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갈비집, 점심메뉴로 고객 발길 되돌렸다
닭갈비집, 점심메뉴로 고객 발길 되돌렸다
  • 신원철
  • 승인 2011.03.25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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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음밥ㆍ부대찌개 등 메뉴 돋보여
1990년대 전성기를 맞았던 닭갈비가 점심메뉴를 보강해 스테디셀러(steady seller)로 거듭나고 있어 주목된다. 닭갈비는 보통 대학가 등 젊은 층 고객이 많이 몰리는 지역에서 저녁 소주 안주로 인기를 끌었다. 이 때문에 점심시간 매출은 많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주방의 일거리를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도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는 점심메뉴를 앞세워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유가네의 닭갈비철판볶음밥은 점심 매출 보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유가네닭갈비에서는 철판볶음밥을 특화해 전체 매출의 40%를 볶음밥으로 올리고 있다. 이곳 볶음밥이 기존 닭갈비집의 메뉴와 다른 점은 닭갈비를 먹고 난 후 밥을 볶아 주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볶음밥을 별개의 메뉴로 내놓은 점이다. 이 철판볶음밥은 점심시간에 주로 팔리는데 지역에 따라 고객의 70%가 여성인 곳도 있다. 매운맛과 닭고기, 채소 등의 재료가 어우러진 맛이 인기의 비결이다. 닭갈비의 경우 자주 먹기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볶음밥은 자주 먹어도 고객들이 쉽게 질리지 않는 점이 장점이다.
유가네닭갈비에서는 또 닭갈비에 버섯 등 채소, 낙지ㆍ주꾸미 등 해물을 얹고, 매운맛을 부담스러워하는 고객을 위해 불고기 양념을 쓴 닭불고기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토핑으로 메뉴 다양화에 힘을 쏟고 있다.

본가 춘천닭갈비&부대찌개에서는 3년 전부터 부대찌개, 닭떡볶이 등의 메뉴를 기존 닭갈비, 막국수 등에 추가해 운영 중이다. 그 중 부대찌개는 하루 매출에서 20% 정도를 차지해 저녁에 치우친 매출구조를 개선하는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부대찌개를 닭갈비집에서 운영할 때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장점은 일손이 많이 필요치 않은 점이다. 재료를 가지런히 담아 고객에게 내놓기만 하면 돼 주방에서 따로 조리할 필요가 없다. 이에 더해 기존 닭갈비 조리시설에 불판 대신 전골냄비를 그대로 올려 조리할 수 있어 시설 활용도 면에서도 뛰어나다.
따라서 아르바이트 1명만 있어도 점심시간에 부대찌개 메뉴를 운영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이 점은 소주를 마시는 고객들로 인해 밤늦은 시간까지 영업해야 하는 닭갈비집 경영주가 체력적인 부담이나 인건비 지출에 대한 부담 없이 점심메뉴를 운영할 수 있게 해준다.

치열한 경쟁, 변화의 원동력 됐다

닭갈비집들이 이처럼 점심메뉴를 보강하고 나선 것은 외식업계의 경쟁심화, 불경기에 따른 매출감소, 식재료 가격인상 때문이다. 1990년대 닭갈비집은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트렌드 외식 메뉴 중 하나였다. 하지만 2000년이 넘어가자 돈가스 등 일본 대중식, 김밥전문점, 스파게티집, 피자집, 쌀국수집 등 다양한 외식메뉴가 등장하면서 인기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또 식재료 가격도 올라 1980년대 후식을 포함해 1인분에 4000원이었던 닭갈비 가격은 2000년 이후 1인분 7천원으로 2배 이상 뛰어 가격경쟁력이 떨어졌다. 여기에 더해 술을 적게 마시는 사회풍조까지 일면서 저녁 매출에 의존해온 많은 닭갈비집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것.

본가 춘천닭갈비&부대찌개를 운영하는 (주)신촌푸드 관계자는 “닭갈비집들이 점심 매출을 끌어올려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점포 임대료, 직원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불황기 외식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가 바로 점심, 저녁을 가리지 않고 균형 있게 매출을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식업계 전반에 몰아친 위기가 막국수에 머물던 부대메뉴 가짓수를 늘리고, 점심 매출을 보강하는 등 닭갈비집의 진화를 끌어냈던 셈이다. 경영난에 대처하기 위한 닭갈비집들의 전략적인 메뉴개발은 프랜차이즈화와도 맞물려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닭갈비집은 10여곳. 이들 가맹본부에서는 닭갈비 소스를 개발해 가맹점에 공급하고, 시설ㆍ서비스 등의 표준화에 앞장서고 있다. 본부 중에는 닭고기에 소스를 입혀, 일정 시간 숙성시킨 뒤 진공포장해 가맹점에 공급해 닭갈비를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게 한 곳도 있다.

유가네닭갈비를 운영하는 바이올푸드 관계자는 “유행이 지난 다음에도 닭갈비가 고객들에게 외면받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가맹본부를 중심으로 맛, 위생, 시설 등의 표준화가 활발했기 때문”이라면서 “또 매뉴얼ㆍ운영 시스템 등으로 주방의 일손을 최대한 줄인 결과 효율성을 높인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신원철 기자 haca13@

<인터뷰>박준영 바이올푸드 가맹사업본부 팀장
“닭갈비집, 가맹본부의 체계적인 물류유통으로 경쟁력 극대화”
주방 최소화ㆍ반찬 셀프바 이용으로 좌석수 확보
▲닭갈비집이 유행의 거품이 꺼진 뒤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 비결이 뭔가?
- 유행이 꺼지면서 많은 고객이 발길을 돌렸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장점도 있다. 닭갈비집의 수가 줄어들어 내부경쟁이 덜해진 점이다.
또 누구라도 한번쯤은 먹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닭갈비가 한국인에게 익숙한 음식이라는 장점은 여전하다. 실제로 닭갈비집 업계에 따르면 1990년대까지 20대가 대부분이었던 닭갈비집 고객은 최근 30~50대까지 연령대가 넓어지고 있다.

▲닭갈비 메뉴가 다양해지는 점도 돋보인다.
- 기본적으로 매운 양념에 닭고기를 볶아먹는 점에는 변화가 없지만 다양한 재료를 토핑해 변화를 추구하는 닭갈비집이 늘고 있다. 고객의 입맛이 그만큼 다양한 것을 추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단순히 닭고기를 소스에 묻혀 볶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숙성시키는 점이 달라졌다. 돼지갈비처럼 양념이 깊게 배도록 해 맛이 더 좋아졌다. 이 점은 유가네닭갈비만의 노하우이기도 하다.

▲매장의 대형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닭갈비는 점심, 저녁 시간에 고객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좌석수가 부족하면 충분한 매출을 올리기 어렵다. 최근 닭갈비집 브랜드를 내는 가맹본부들은 주방을 최소화하고, 체계적인 물류유통을 통해 좌석수를 최대한 확보하고 있다.
그만큼 매장 운영에서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외식업체의 생존에 필수요소가 됐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닭갈비집의 프랜차이즈화는 앞으로 더 활발해질 수 있다.

신원철 기자 haca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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