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관세율 공방’ 갈수록 치열
‘설탕 관세율 공방’ 갈수록 치열
  • 김상우
  • 승인 2012.08.20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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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독과점 방지·물가안정 위한 조치”
제당업계 “설탕산업 붕괴된다” 반발 거세
지난 8일 정부가 발표한 ‘2012년 세법개정안’에 설탕 관세율을 기존 30%에서 5%로 대폭 낮추겠다는 개정안이 포함돼있어 제당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제당업계는 8개월 전 국회에서 부결된 설탕관세 인하안을 또다시 포함시킨 것은 제당업계를 공식적으로 죽이겠다는 의지라며 이번 세법개정안에 절대 수긍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정부는 물가안정대책의 일환으로 35%인 설탕관세를 5%로 낮추는 법안을 제출했다가 제당업계와 학계의 집중포화를 견디지 못하고 5% 인하 선에서 마무리한 바 있다.

●정부, 설탕만 혜택줄 수 없다!
정부가 이처럼 설탕가격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설탕이 주는 상징성과 국내 몇몇 업체들이 독과점하고 있는 시장구조를 바꿔보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사실 국내 설탕시장은 3개 업체(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가 100% 장악하는 독과점시장으로 이들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큰 이익을 누려왔다.

독과점시장의 형성은 공급체계의 획일화를 양산했고 그러다보니 국내 설탕은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높은 가격이 매겨졌다. 정부는 그동안 국내 산업보호를 명분으로 설탕 등 몇몇 품목에 높은 기본관세율을 책정해왔지만, FTA 등 수입환경의 다변화와 국내 수입 품목들의 기본관세율이 대폭 낮아진 상황에서 설탕만 높은 관세율을 적용하는 건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논리다.

또한 설탕은 빵, 과자, 떡볶이 등 각종 식품류에 들어가는 기본 재료이기 때문에 소비자물가에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파급이 크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제당업체들이 크게 반발하는 건 정부의 시장개선이나 물가안정 노력은 안중에도 없고 그동안의 독과점이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얘기”라며 “업체가 독과점 이익에만 안주할 경우 소비자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본다”는 설명으로 제당업계의 비난을 일축했다.

한편 정부는 설탕가격 인하 조치의 하나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aT)를 통해 올 1월부터 6월까지 설탕 5천t을 수입해 대형유통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다.

김재수 aT사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제당업체들은 aT가 개입해 시장을 왜곡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대로 두면 시장은 더 왜곡된다”며 “국제 제당가격이 20~30% 내려가는데도 국내 제당업체들이 설탕가격을 안 내리는 실정을 보면 관세 인하는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제당업계, 설탕산업 망하게 할 작정인가!
그러나 제당업계는 정부의 관세인하가 엄청난 피해를 불러올 것이라 주장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정부가 물가안정을 빌미로 설탕 관세율을 대폭 낮추려하지만 설탕은 소비자물가지수 구성품목 481개 중 315위(0.04%)에 불과할 정도로 영향력이 매우 낮은 품목임을 강조했다.

또한 빵이나 과자 등 2차 식품원가에서 설탕이 차지하는 비중도 1.6~2.8%밖에 되지 않는다는 국회 기획재정위 검토보고서를 근거로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제당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여러 나라를 둘러봐도 이와 같은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캐나다, EU, 일본, 인도, 미국 등은 자국 제당산업 보호를 위해 각각 113%, 85%, 70%, 60%, 50%의 높은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베네수엘라는 2003년 설탕관세를 전면 철폐한 뒤 자국 제당산업이 완전히 붕괴됐다”며 “정부의 조치가 국내 제당산업의 근간을 뒤흔들만한 위험한 사안임을 숙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러한 강경노선을 두고 지난 8일 세제발전임의위원회 민간위원들 역시 “국회에서 이미 결정된 사안을 1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발의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한 민간위원은 “다른 품목의 기본관세율 인하 추진 폭이 1%에 불과하다는 것과 단기간에 재차 추진하려는 것은 뭔가 속사정이 있지 않겠냐”는 추측을 더했다.

참고로 제당 3개사는 지난 몇 년간 실적하락이 지속되는 등 경영상황이 좋지 않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하반기 400억원의 적자를 봤으며, 대한제당은 지난해 6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이는 2010년보다 18.8% 감소한 수치다.
김상우 기자 k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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