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정통 에스프레소를 드셔 보셨나요?”

서울 학동역 인근에서 커피전문점 ‘트루칠로’(TRUCILLO)를 운영하는 이 마리아(Lee Maria) 대표는 자신의 매장을 처음 찾아준 고객이나 교육생들에게 항상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 같은 질문에 모두들 먹어봤다는 답변을 하지만 이 대표가 추출한 에스프레소 한잔을 시음하면 금세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동안 먹어왔던 에스프레소와는 풍미도, 넘치는 향기도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반응에 이 대표는 이렇게 귀뜸해 준다. “커피 종주국인 이탈리아에서 인정한 정통 에스프레소 맛이기 때문입니다”

이 마리아 대표가 이탈리아 커피에 매료된 것은 1992년으로 거슬러 간다. 국내에 원두커피가 생소했던 당시 ‘커피앤디자인(Coffee&Design)’을 설립, 다수의 커피전문점 컨설팅업무를 해왔던 그녀는 국내 최고의 커피전문가로 인정을 받고 있었다. 또한 국내에 스타벅스가 유입되던 1999년의 일년전, 이미 서울 명동 등지에 ‘컵&글라스(Cup&Glass)‘라는 커피전문점을 직영으로 20여개까지 운영하고 있었다.

커피전문가로 승승장구 해왔던 그녀였지만 1999년 커피인생에 큰 변화가 생긴다. 바로 이탈리아 커피원두였던 ‘트루칠로(TRUCILLO)’를 만난 것이었다.
1999년 당시 전 세계 커피시장은 ‘스타벅스’의 독주로 사실상 미국식 커피가 시장 대부분을 잠식, 커피종주국인 이탈리아의 자존심이 말이 아니었다.

이때 이탈리아는 뒤늦게나마 자국의 우수한 커피를 홍보하기 위해 1998년 ‘INEI(Istituto Nazionale Espresso Italiano/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국가 기관)’를 설립한다. 이후 1999년 INEI는 이탈리아 커피 맛을 과학적으로 연구해 표준화시켜 ‘Espresso Italiano Certificato’(인정받은 이탈리아 에스프레소/이하 EIC)라는 규격을 만든다. 또한 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적의 커피원두와 머신에 ECI마크를 부여한다.

ECI마크는 이탈리아 정부가 인증한 마크인 만큼 현재까지 이탈리아의 자존심이 담긴 커피관련 제품에만 부여되고 있으며 ‘트루칠로’는 ECI마트를 도입했던 초기, 1999년 ECI에 선정된다. 그만큼 품질 면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으며 현재까지도 ECI마크를 유지하며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인연으로 당시 ‘트루칠로’ 원두로 추출한 커피를 시음하게 된 이 대표는 커피에 대한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됐을 정도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하지만 문제는 ‘트루칠로’ 원두를 사용해 추출을 시도해 봐도 이 대표의 능력으로는 시음당시의 맛을 재연하지 못했다. 제품은 ECI것을 사용했지만 추출방식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잘못된 커피를 전하고 있었다는 자괴감에 이 대표는 과감히 국내 커피전문점 사업을 접고 이탈리아 현지로 가 다시금 커피를 배우게 된다. 무려 6년간 INEI가 정한 기준에 적합한 에스프레소 한잔의 맛을 내기 위해 공부했다는 그녀는 2010년에 와서야 INEI와 IIAC(Istituto Internazionale Assaggiatori Caffe/이탈리아 바리스타 협회)가 인증한 바리스타 자격증 2개를 국내 최초로 획득하게 된다.

고진감래라고 했을까? 이 덕분에 이 대표는 IIAC를 양성할 수 있는 T.C.F(TRUCILLO Trucillo Centro Formazione)이탈리아 커피학교의 국내 운영권과 ‘트루칠로’ 원두의 국내 독점권을 얻게 된다. 또한 2010년 1월부터는 서울 학동에 작지만 알찬 ‘트루칠로’ 커피매장을 오픈하고 이탈리아 커피를 보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진정한 이탈리아 에스프레소는 설탕 없이도 부드럽고 풍부한, 또 달콤한 맛을 창출해 낸다”며 “커피 종주국답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에스프레소 맛을 내는 것이 이탈리아 방식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커피문화의 확산으로 이탈리아 커피원두가 대거 보급되고 있지만 정작 이탈리아 정통 에스프레소 맛을 경험하지 못한 바리스타들이 많다”며 “트루칠로의 현재 매장은 작지만 이탈리아 정통 에스프레소의 확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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