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 파동’으로 메뉴 판매가격 잇단 인상
‘식재 파동’으로 메뉴 판매가격 잇단 인상
  • 신원철
  • 승인 2011.02.24 0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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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업계, “식재료 구매비로 월 6억원 더 들어”
돼지고기 부산물 무관세 수입 등 추진해야
식재 가격이 오르면서 2월 들어 외식업체들이 잇따라 메뉴의 판매가격 인상에 나섰다. 삼겹살의 경우 1인분 최고 3천원이 치솟았고, 돈가스는 1인분 1천~2천원, 순대국은 1인분 천원씩 가격이 올랐다. 돼지고기, 쇠고기 등을 취급하는 외식업체 대부분이 10% 안팎 판매가격을 올린 것이다.

외식업계는 판매가격 인상에 더해 1인분의 정량도 소폭 줄였다. 최근의 식재료 파동에 비춰볼 때 30% 정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인상폭이 너무 크면 고객의 발길이 끊어질 수 있어 가격을 올리는 대신 양을 줄인 것이다. 이는 수년간 경기침체, 소비위축, 물가인상 등에도 판매가격을 동결해온 외식업계의 경영난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문제는 국내산 육류의 품귀현상.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으로 소 매몰두수는 15만두를 넘었고, 돼지는 324만두를 돌파했다. 소의 경우 국내 사육두수 335만두의 4.5%에 불과하지만, 돼지는 국내 사육두수 988만두의 32.8%나 된다.

이처럼 국내산 육류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고 있다. 서울 가락시장 도매가격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으로 돼지고기 가격은 ㎏당 평균 6202원으로 지난해 12월 23일 4011원 보다 54.6%가 올랐다. 반대로 한우 거래가격은 같은 기간 평균 9.9%가 내려갔지만 공급량이 크게 줄어 외식업체에서 웃돈을 줘도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돼지고기, 수입산도 부족하다”

외식업체 중에서는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업태가 식재료 수급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돼지고기 부산물을 주로 쓰는 외식업체의 경우 수입산 돼지고기로 대체하기 어려워 아예 휴업에 들어가거나 폐업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순대국에 주로 쓰이는 돼지 머릿고기의 경우 국내산 품귀현상이 나타나면서 수입산 가격이 크게 오르는 실정이다. 무봉리토종순대국체인본부에서 쓰는 돼지 머릿고기는 하루 2t. 지난해까지 전량 국내산을 썼지만 올해부터 1/100 수준인 200㎏만 국내산이고 나머지는 수입산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수입산 돼지 머릿고기 가격이 ㎏당 3천원에서 올 2월 들어 4500원으로 50%나 인상됐다. 같은 물량을 구매하는데도 가맹본부가 부담할 비용이 하루 3천만원 가까이 많아진 것. 한달 40t의 돼지 머릿고기를 쓰는 점을 감안하면 월 6억원 가까이 원재료비가 늘어난 셈이다.

무봉리토종순대국체인본부 김창국 생산물류팀 부장은 “당장 구제역이 종식돼도 돼지고기 생산량이 오는 9월에나 회복될 수 있어 어려움이 많다”며 “수입산 돼지 머릿고기 가격이 5월에는 적어도 ㎏당 5천원에 육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냉장육을 써야 품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돈가스전문점 업계도 돼지고기 품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돈가스ㆍ우동ㆍ스시전문점 코바코를 운영하는 (주)호경에프씨에서는 지난 21일부로 등심ㆍ안심 돈가스 등 일부 메뉴의 가격을 평균 1천원 올렸다. 지난해 연말부터 최근까지 가격인상을 참았지만 가맹본부에서 비축해둔 돼지고기 물량이 바닥나면서 판매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진 것.

