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0주년 특별기획> 영혼을 지키는 식당
<창간10주년 특별기획> 영혼을 지키는 식당
  • 김병조
  • 승인 2006.04.2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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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 잘 먹고 갑니다!”
본지에서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아름다운 정신으로 결코 늙지 않는 5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음식점들을 찾아보았다.
국내 음식점의 역사는 100년 정도로 추정되며 오늘날의 식당의 기원은 삼국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90년 신라 경주에 시장이 처음으로 등장하고 상업과 교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짐으로써 상인들을 위한 숙식의 장소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오랜 세월 동안 민초들과 함께했던 주막에서부터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던 음식점이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단절될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잔재로 인해 대물림을 기피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해방 전후로 음식점들이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 가운데 약 100여개 미만의 업소들이 맛과 정성이라는 진실에 세월을 녹여 아직도 젊은 운영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조사한 바에 의하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음식점은 10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종각 역 인근의 ‘이문설렁탕’으로 1903년에 문을 열었다. 그 뒤를 1918년 영업을 시작한 경기도 하남시의 ‘마방집’, 1924년 문을 연 함양집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장수 업소에서 판매하는 음식은 곰탕, 설렁탕, 추어탕 등 탕 종류가 월등히 많았으며, 한정식, 불고기, 냉면 등 전통음식이 대부분이었다. 지역적인 특색을 나타내거나 이채로운 업소로는 경상북도 예천에서 청포묵밥과 탕평채를 주 메뉴로 하는 ‘청포집(1954)’, 최초의 자장면 집으로 1948년 영업을 시작한 경기도 수원시의 ‘만빈원’이 눈길을 끌고 있다.
50년, 험난했던 세월의 언덕을 넘어 아직도 역사를 쓰고 있는 이들 업소의 비결은 도대체 무엇일까? 손님마저 주인을 닮아버린 지천명을 지난 이들 업소의 정신을 알아본다.
“주인장 잘 먹고 갑니다!”

100년의 맛을 이어 간다
이문설렁탕
음식점이 몰려있는 지역에서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원조집.
정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이문설렁탕 간판에는 ‘설렁탕의 원조’라는 문구가 생략돼 있다. 굳이 원조임을 설명하지 않아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문설렁탕은 1903년에 홍씨 성을 가진 사람이 구 화신백화점 뒤쪽의 한옥에서 시작, 그 뒤 양씨가 운영하던 것을 1960년에 유원석 씨가 인수했으며 지금은 그의 아들 전성근 씨가 맥을 잇고 있다.
현존하는 식당 중에 가장 오래된 종로의 이문설렁탕은 지금도 일평균 500여 그릇의 설렁탕으로 고객들의 마음을 녹이고 있다.
이곳의 100년 장수 비결은 100년 전의 맛을 그대로 재현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설렁탕의 맛을 좌우하는 육수는 사골과 양지, 도가니, 머리고기를 넣고 사흘에 걸쳐 끓인다. 하루는 고기의 핏물을 빼고 다음날은 하루 종일 삶은 뒤 그 다음날이 되어야 고객에게 제공한다. 이 과정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핏물을 빼는 작업이라고. 미지근한 물에 고기를 하루동안 담궈 놓고 다음날이 되면 펄펄 끓는 물에 사골과 고기를 넣는다. 2개의 솥에서 총 16시간 정도 끓이는데 아침 6시에 시작해 밤 10시까지 끓여내는 것이 보통이다.
한 개의 솥에는 양지를 넣고 1~2시간 정도, 다른 솥에서는 도가니와 머릿고기를 넣고 1시간 정도 압력을 넣어 끓인 뒤 이 두개의 육수를 배합해 고객에게 제공한다.
개운하고 구수한 도가니와 머릿고기로 깊은 맛의 설렁탕이 강점이다.
100여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터라 손기정, 박헌영, 김두한 등 당대에 유명한 사람들이 단골이었고, 지금도 젊은 사람들 보다는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더 많이 드나드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의 단골고객은 평균 나이가 70세 정도며 나이 지긋한 단골고객들을 위해 업소 측에서는 전화번호를 받아 둬 안부전화를 하기도 한다고.
