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 ‘로스팅가공국’ 판결 후에도 논쟁 이어져
“원산지=생산지·제조지=로스팅지 별도 표기” 주장
볶은 커피의 원산지는 ‘생두 생산국’일까 ‘로스팅 가공국’일까?“원산지=생산지·제조지=로스팅지 별도 표기” 주장
지난달 12일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볶은 커피의 원산지를 로스팅 가공국으로 한다는 판결이 내려진 가운데 커피전문가와 업계 관계자, 커피마니아들이 권익위의 판결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여 논란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권익위의 판결에 따르면 △커피의 로스팅 가공은 커피 생두에 맛과 향을 가미해 볶은 커피 고유의 특성을 부여한다는 점 △커피 생두는 로스팅 가공을 거친 후 제품 분류번호가 바뀐다는 점을 근거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판결이 알려지자마자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말도 안되는 판결이라며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인 김모 씨는 “중국산 땅콩을 가져와 국내에서 땅콩잼을 제조한다면 가공업체별로 맛은 천차만별이 된다”며 “원재료인 중국산 땅콩이 더 좋은 맛을 내는 땅콩잼이 됐다고 한국산 땅콩이 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커피전문가들 역시 “품종이 어느 땅에서 나고 어느 곳에서 자랐느냐가 원산지의 정의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커피에 로스팅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차적으로 원두의 품종자체가 중요한 만큼 원산지는 생산지로 해야하며 제조지는 로스팅지로 별도 표기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커피 원산지는 말 그대로 생두의 생산지를 의미하는 것이지 어떤 맛을 내느냐를 묻는 것이 아니다”며 “로스팅 국가는 제조지의 개념으로 분리시켜 표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국내 유명 커피프랜차이즈 본사의 대부분은 커피원두의 생산지와 제조지를 따로 분리해서 표기하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커피원산지에 대해 로스팅 가공국을 따르기 보다 생산지를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커피마니아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커피 맛의 여러 요소가 로스팅 공정에서 상당 부분 차이가 난다고 하더라도 돈을 주고 사먹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그 커피원두의 산지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며 “실례로 원두가 에티오피아산이라고 해도 로스팅기계가 있는 커피집에 가서 볶으면 그 커피집이 원산지가 된다는 논리는 누가 봐도 아이러니하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논란은 지난해 9월 스타벅스가 값싼 케냐산 원두를 값비싼 미국산 원두로 둔갑시켜 판매하면서 제조원가를 부풀리는 등 부당이득을 취하려다 21억원의 과징금을 낸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커피원산지 논쟁이 시작됐다.
당시 스타벅스 측은 브랜드마다 차별화된 로스팅 공법이 있기 때문에 같은 생두라 해도 맛과 품질이 다르다면서 로스팅 가공국이 더욱 중요한 정보라고 주장했다. 스타벅스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지난 1월 지식경제부는 업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로스팅 가공과정은 커피 맛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로스팅 가공국이 원산지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사윤정 기자 sujau@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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