나 많이,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느냐다. 가까운 일본의 사례를 보면 메뉴의 판매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하면서도 이윤을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외식기업들이 점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규동의 경우 10년전 400엔(한화 약 5400원)에 팔던 것을 250엔(한화 약 3400원)에 파는 외식업체도 나타났다. 인건비, 식재료 가격, 점포 임대비 등 외식업체의 생산원가는 날로 커지는데 메뉴의 판매가격은 오히려 더 싸지고 있다. 또 미국 뉴욕에서는 1달러(한화 약 1100원)짜리 조각피자가 인기다. 크기는 한국에서 판매되는 레귤러사이즈 피자와 비슷하고 맛도 뛰어나지만 가격은 1/10 이하다.

국내에서도 고품질ㆍ저가격 외식메뉴 개발의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수년 사이 침체기에 빠져있는 패밀리레스토랑 업계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애슐리의 경우 1만원 안팎 가격에 제공하는 점심메뉴가 핵심 경쟁력이다. 패밀리레스토랑 업계의 전반적인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이 소비자 물가를 반영하지 못한 3만원대 스테이크 메뉴인 것과는 대비된다. 해산물을 주로 취급하는 청해진은 1만9천원에 7~8가지 메뉴로 구성된 코스요리를 내놓고 있다. 품질ㆍ가격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불황일수록 더 성장할 수밖에 없다. 외식업체의 이런 가격 경쟁력은 향후 시장에서의 생존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외식업 경영에서 음식의 맛, 서비스, 위생 등 3요소가 중요하게 여겨졌다면 최근에는 여기에 저렴한 가격, 고객을 감동시키는 가치 서비스가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무적인 것은 최근 한국 외식기업 중에 직영농장을 운영하거나, 산지 농가와의 직거래를 통해 안정적으로 식재료를 확보하려는 곳이 늘고 있는 점이다.
장기적으로는 식재료 확보뿐만 아니라 외식업체 경영의 시스템화도 서둘러야 한다. 이를 통해 고정비 부담을 덜고 높은 생산성을 유지해야 한다.

“커피 맛은 기본, 부대메뉴ㆍ인테리어도 중요”
이정기 커피아카데미 대표

지난해 6천억원이었던 국내 원두커피 소비시장이 수년 내 1조5천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원두커피 소비가 날로 늘고 있다. 이에 커피전문점 업계는 소비자층에 따라 맛, 가격, 메뉴, 인테리어 등을 차별화한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차별화는 지난해 커피전문점 시장에 업태별 세분화 바람을 일으켰다. 지난 수년간 연평균 19.1%의 매출 성장, 16.8%의 점포 수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 시장이 고품격의 카페베이커리, 대형 커피브랜드, 중저가 커피전문점으로 나뉘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 혹은 유명 브랜드를 중심으로 커피전문점을 선택했던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것. 소비자들은 커피의 맛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 2009년의 소비자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5%가 커피 맛을 커피전문점 선택 기준의 1순위로 꼽고 있었다. 다음은 매장의 위치, 인테리어 등 매장의 분위기, 가격, 직원의 친절한 서비스 순이었다. 커피의 맛이 가격보다 더 중요한 소비선택의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메뉴별로는 20~30대 소비자 10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메리카노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남성 응답자 516명 중 142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20대 후반 남성 소비자의 32.4%, 여성 응답자 522명 중 144명으로 역시 가장 비중이 컸던 20대 후반 여성 소비자의 35.4%가 아메리카노를 찾은 것. 다음으로는 카페라떼, 카페모카, 카푸치노, 카라멜 마끼아또, 에스프레소 순이었다.

또 매장의 접근성, 브랜드의 개성, 커피 이외에 가볍게 식사할 수 있는 샌드위치 등의 부대메뉴 등도 새롭게 커피전문점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다. 이는 커피전문점의 원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커피전문점 업계는 경쟁심화, 수익저하 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소비자들이 커피전문점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친목도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1038명의 커피전문점 이용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중복응답 결과 ‘모임장소로 찾는다’는 답변이 64.1%,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장소’라는 응답이 51.9%를 차지했다. 연인과의 데이트 장소로 찾는 이가 37.4%, ‘혼자 시간을 보내기 위해’라고 답변한 이가 27.5% 등이었다.

이처럼 커피전문점 선택의 기준이 다양해지고, 전문화하면서 나타난 또 다른 변화는 주요 고객의 연령대가 다양해지는 점이다. 기존의 주 이용객인 20~30대 여성에 더해 40대, 50대까지 소비자층이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고객이 즐길 수 있는 편안한 공간 구성, 다양한 메뉴구성, 마케팅 활동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원철 기자 haca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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