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장맛, 이제는 세계의 맛입니다

샘표식품 연구개발팀 김상우l승인2013.03.04l7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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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되는 ‘마드리드 퓨전’은 세계 최고의 요리 박람회이자 컨퍼런스로 잘 알려져 있다. 세계 최정상급 요리사들과 식품 및 외식업계 CEO들이 한 자리에 모여 최신 요리기법 소개와 트렌드를 전망하는 등 전 세계 언론에 집중 조명될 만큼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 1월 21일부터 24일까지 치러진 ‘2013 마드리드 퓨전’에서 샘표식품은 국내 식품업체 중 유일하게 참가해 화제를 모았다. 전문가들은 샘표식품의 장류 제품들이 세계 유수 스타 셰프들에게 연이은 호평을 받은 사실에 주목하며 한국 장류의 세계화 가능성을 충분히 입증한 사건이라고 칭찬하기 바빴다.

그러나 이러한 호평은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샘표식품은 마드리드 퓨전에 참석하기 전 알리시아 연구소와 제휴를 맺고 3개월간의 철저한 사전 준비 기간을 거쳤다. 준비를 도맡은 김종호, 장효순 샘표식품 연구원은 마드리드 퓨전을 통해 우리 장류가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을 날도 멀지 않았다며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힘줘 말한다. 두 연구원을 통해 그간 샘표식품 연구개발팀의 보이지 않는 노력들과 우리 장류의 세계화 가능성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 미슐랭 스타 셰프, 기꼬망과 차원이 다르다

미슐랭가이드(프랑스 타이어회사 미쉐린이 출판하는 세계적인 레스토랑 평가 잡지)에서 최고 등급인 3스타에 선정된 레스토랑은 세계 최고의 맛을 구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2013 마드리드 퓨전’에 참석한 스페인 요리사 키케 다코스타와 프랑스 천재 요리사로 불리는 파스칼 바르보 등은 미슐랭가이드가 선정한 대표적 3스타 셰프들이다.

이들은 샘표식품의 장류 제품을 토대로 한국 장류의 깊고 풍부한 맛에 경의를 표하며 앞으로 한국 장류가 유럽 음식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행사에서 된장·고추장·간장 등을 이용해 세 가지 메뉴를 선보인 키케 다코스타는 “장은 음식의 맛을 깊게 만들어주는 훌륭한 식재료인데 스페인에서는 흔하지 않다”며 “유럽 음식과 장을 지속적으로 접목시킨다면 장은 유럽 음식에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식재료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간장에 숙성시킨 국화꽃 장아찌를 시연한 파스칼 바르보도 “한국의 장은 소금을 대체해 간을 할 수 있는 건강 소스”라며 “한식은 요리사가 아니라 시간이 요리하는 음식”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3스타 셰프들의 이러한 평가에 대해 김종호 샘표식품 연구개발팀 부장은 “간장은 유럽 시장에서 일본의 기꼬망이 앞서 진출해있기 때문에 이미 잘 알려진 식품”이라며 “그러나 이번 마드리드 퓨전에 선보인 제품들은 샘표가 10여년에 걸쳐 개발한 한국전통발효방법을 적용시켜 깊고 깔끔한 맛을 자랑해 미슐랭 스타 셰프들은 기꼬망보다 더 훌륭하고 차원이 다르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고 말했다.
▶ ‘2013 마드리드 퓨전’에 참석한 관람객들이 한국 전통 장류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2년에 시작한 마드리드 퓨전은 매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되며 세계 1급 요리사들과 식품 및 외식업계 CEO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유럽 최대의 요리 박람회다.
● 알리시아 연구소, 전통장 맛을 알아보다

알리시아 연구소와 제휴를 맺은 사연도 흥미롭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해있는 알리시아 연구소는 세계 미식가들 사이에서 전설로 통하는 ‘엘 불리’ 레스토랑의 페란 아드리아 전 셰프가 소장을 맡고 있는 식문화 연구소로 세계 최고의 요리 연구소란 수식어를 달고 있다.

