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값 인상 억제에 ‘벙어리 냉가슴’
음식값 인상 억제에 ‘벙어리 냉가슴’
  • 김성은
  • 승인 2012.02.27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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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비 고공인상에도 제품가격 반영 안돼
물가관리실명제 카드까지 꺼낸 정부의 강력한 물가안정 의지에 외식업계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식재료비, 인건비, 유가, 물류비 등 원재료비가 인상됐지만 이를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지속돼 온 원재료비 인상으로 외식기업들의 경영실적이 사실상 한계상황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국내 대부분의 외식기업들은 지난해 상반기 제품가격을 인상했고 이어 올 초에도 가격인상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서민경제의 바로미터 격인 ‘외식가격’의 인상을 억제하는 분위기를 띠고 있어 외식기업들은 가격인상을 미루거나, 인상시기를 놓고 정부 눈치만을 보고 있는 입장이다.

●가격인상 없이 수익내기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제품가격을 인상한 외식기업들은 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낙인찍히는 등 가격인상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루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맥도날드, 버거킹, KFC 등이다.

맥도날드는 지난 1일 아침메뉴인 ‘소시지에그맥머핀세트’와 ‘베이컨에그맥머핀세트’를 3천원에서 3200원으로, 런치세트인 ‘불고기버거세트’는 3200원에서 3400원으로 제품가격을 200원 인상시켰다.

버거킹도 최근 3300원이던 ‘와퍼’를 3500원으로 인상하는 등 햄버거 가격을 일부 올렸다.

KFC도 지난해 12월 그릴맥스버거 등 햄버거 5종과 샐러드 2종의 가격을 100원씩 인상했다.

이에 대해 맥도날드 관계자는 “전체적인 인상률은 1.26%”라며 “일부 제품만 인상됐을 뿐 ‘빅맥’등 인기메뉴의 가격은 인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가격인상과 관련 지적을 받고 있는 ‘맥모닝세트’도 4가지 제품 중 2개 제품만 인상했을 뿐, 가격인상 시기는 맥모닝세트 출시 이후 5년 만에 이뤄진 것”이라며 “최근 커피를 비롯한 원재료비의 급상승으로 부득이하게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버거킹과 KFC를 운영하는 SRS코리아 관계자도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가격인상을 미뤄왔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식재료비가 폭등해 고심 끝에 가격인상을 단행했다”고 강조했다.

●식재료비 고공인상 “우리가 물가인상 주범 아니다”

업계 측의 이 같은 주장은 실제 농수산물 가격인상폭을 보면 알 수 있다.

패스트푸드전문점이 사용하는 식재료 품목이 대부분 올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호주산 쇠고기다. 업계에 따르면 호주산 쇠고기는 최근 수요가 급증해 가격이 18%가량 인상됐다. 이밖에 냉동감자, 커피, 마요네즈, 우유 등 메뉴에 들어가는 식재료 대부분이 10% 내외로 올라 심각한 원가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감도가 큰 저가형태의 외식브랜드들의 경우 가격인상폭이 낮아도 소비자가 느끼는 인상폭은 클 수밖에 없다”며 “분식 및 패스트푸드 브랜드의 가격인상에 소비자가 민감한 것은 이러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저가형태의 메뉴를 판매하는 외식업체들은 가격인상시기를 조율할 때 시장상황을 눈여겨 봐야 한다”며 “가격인상이 반드시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물가안정이 사회적인 화두로 떠오르며 이들 기업들이 질타를 받는 현 상황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시장논리 무시하는 정책 부작용 우려

이와 관련 외식업계는 외식비 인상을 억제해 물가안정을 꾀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장 논리를 무시하고 무작정 가격인상을 저지할 경우 ‘풍선효과’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프리미엄 제품이나 신제품을 내세워 가격인상 효과를 노리는 업체가 많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정부의 가격잡기 정책이 외식업계의 고용확대 정책과 대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가격인상 억제로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면 결국 줄일 수 있는 것은 직원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가격을 짓누르면서 고용을 확대하라는 것은 모순”이라며 “기업들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유진 기자 yujin78@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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