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일본대중식업계 식재 파동 부른다?
대지진, 일본대중식업계 식재 파동 부른다?
  • 신원철
  • 승인 2011.04.21 0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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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의존도 높을수록 수급난 우려…레시피ㆍ식재료의 현지화 시급
최근 중국이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로 일본산 식품의 수입을 사실상 전면 중단했다. 또 한국 정부도 일본산 식재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짐에 따라 수입 중단 품목을 늘리고 나서 관련 외식업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청장 노연홍)은 일본 후쿠시마현의 제1원전 사고로 방사성 물질 누출이 확산되자 지난 14일 이곳에서 생산되는 버섯류에 대해 잠정 수입 중단 조치했다. 이는 지난 3월 25일과 4월 4일 후쿠시마현, 이바라키현, 토치키현, 군마현, 지바현의 엽채류 등의 수입을 중단한 이후 후속조치다.
수입이 중단된 일본산 식재료는 현재 엽채류, 순무, 버섯류 등으로 식약청은 이후에도 일본 정부가 새로 출하를 제한하는 품목에 대해 국내 반입을 막을 계획이다.

이처럼 우리 정부가 방사능 오염 우려가 있는 식재료 수입을 중단하고, 외식 소비자들도 일본산 식재료를 기피하고 있어 일본대중식 메뉴를 취급하는 외식업체들이 식재료ㆍ레시피를 현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사능 오염 우려, 단기간 종식 어렵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대중식전문점들은 최근 일본산 식재료의 방사능 오염 우려에 대처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산 식재료의 의존도가 높은 일본대중식 브랜드 가맹본부 중 한 곳은 최근 일본산 식재료 사용을 전면 중단했다. ‘방사능 오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정부의 발표가 잇따르고 있지만 만에 하나 고객의 건강에 이상이 생길 경우 브랜드에 끼칠 악영향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곳은 가맹점에서 6개월간 쓸 수 있는 식재료를 비축해 놓은 상태. 향후 일본 방사능 오염 사태의 추이에 따라 일본산 식재료를 추가로 수입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수산물을 활용하는 메뉴의 경우에는 지난 1일부터 대체메뉴 개발에 나섰다. 이르면 3개월 내에 기존 메뉴와 교체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수를 대량 인근 해역에 방출함에 따라 일본산은 물론 국내산까지 수산물 전반에 대한 국민의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방사능 오염에 대한 불안감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가맹본부에서 식품안전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면 가맹점이 경영난에 처할 수도 있어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대중식의 레시피ㆍ식재료 현지화 바람 불 듯

반면 일본대중식전문점 중에서도 식재료의 국산화, 메뉴 레시피의 한국화를 추구한 업체들은 최근의 사태에도 영업에 큰 지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고된다.

돈호야를 운영하는 (주)퍼스트에이엔티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식재료를 일본산 이외의 것을 쓰고 있다. 돈부리의 철저한 한국화를 표방해온 터라 일본산 식재료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또 인테리어 디자인을 비롯한 브랜드 콘셉트에서도 일본풍을 강조하지 않아 가맹점을 방문하는 고객들의 일본음식에 대한 불안감이 심하지 않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퍼스트에이엔티 이주상 본부장은 “브랜드를 론칭할 때부터 시중 돈부리보다 30% 저렴하게 메뉴를 판매하기 위해 일본산 식재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왔다”며 “또 일본식 절임식품은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제조되는 것이 많아 충분히 일본산을 대체할 수 있어 식재료 수급에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채선당의 누들앤돈부리를 운영하는 다영에프앤비도 돈부리 소스 일부를 제외하면 90% 이상의 식재료를 일본산 이외의 것을 쓰고 있다. 일본산 돈부리 소스의 경우에도 일본기업이 중국에 세운 생산 공장을 통해 납품받고 있어 방사능 오염 우려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곳에서는 또 최근 지난해 7월 물량부족으로 일시적으로 구매했던 일본산 가리비를 전량 중국산으로 대체했다.

다영에프앤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서 운영하는 일본대중식 브랜드 대부분은 최근의 일본산 식재료 수급문제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추세”라며 “자체 R&D팀을 통해 국내산 식재료로 메뉴를 조리할 수 있게 레시피를 개발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원전사고 회복에 최대 9개월…일본산 식재료 수급난 오나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이 일본대중식의 현지화에 주력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식재료 수급이 불안정해지고 있는 점이다. 일본산 식재료 전문 유통업체 모노마트에 따르면 일본 내 도로 등 유통망 붕괴, 일본산 식재료의 통관절차 강화 등으로 현재 식재료 수급양이 품목에 따라 평년 수준보다 심하게는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

부산을 통해 수입되는 일본산 식재료의 경우 방사능 오염 여부 검사로 인해 통관기간이 길게는 10일이나 걸리고 있다. 일본에서 수입되는 식품의 경우 전 품목에 대해 오염 여부를 검사하다 보니 관세청의 업무가 가중된 결과다.

이미 지난 3월 말부터 일반 소매용 일본산 식재료는 수급이 어려운 상태. 외식업체 등 B2B 거래용 식재료의 경우 수입ㆍ유통업체에 따라 최대 5개월 치의 비축량이 있어 아직 공급난이 심각하지는 않지만 일본 원전사고가 길게는 9개월이나 돼야 완전히 해결될 수 있다는 일본 내 원전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옴에 따라 수급난이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국내 외식업계에 저가격, 고품질 메뉴 개발 바람이 불면서 상대적으로 원가가 비싼 일본산 식재료를 쓰기 어려운 점도 일본대중식을 취급하는 외식업체의 식재료ㆍ레시피 현지화를 부추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일본산 식재료의 국산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외식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식재료 유통업계에 따르면 일식에 들어가는 식재료 중 일본산 제품과 같은 맛과 품질을 낼 수 있는 국산 제품은 전체 시장 유통량의 20%에 불과하다.

태명종합식품 관계자는 “일본산 제품과 같은 맛을 내려면 일본 농수축산물로 식재료를 생산해야 해 제조원가가 높아지는 점이 문제”라며 “나라별로 농수축산물의 맛, 품질이 미묘하게 다른 점을 기술적으로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원철 기자 haca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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