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가계의 식료품비 지출규모가 크게 줄었지만 전체 소비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불황 탓에 소비를 줄이다 보니 가계의 소비지출 구조가 식비만 높아지는 후진국형으로 바뀐 탓으로 풀이된다.

지난 17일 한국은행의 ‘가계의 최종 소비지출 현황’ 자료를 보면 3분기 중 가계의 최종소비 지출액은 165조703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식료품ㆍ비주류음료품(이하 식료품) 지출액은 24조 1946억원으로 전체 최종소비 지출액의 14.6%를 차지했다.

이는 2000년 3분기(15.1%) 이후 12년만에 최고치로 소비구조가 12년전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가계의 식료품비 지출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12년 3분기 4.8%에 머물렀다. 2009년 3분기(2.7%) 이후 3년만에 가장 낮다.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식료품비 증가율이 늘어나는 것과 대조적이다.

식료품비 지출 증가율이 최근 3년새 지속적으로 둔화했는데도 전체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점하는 비중이 되레 최고치로 올라선 것은 불황의 여파다.

극도의 경기침체 탓에 가계가 전체 소비를 줄여가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먹는 것과 직결되는 식료품비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년 3분기 가계의 전체 최종소비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3.1%에 그쳐 같은 기간 식료품비 증가율(4.8%)에 못 미쳤다.

이같은 역전현상은 2010년 2분기부터 이어졌다. 당시 전체 소비지출 증가율은 6.4%였던데 비해 식료품비 증가율은 8.4%로 더 높았다.

직전 분기인 2010년 1분기만 해도 전체 소비지출 증가율(9.3%)은 식료품비 증가율(7.7%)을 웃돌았다. 본격적인 소비침체가 2010년 2분기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탓에 식료품비 지출 증가율이 둔화했지만 나머지 분야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더 빠르게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지만 필수재인 식료품비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박장희 기자 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