알리시아 연구소는 최근 몇 년간 유럽 전체가 발효 음식에 높은 관심을 보이자 지난해 5월 몇몇 연구원들을 한국에 보내 발효 음식을 직접 체험케 했다. 연구원들은 방문 전만 하더라도 한국의 발효음식은 김치가 전부인 줄 알았지만 수많은 장류 제품들이 갖가지 요리에 활용되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이후 스페인으로 돌아간 연구원들은 한국 장류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게 됐으며, 과거 알리시아 연구소에서 활약했던 최정윤 샘표식품 연구개발팀 과장을 통해서 샘표식품과 연을 맺게 됐다.

장효순 샘표식품 연구개발팀 과장은 “알리시아 연구소는 비영리단체로 국민 건강을 위한 레시피라든지 건강에 좋은 식습관, 세계 요리 흐름에 대해 연구하는 기관으로 연구소와 성향이 맞지 않는다면 절대 MOU를 맺지 않는다”며 “최 과장은 샘표식품이 알리시아 연구소가 지향하는 부분과 일치하며 한국 전통의 입맛을 지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MOU 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최 과장의 가교 역할 덕분에 애초 스페인 진출을 바라고 있었던 샘표식품은 지난해 6월 알리시아 연구소와 MOU를 체결하고 스페인을 거점으로 세계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는 거대 프로젝트를 가동하기에 이른다. 지난해 9월부터 3개월 간 알리시아 연구소에서 장류로 만들어진 400여 가지의 레시피 개발에 몰두한 김 부장과 장 과장은 세계화 프로젝트의 첫 탑승자였던 셈이다.

이들과 함께 한국의 장을 연구한 자우마 비아르네즈 알리시아 연구소 수석 셰프는 마드리드 퓨전을 통해서 “한국의 장은 음식의 맛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건강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훌륭한 식재료로, 유럽의 식문화 수준을 한 단계 높여줄 것이라 믿는다”며 “장은 분명 식물성 재료인데도 고기 맛이 나 육류 섭취가 빈번한 유럽인들에게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 한식 세계화, 높은 가능성을 엿보다

사실 이번 스페인 진출 전부터 샘표식품의 장류 제품들은 이미 전 세계 76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지난 1998년 해외마케팅팀을 구성한 뒤 해외 수출에 박차를 가한 샘표식품은 1999년 330만 달러를 시작으로 2005년 500만 달러, 2008년 1천만 달러, 지난해 22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매년 수출 실적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제품 수출 과정 대부분이 현지 도매상의 요청에 이뤄진 수동적 진출이기에 이번 스페인 진출은 샘표식품이 직접 해외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인 첫 번째 작품이라 말할 수 있다.

샘표식품이 스페인에 주목한 이유는 이곳이 미슐랭가이드 최고 등급인 3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이 세계에서 가장 많기 때문이다. 샘표식품은 스페인 미식가들에게 한국 장류를 사용한 음식을 소개하고 이들의 ‘입소문’을 통해 한국 발효식품과 식문화가 전 세계에 퍼지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은 “스페인 진출은 샘표식품의 매출 증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의 식문화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차원이기 때문에 얼마 정도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는 처음부터 잡아놓지 않은 상태”라며 “앞으로 10년 간 수익에 연연하기보다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서 한국 식문화가 전 세계에 골고루 퍼져나가게 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최근 유럽에서는 한류를 등에 업고 한국 문화에 큰 관심을 보이는 유럽인들이 증가하고 있어, 이러한 흐름을 놓치지 않고 기초를 잘 닦는다면 한식의 세계화도 높은 장벽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김 부장은 “스페인은 유럽 요리의 본산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전통적인 트렌드와 최신 트렌드가 골고루 나타나는 곳”이라며 “알리시아 연구소의 적극적인 참여도 놀라웠지만 마드리드 퓨전에서 미슐랭 스타 셰프들을 비롯한 학회와 업계 CEO들의 뜨거운 반응은 한국 장류의 성공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인지시켜줬고, 우리를 비롯한 많은 한국 업체들에게 세계시장 도전에 불을 지펴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지난 1월 21일부터 23일까지 열린 ‘2013 마드리드 퓨전’의 숨은 공로자인 김종호 샘표식품 연구개발팀 부장(오른쪽)과 장효순 연구개발팀 과장이 ‘연두’ 제품을 들고 환한 얼굴을 하고 있다.
한식세계화, 맛에 대한 편견부터 버리자
김종호샘표식품 연구개발팀 부장 | 장효순연구개발팀 과장

