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까야, 숯불구이 도입하고 맥주 직거래
이자까야, 숯불구이 도입하고 맥주 직거래
  • 신원철
  • 승인 2011.03.31 0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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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업그레이드ㆍ온도 관리로 눈길 끌어
▶ 이자까야가 메뉴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신천의 불빠는 일본식 숯불구이를 앞세워 여심을 잡고 있다.
이자까야가 진화하고 있다. 2000년대 초 일본식 선술집인 이자까야가 단순히 일본풍 대중식을 고객들에게 소개해 큰 인기를 끌었다면 최근의 이자까야는 요리의 전문성을 더 살려 마니아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주방에서 조리해 나오는 숯불구이

서울 신천의 불빠(Bull Bar)에서는 튀김, 스시, 꼬치구이 등으로 대표되던 이자까야 메뉴 대신에 일본 생맥주와 잘 어울리는 숯불삼겹살ㆍ숯불닭갈비 등 구이메뉴를 내놓고 있다. 기존 이자까야에서 취급하던 일본음식의 틀을 과감히 벗고 일본 현지의 고객들이 즐겨 찾는 메뉴를 도입한 것. 더불어 나가사끼짬뽕, 주먹밥, 샐러드와 곁들인 치킨 등 한끼 식사가 가능한 일본식 메뉴도 갖추고 있다. 메뉴 중에는 매운맛을 잘 살린 것들이 대부분. 불빠라는 브랜드 이름이 숯불구이, 매운맛 요리를 메뉴 구성의 중심에 둔 데서 나왔다. 이곳에서는 또 일본식 숯불구이를 내놓는데 그치지 않고 주방에서 고기를 모두 구워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직장인 여성들이 불빠의 주요 고객으로 불판에서 고기를 구우면서 옷에 냄새가 배는 것을 피할 수 있어 선호한다.
매장은 한번에 30여명이 들어갈 수 있으며 이는 매장 규모보다는 좌석 수가 많은 것이다.

숯불고기를 취급하면서도 테이블에 화로를 설치하지 않다 보니 일반 고깃집과 비교하면 테이블이 작은 덕분이다.

이렇게 깔끔한 음식, 일본맥주에 더해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등을 갖춘 점은 최근 주류 소비의 핵심고객으로 부상하는 여성들과 잘 맞는다.

취하기 위해 술을 마시기보다는 가볍게 마시고, 맛있는 요리와 함께 즐기는 여성 고객들의 소비 트렌드를 잘 반영했다는 평이다.

생맥주의 맛 최고로 유지해주는 4.5℃

2009년 브랜드를 론칭해 10여곳 직영점을 운영 중인 아사칸은 이자까야 호프를 표방한다. 일본에서 이자까야는 사케 중심으로 운영되고, 국내의 이자까야도 일본맥주보다는 국산 소주, 맥주 등이 주로 팔리고 있는 반면 아사칸에서는 전체 매출의 60%를 아사히생맥주 판매로 올린다. 나머지 40%가 음식 판매에 따른 매출이다. 아사칸의 가장 큰 장점은 매장 운영과 메뉴 구성을 철저하게 아사히생맥주 판매에 둔 점이다. 주류제조사인 아사히맥주와 제휴해 중간유통단계 없이 직거래로 맥주를 공급받아 시중에 유통되는 아사히생맥주보다 가격이 30% 정도 저렴하다.

직거래로 얻는 이점은 저렴한 가격만이 아니다. 아사히생맥주의 맛이 최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온도는 4.5℃. 이 온도를 제조 후 고객에게 내놓을 때까지 일정하게 유지하는 관리 매뉴얼을 아사히맥주로부터 전수받았다. 아사칸 매장에는 맥주의 온도관리를 전담하는 매니저도 배치돼있다.

아사칸 측이 이처럼 맥주의 온도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맥주 온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효모가 죽고, 또 온도가 너무 낮으면 효모가 활성화되지 않아 맥주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적인 온도관리는 일본맥주와 국산맥주의 맛 차이를 만드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도 꼽힌다. 아사칸에서는 온도관리뿐만 아니라 술을 잔에 따르는 요령, 맥주거품이 풍부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노하우도 아사히맥주로부터 배웠다.

뜨거운 여름 냉장배송이 아닌 일반 트럭배송으로 맥주를 공급받아, 적정 온도에 맞추지 않고 냉장고에 맥주를 보관하는 맥주호프가 대부분인 것과 대비된다.

아사칸이 이자까야 호프를 내세우는 또 다른 이유는 모든 메뉴의 맛, 간 등을 철저하게 맥주 맛에 맞추기 때문이다. 이곳의 주력 메뉴는 오꼬노미야끼로 시중에 판매되는 것보다 짠맛, 진한맛이 덜하다. 또 전체적으로 메뉴 구성을 봐도 양념이 강한 음식보다는 식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주)아사칸 관계자는 “국산맥주는 진하고 강한 맛이 특징이라면 아사히생맥주는 부드러운 맛이 강점”이라며 “아사칸의 모든 메뉴는 일본 요리지만 지나치게 달거나 느끼한 맛을 배제하고 순한 맛을 내 맥주와 잘 어울리게 했다”고 설명했다.

신원철 기자 haca13@

<인터뷰>배윤준 (주)아사칸 메뉴개발팀장
“일본 대중식의 현지화, 음식의 개성 뚜렷하게 유지해야”
▲수많은 이자까야식 주점이 유행의 거품이 꺼진 후 사라졌다. 원인이 뭔가?
- 국적이 불분명한 퓨전음식이 고객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아사칸에서는 중식, 일식, 한식 등을 각각 전문 조리사별로 개발하도록 했다. 개성이 뚜렷할수록 메뉴의 수명은 길어진다.
또 주점에서 취급하는 술의 특성을 잘 분석하고 여기에 맞는 메뉴를 개발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부족했다. 술과 어울리는 요리는 술맛을 더해주지만 잘 맞지 않는 요리는 술맛을 떨어뜨린다.

▲일본 대중식이 최근 인기다. 외식업체에서 일본 대중식을 취급할 때 주의할 점은?
- 보통 일본 대중식을 도입할 때 국산 식재료에 맞춰 레시피를 개량하기 어렵다. 일본과 한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이 있듯이 식재료도 비슷해 보이지만 특성이 조금씩 다르다. 따라서 이 차이를 감안하고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있으려면 연구ㆍ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조리사들이 가장 놓치기 쉬운 점은 음식에서 개성이 사라지는 점이다. 한식, 중식, 일식은 사실 기본적인 조리법이 비슷하다. 간장, 식초, 고추, 소금 등을 주로 쓰다 보니 재료의 비율에 따라 일본초밥에 쓰이는 초대리가 될 수도 있고, 중국음식인 탕수육 소스가 되기도 한다.
레시피를 개량할 때는 식재료의 맛을 살릴 것인지, 양념ㆍ향신료의 비중을 높일 것인지를 먼저 결정하고, 음식에서 개성이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본 현지의 외식업체에서 수년간 조리사로 활동했다. 일본으로부터 배울 점은?
- 예약문화다. 일본인 대부분이 예약하고 외식을 즐기다 보니 외식업체에서는 계획성 있게 조리를 할 수 있고, 또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인들은 예약을 선호하지 않는데다 주문 후 음식이 빨리 나오기를 바란다. 급하게 내놓는 음식의 맛은 아무래도 떨어진다. 따라서 한국도 예약문화가 외식업계 전반에 정착돼야 음식의 맛, 서비스 품질 등이 더 나아질 수 있다.
신원철 기자 haca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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