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로 보는 10년史-Ⅰ>식품안전사고 대부분 ‘행정미숙’이 자초
<사건사고로 보는 10년史-Ⅰ>식품안전사고 대부분 ‘행정미숙’이 자초
  • 김병조
  • 승인 2006.05.04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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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말린 통조림’, ‘불량 만두소’, ‘기생충 알 김치’, 최근 10년 사이 국민들에게 엄청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며 식품안전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킨 대표적인 ‘사건’들의 별칭이다. 그러나 이들 사건들은 모두 결과적으로는 원인 제공자였던 업체들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이를 적발해서 발표하고, 처리한 관련기관의 ‘행정미숙’이 자초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업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 것은 물론, 무고한 생명까지 앗아가기도 하면서 말이다.

선정 언론+부화뇌동 행정당국 ‘졸작’에 관련산업 ‘홍역’

■ 한건주의 대표 사례 된 포르말린 골뱅이 통조림 누명 = 1998년 당시 모든 신문과 방송은 ‘인체에 치명적인 포르말린으로 처리한 골뱅이 통조림’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검찰이 포르말린을 첨가한 골뱅이와 번데기 통조림을 제조한 혐의로 3개 식품회사 대표 및 공장장 4명을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했다는 내용이었다.
통조림 제조업체들은 수백 만 개의 제품을 반품 받아 폐기처분했고, 곧바로 이어진 IMF 한파 속에 녹슬어 버린 공장 설비를 뒤로 한 채 폐업신고서를 제출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00년 9월, 대법원은 1, 2심과 마찬가지로 업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생산한 제품에서 포르말린의 구성 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 포름알데히드는 자연 상태의 식품에도 원래 존재하며 인체에 무해한 천연 포름알데히드일 가능성이 있어 인위적으로 합성 포름알데히드를 첨가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불량식품 제조업자’들은 2년여 만에 누명을 벗었지만 모든 재산과 가족을 잃은 억울함과 고통 속에서 살아야만 했다.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수사기관의 치밀하지 못한 수사가 만들어 낸 ‘한건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다.

■ 방송 조작 가세한 불량만두소 파동 = 2004년 6월에 발생한 ‘불량 만두소’ 사건 역시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과 너무나 흡사하다. 수사기관이 검찰이 아닌 경찰이라는 것 외에는 크게 다를 바가 없다. 6월 6일 현충일이자 일요일, 가족이 오붓이 둘러 앉아 평소처럼 만두를 즐겨 먹고 있을 시간, TV화면에서는 경찰 발표를 근거로 시중 유명 만두에 들어가는 만두소가 ‘쓰레기 만두소’라는 충격적인 뉴스가 보도됐다.
경악한 국민들은 ‘쓰레기 만두소’로 만두를 제조한 회사를 밝히라고 요구했고, 식약청은 조사 결과 25개 업체가 문제의 ‘쓰레기 만두소’로 만두를 제조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들 업체 모두에게 영업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을 해당 지자체에 요구했다.
백화점 식품코너에서는 만두 판매대가 사라지고, 중국집에서 서비스로 제공하던 군만두도 자취를 감추었다. 관련 업체 두 곳이 부도를 냈고, 한 업체의 젊은 사장은 한강에 몸을 던져 자살까지 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했는가. TV화면에 비쳐진 ‘쓰레기 만두소’ 제조 장면은 방송사가 조작한 선정적 보도로 밝혀졌고, 만두제조업체들이 공급받은 만두소는 제조과정에 위생처리가 다소 비위생적이었을 뿐 자투리 단무지로 만든 만두소에 지나지 않았다.
식약청이 당초 영업정지 1개월로 내린 행정처분은 관련 업체들의 이의신청으로 결국 14개 업체는 무혐의, 11개 업체는 시정명령으로 정정됐다. ‘불량만두’ 사건은 결과적으로 전문성 없는 경찰의 ‘한건주의’와 이에 부화뇌동한 식약청의 ‘행정미숙’이 빚어낸 해프닝에 불과했다.

■ 수출길 까지 막은 기생충알 김치 파동 = 2005년 10월, 국민들은 또 한번 먹거리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과 혐오감을 맛보게 된다. ‘기생충 알 김치’ 파동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작품’의 ‘감독’은 식약청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이 국정감사 중에 중국산 수입김치에서 납 성분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폭로하자 식약청은 중국산 수입김치에 대한 수거검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납 성분은 검출되지 않고 기생충 알이 검출된 것. 이를 발표하자 여론은 국산김치는 문제없는가에 쏠렸고, 식약청은 국산김치에 대한 수거검사를 실시한 결과 502개 제품 중 3.2%인 16개 제품의 국산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기생충 알 검출이 확정된 시점에서 해당 제품을 압류 및 회수 조치를 취하고, 사전 검사 없이 유통 후 기생충 알이 검출된 업체는 행정처분을 하겠다고 했을 뿐 당시 적발된 업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행정처분도 내리지 않았다. 뒤집어 말하면 기생충 알이 검출됐지만 법적 처벌의 근거가 없었던 것이다.
국민들은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김치를 외면했고 집에서 직접 담아 먹는 풍조가 확산돼 산지 배추값이 금값이 되고, 김치 제조회사들은 매출이 급락했다. 청와대에 납품까지 하던 회사마저 거래처가 일시에 80%가 떨어져 나갔다. 뿐만 아니라 한류열풍으로 일본 시장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국산김치의 수출 길마저 막혀버렸다.
농산물 원료에서는 어느 정도의 기생충 알은 있기 마련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먹는 상추와 배추 등에서도 기생충 알이 검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며, 그런 현상은 친환경 유기농산물일수록 가능성이 더 높다는 해석이다.
결국 ‘기생충 알 김치’ 사건은 지나치게 안전만은 강조, 식품산업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하지 않은 경제 마인드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병조 기자 b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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