또 당분간 돼지고기 수급 문제가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돈가스가 아닌 치킨가스, 생선가스 등을 주력메뉴로 내세우고, 돼지고기를 쓰지 않는 추가메뉴 개발에도 나설 방침이다. 원가 인상으로 일부 외식업체가 돈가스 품질을 떨어뜨리고 있지만 이곳에서는 가격을 올리고 후식 등을 제공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주)호경에프씨 차안열 전략기획팀 차장은 “판매가격을 올린만큼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지 못하면 매출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돼지고기 생산량 감소에 더해 일부 유통업자들이 공급가격을 올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같은 품질의 돼지고기라도 유통업자에 따라 ㎏당 최고 2천원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전반적인 돼지고기 가격 인상에 슬그머니 마진을 늘린 것이다.

가맹점 118곳을 거느려 한달에 쓰는 돼지고기가 20t인 생생돈가스 가맹본부 ㈜에버리치에프앤비에서는 이처럼 유통과정에서 부풀려진 돼지고기 가격으로 부담해야 할 추가비용이 최근 월 1억5천만원에 달했다. 이에 이 업체는 지역의 양돈농가와 돼지고기 공급 직거래 계약을 맺고, 이를 돈육 가공공장을 거쳐 가맹점에 납품하고 있다. 덕분에 대형마트에서 100g당 1500원에 판매하는 돈가스를 1천원 수준에 가맹점에 공급하고 있다.

㈜에버리치에프앤비 이승용 전략기획팀장은 “가맹본부에서 원재료의 유통단계를 최대한 줄여야 최근의 돼지고기 가격 인상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산 돼지고기, ㎏당 1천원 올라

삼겹살을 주로 취급하는 고깃집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를 중심으로 가격인상에 대처하고 있다. 꽁돈을 운영하는 (주)위두에서는 유럽산 돼지고기를 지난해까지 ㎏당 6천원에 공급받았지만 최근 7천원에 받고 있다. 이 영향으로 삼겹살 1인분 가격을 지난해 4800원에서 지난 1월 말 5500원으로 올렸다.

(주)위두는 자체 육가공센터, 배송차량 운영 등으로 삼겹살의 가맹점 공급가격을 낮추고 있다. 또 육류 30t을 비축할 수 있는 냉동창고 시설도 보유 중이며, 이는 꽁돈 가맹점에 15일간 삼겹살을 납품할 수 있는 양이다. 이를 올해 상반기 중으로 2배 규모인 60t까지 늘리도록 창고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주)위두 박경일 부장은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 급등이 수입산 고기의 가격까지 올리고 있다”며 “구제역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수입산 돼지고기를 쓰는 외식업체의 경영난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돈데이를 운영하는 (주)썬미트에서도 지난 21일 삼겹살 1인분 가격을 1천원 올렸다. 하지만 삼겹살의 가맹점 공급가격은 6개월간 올리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가맹본부가 식재료 가격 인상에 따른 비용부담을 진다는 것.

(주)썬미트 박상성 본부장은 “국내 축산업이 무너지면 해외 육류 수출업자들의 가격담합이 일어날 수 있어 외식업체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우선적으로 돼지고기 생산량이 정상화될 수 있게 최대한 정부가 지원하고, 가맹본부, 가맹점주는 함께 힘을 모아 메뉴의 판매가격 인상을 억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 쇠고기 가격도 대폭 올라

돼지고기와 마찬가지로 쇠고기 수입가격도 오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당 3달러7센트선(한화 약4200원)이었던 수입 쇠고기는 지난 1월 말 4달러8센트(한화 약5400원)로 올랐다. 수입량도 구제역이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해 11월 2만3109t보다 18.5% 늘어나 2만7393t이었다.

특히 호주산 쇠고기 가격 인상폭이 커 우려된다. 샤부샤부전문점 채선당을 운영하는 (주)다영에프앤비에 따르면 호주산 쇠고기 도매가격은 지난해 12월 전후로 10일마다 10%씩 올라 최근 ㎏당 1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당 5천원이던 것과 비교하면 가맹본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월 4억원이나 된다. 현재 이곳에서는 추가 비용 중 15%는 가맹점이 85%는 본부가 부담하고 있다.