시대에 부합하는 메뉴개발과 가족적인 분위기
한일관
한일관은 창업주인 신우경 씨가 1939년 부산에 ‘화선옥’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업소로 그 후 1945년부터 종로구 청진동에서 한일관이라는 상호로 영업을 해 오고 있다.
창업주가 돌아가신 후에 그의 딸 길순정 씨가 운영하다 지금은 길순정 씨의 두 딸인 김은숙, 김이숙 대표가 운영하며 3대째 영업 중이다.
궁중음식 너비아니를 지금의 불고기라는 대중적인 메뉴로 첫선을 보인 이곳은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으로 대표되는 냉면의 서울식 맛을 개발한 곳이자 비빔밥과 갈비탕, 만두의 맛을 이어가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업소로 자리매김했다.
한일관의 오랜 전통은 세월에만 편승해 온 것이 아니다.
시대에 맞게 메뉴개발을 적절히 실시해 왔는데 지난 1997년 김은숙, 김이숙 대표가 재 오픈 당시 코스형태의 점심 상차림을 출시한 것이 가장 주목할 말한 점이다.
이 메뉴는 기존 한정식 보다 저렴한 가격이지만 퀄리티는 높이고 7가지 음식으로 구성된 메뉴. 등심와인너비아니구이(죽, 동치미, 계절야채, 점심상차림 요리2가지 등심와인너비아니, 비빔밥, 냉면, 만둣국, 된장찌개 중 선택), 참숯갈비산적너비아니구이 상차림, 낙지볶음상차림 등의 점심상차림과 갈비탕, 육개장, 비빔밥 등의 일품식사, 구이류, 황태구이, 해물파전 등의 전식, 한일관상차림 등이 이곳의 메뉴다.
한일관은 70여년의 세월과 함께 희로애락을 같이 해온 직원들도 오늘을 있게 한 근간이 됐다. 현재 이곳은 20년 이상 근속 직원 수만 10여명, 전 직원의 평균 근속년수는 7~8년 정도.
한일관은 앞으로도 최고의 맛에 최고의 서비스로 한국의 맛과 멋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말(馬)도 쉬어가던 향토음식전문점
마방집
1918년 주막 형태로 문을 열어 8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변함없는 친숙한 맛과 서비스로 옛것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향토음식전문점 마방집.
마방집은 옛날 선비들이 시골에서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치르기 위해 가던 중 타고 온 말이나 우마차 등이 쉬어가는 곳이라 해 마방(馬房)집이라고 불리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80년여 전 마방집은 끼니를 때우기 위해 들러 가는 곳으로 화물차나 농수산물 운전자들이 많이 이용했으나 1980년대 중반 자동차 보급률이 높아지고 레저 붐이 일면서 색다른 음식을 찾는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향토지적재산권을 획득하고 있는 이곳은 옛날 서민들이 먹었던 음식을 그대로 재현해 내고 있는데 가마에 지은 밥, 토속된장찌개, 20여 가지의 맛깔스러운 반찬으로 세월의 무게 속에서도 이곳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특히 마방집의 맛은 직접 담가 사용하는 장맛으로 일축할 수 있는데 토속 된장찌개는 1년을 묵힌 토종 된장으로 구수하면서도 깊은 맛을 느끼게 한다.
주 메뉴는 한정식, 꽁보리밥(8500원)이며 한정식에는 뿌리씀바귀, 콩나물, 미나리, 취나물, 근대, 도라지 등의 산나물을 제공한다. 소불장작구이, 더덕구이, 보김치, 영광굴비 등의 메뉴도 변함이 없다.
80여년이 지난 현재 마방집의 변한 것은 광주, 용인, 이천으로 통하는 매장 앞 도로가 넓혀진 것과 한정식 가격이 8500원인 것뿐이다.
손수진 기자 star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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