▶ 샘표식품 연구개발팀을 간략히 소개해 달라.
- 연구개발팀은 총 4팀으로 구성돼 있다. 각 팀마다 맡는 분야가 나눠져 있으나 크게 간장과 고추장과 같은 발효 연구, 연두와 국시장국 등 한식 요리에 적합한 소스류의 개발, OEM제품 연구, 건강식 연구 등이 있다.

이 중 발효연구는 샘표식품이 최고로 자랑하는 분야다. 샘표식품만의 노하우라 말할 수 있는 한국전통방식을 적용한 발효 기술은 감칠맛과 색상, 미생물 균주 함유 등 여러 부분에서 전통의 맛과 효능을 그대로 구현한다.

▶ 이번 마드리드 퓨전에 앞서 알리시아 연구소와 공동으로 연구 개발에 참여했다. 주된 연구 과정은 무엇이었나?
-연구 방향은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의 음식에 한국의 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다. 간장·된장·고추장·쌈장 등을 기존 유럽 음식과 적용시킬 때 어떤 식재료와 요리법이 최적의 맛을 낼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실험했다. 3개월 간 400여 개의 레시피를 연구하고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150개의 레시피를 만들었다. 이 자료가 유럽 셰프들에게 아직은 생소한 한국 장의 활용에 유용하게 쓰였으면 한다.

▶ 연구 과정은 어떻게 진행됐나?
- 주제를 한정시키지 않고 장류와 접목시킬 수 있는 요리들은 거의 다 접목시켜봤다. 스페인 요리를 비롯해서 프랑스 요리, 이태리 요리 등 유럽 각 국의 유명 요리들은 모두 다 실험 대상이었다.

특히 피자와 장류의 조합은 우리로선 상상할 수 없는 분야였지만 알리시아 연구원들은 매우 놀라운 맛이라며 극찬을 더해 우리를 더 놀라게 했다(웃음). 된장을 바른 피자는 자연에서 키운 산양 젖 치즈 맛이 난다든지 깊이 숙성된 발효 풍미가 느껴진다고 평했으며, 고추장을 바른 피자는 매운맛이 피자의 맛을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 마드리드 퓨전에서 미슐랭 스타 셰프들의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었다. 초기의 성과를 배로 달성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데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 이번 마드리드 퓨전의 참여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다. 앞으로 알리시아 연구소와의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마드리드 퓨전뿐만 아니라 관련된 행사를 지속적으로 참가해 유럽인들에게 한국 장류를 본격적으로 알릴 것이다.

이와 더불어 시식회 등 직접 맛보고 판단할 수 있는 체험의 장을 마련해 유럽 소비자들의 입소문으로 한국 장류의 정착을 이끌어낼 것이다. 현재 유럽인들은 맛을 내기 위해 대부분 동물성 육수를 사용한다. 유럽의 유명 셰프들도 동물성 육수만으로 맛을 내는 것은 건강함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의 장류는 대체 식품으로 충분히 각광받을 수 있다.

▶ 최근 유럽에서 한류와 함께 한식 세계화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해외 시장에서 장류와 같은 한식 식재료가 정착되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가?
-우리는 그동안 연구개발을 진행하면서 장류와 같은 한국 전통의 맛이 세계인들의 입맛에 맞을까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이들은 장류에 대한 거부감은커녕 각종 요리에 폭넓게 적용하는 등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다며 매우 기뻐했다.

앞으로 우리의 입맛이 세계인의 입맛에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 우리 전통 입맛이 세계인의 입맛으로 변할 날도 멀지 않았다.
김상우 기자 ksw@foodbank.co.kr
김상우  ksw@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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