(주)다영에프앤비 관계자는 “1월 초 15일간은 호주의 도축장이 일제히 휴업에 들어간 시기로 구제역 파동과 맞물려 호주산 물량 부족이 쇠고기 가격 인상의 원인이 됐다”며 “구제역이 마무리된 후에도 한우 생산량이 안정되는 내년 상반기에나 수급불균형이 완전히 해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우를 주로 쓰는 고깃집의 경우 도축, 가공, 유통 등의 사업을 병행하는 기업형 외식업체가 아니면 마땅히 대안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수년전부터 한우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자체 도축센터ㆍ유통회사 등을 운영하는 벽제갈비에서는 한우 공급량을 최대한 모기업 체인점으로 집중하고 있다. 또 갑작스러운 물량 부족사태에 대비해 늘 10일치의 육류를 비축하고 있다. 아울러 유통업자를 통해 공급받는 한우에 더해 직영 한우 사육농장에서도 한우를 공급받는 등 공급처를 다변화해 한우 품귀현상에 대처하고 있다.

수입산 대체 당분간 어려울 듯

이처럼 한우, 국내산 돼지고기 수급 불균형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당분간 수입산 육류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한국에 배정된 수출물량을 갑자기 늘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그로수퍼 이원석 본부장은 “아그로수퍼 돼지고기의 50%가 칠레에서 소비되다 보니 한국 수출물량을 갑자기 늘리기 어렵다”며 “빨라야 2012년에나 돼지고기 한국 수출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중국, 일본 등 한국 인접국가의 돼지고기 수요도 늘고 있어 물량 확보가 어렵다는 것. 국내 수입되는 삼겹살의 90%를 차지하는 아그로수퍼의 경우 지난해 한국으로 수출한 돼지고기는 2만3천여t이었다.

돼지고기와 달리 쇠고기 수입물량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의 경우 구제역 발생 전까지 월평균 7천t이 수입됐지만 지난 1월 1만1437t으로 200% 이상 늘어 호주산 쇠고기의 월평균 수입량 1만3179t에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돼지고기의 경우는 아그로수퍼와 마찬가지로 당장 수입량을 늘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육류수출협회 박정민 PR차장은 “한국의 구제역 확산에 따른 육류파동이 일시적인 현상이어서 수출업자들이 돼지고기 수출량을 늘리는데 조심스러워하고 있다”며 “3월 중으로 돈육제품 전시회를 열고 돼지고기 품목별 수요를 조사한 뒤 수출량을 늘릴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채소류ㆍ수산물 가격도 급등

이처럼 식재료 파동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정부는 최근 상반기 중으로 돼지고기 삼겹살 5만t을 무관세로 수입하기로 했다. 이는 평년 기준으로 연간 삼겹살 수입량 11만t의 절반에 가까운 양이다.

하지만 삼겹살 무관세 수입만으로 육류 파동을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식업계 종사자들은 삼겹살뿐만 아니라 머릿고기, 막창 등 돼지고기 부산물, 수입 쇠고기 등에도 일시적으로 무관세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 육류 파동으로 경영난을 겪는 외식업체에게 저금리로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고, 부가가치세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육류가격 인상과 더불어 채소류와 수산물 가격도 올라 외식업계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농산물 가격은 지난 23일 가락시장 도매가격 기준으로 특품 배추는 ㎏당 1492원으로 3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23일 1154원보다 29.3% 올라 상승세를 이어갔고, 특품 시금치는 ㎏당 2549원으로 같은 기간 46.5%가 올랐다. 애호박은 특품 기준 20개 2만1596원으로 13.6% 높은 가격에 거래됐으며 상품 당근은 20㎏ 한 상자가 2만7185원으로 0.6% 올랐다. 특품 풋고추는 10㎏ 한 상자가 5만9087원에 거래돼 3개월 새 2만4천원가량 가격이 뛰었다. 농산물 가격 인상의 요인으로는 이상기온에 따른 한파가 지목된다.

더불어 오징어, 고등어, 갈치 등의 수산물은 육류 소비의 대체제로 부상하면서 적게는 15% 많게는 가격이 150%나 뛴 것으로 나타났다.

신원철 기자 haca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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