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 고가전략 VS 고품질 저가전략
고품질 고가전략 VS 고품질 저가전략
  • 육주희
  • 승인 2013.08.12 0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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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외식기업, 핵심은 같고 전략은 다르다?
국내 외식업계 경기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장기불황이 심화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장기불황의 긴 터널에 한국이 이제 막 접어들었다고 평한다. 이에 20여 년 동안 저성장 시대를 맞았던 일본 외식업계가 살아남기 위해 펼친 다양한 전략들을 살펴봤다.



● 같게 또 다르게

일본의 외식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식재료 값의 고공행진으로 원가율이 점차 높아지고, 인건비도 상승하는 추세다.

화폐가치가 하락하면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제상황에서 더 이상 싼 가격으로 승부를 하던 레스토랑 수익 모델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게다가 2014년부터 소비 증세로 경기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외식업계는 새로운 경제 환경에서 레스토랑의 경영을 안정시키기 위해 이제까지의 저가 전략에서 벗어나 새로운 메뉴 구성과 함께 객단가를 올리는 고가 전략을 내놓으며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는 대표적인 저가 패스트푸드 브랜드의 변화에서도 알 수 있다. 평균 객단가 280~ 300엔 정도의 덮밥전문 브랜드들이 신메뉴 출시와 함께 480엔 대의 프리미엄 메뉴를 출시하는가 하면 가격파괴로 최고의 매출액을 경신하며 신화를 써가던 ‘맥도날드’에서도 사상 최고의 가격대 전략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식재료의 품질은 높이되 원가율에 반해 합리적인 객단가의 메뉴를 선보여 고객의 발길을 모으는 곳도 화제다. 가격을 낮춰 무조건 고객을 모으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맛과 서비스를 제공해 회전율을 높이는 전략을 선보인 ‘나의~’ 그룹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도쿄 긴자거리에서 줄서는 맛집으로 최근 외식업계의 벤치마킹 투어 1호로 꼽힌다. 그 영향은 도쿄뿐 아니라 오사카와 같은 지방에까지 미쳐 ‘밋테랑’과 같은 미투 브랜드를 양산했을 정도다.

● 상품 특성에 맞는 객단가 조절로 브랜드 이미지의 변화를 일으켜라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일본 외식업계의 저가 경쟁이 최근엔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가 몰고 온 경기 활황세 속에 잇달아 고가메뉴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다. 저가 정책을 고수하던 패스트푸드 햄버거 브랜드와 규동 브랜드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달리하고 있다.

일본 대표 덮밥전문 체인업체인 ‘요시노야’는 ‘소갈비 덮밥’과 여름철 한정 ‘파절임 돼지등심 덮밥’ 등 신메뉴를 480엔에 제공하며 높은 가격대를 선보였다. 비슷한 경쟁업체 ‘마츠야’도 500엔짜리 튀김 덮밥을 출시, 고가 메뉴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이에 앞서 일본 맥도날드는 지난 7월 말 단품 가격 520~570엔인 쿼터 파운드 BLT 버거를 출시했고, 같은달 식재료의 퀄리티를 높인 1일 한정 1000엔 햄버거를 선보여 일본 맥도날드 사상 최고의 가격대 전략으로 화제를 모았다.

맥도날드는 지난 5월부터 상품 특성에 맞는 객단가 조절 전략으로 전체적인 가격대에 변화를 줬다. 타 상품과 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100엔의 햄버거를 120엔으로 가격을 인상하고, 가장 판매율이 좋은 190~230엔의 포테이토는 오히려 150엔으로 다운시켜 주문율을 늘리도록 했다.

또한 메인 상품은 할인 프로모션을 중단하고 가격대를 올려 메뉴의 가치를 높이는데 중점을 둔 점도 눈에 띈다. 이는 할인 프로모션이 매출 이익을 높이기보다 자칫 메인 메뉴의 값어치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위의 그래프에서도 알 수 있듯 저가와 고가 사이의 틈새 가격대를 활용해 중간 가격의 신상품을 넣는 등 전체적인 가격 밸런스를 맞추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일본 맥도날드 관계자는 “단지 가격의 인상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 포인트”라며 “고객은 가격만으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임팩트가 있는 메뉴, 재미요소가 있는 프로모션으로 유형의 가격 전략이 아닌 무형의 가격전략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맥도날드는 2004년 하라다 대표가 신임된 이후 6차례의 가격변화가 있었다. 지금까지는 1회 3~5% 가격 인상을 했다면, 이번에는 1~2%정도 수준의 가격 상승으로 상품 특성에 맞는 객단가 조절 전략을 선보였다.

● 품질은 높이고 가격은 내리고, 高원가율로 고객을 줄서게 하라

품질을 높이고 가격은 내려 고원가율로 고객을 줄서게 만든 ‘나의~’그룹의 ‘나의 이탈리안’, ‘나의 프렌치’는 도쿄에서 한 달 전부터 예약을 받고, 예약 없이 들어가려면 1~2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곳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북오프(Book off)’라는 일본 유명 중고 책전문 체인점을 창업한 사카모토 사장이 외식업계에 뛰어들어 선보인 브랜드로 최고 수준의 맛을 제공하기 위해 미슐랭 가이드 별점 셋을 받은 셰프들을 스카우트해 줄서서 먹을 만한 가치 있는 레스토랑을 선보여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곳의 주요 메뉴는 고급 호텔 등에서 접할 수 있는 푸아그라(거위 간), 트뤼프(송로 버섯) 등으로 서서먹는 이자카야 형태의 작은 레스토랑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원가 높은 요리들이 대부분이다. 이곳은 평균 객단가 3천엔에 월 39만~96만엔 정도의 매출을 낸다.

이는 창업자 사카모토 사장의 전략이 낳은 결과다. 외식업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던 그는 다양한 측면에서 연구를 했고, 회전율을 높이면서 고객이 몰리는 곳을 만들기 위해 서서먹는 레스토랑을 기획했다. 사카모토 사장이 힌트를 얻은 브랜드는 도쿄 카츠도끼의 서서먹는 레스토랑으로 번성한 ‘카네마스’다. 점주가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을 얻은 교토의 요정요리전문점 출신으로 서서먹는 레스토랑에서 고가의 고급 메뉴를 선보였다.

이에 사카모토 사장은 서서 먹는 레스토랑에서 최고의 요리사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메뉴를 제공한다는 비즈니스 모델에 착안해 창업하게 된 것. 최고의 요리를 위해 그는 미슐랭 가이드 별을 획득한 셰프들을 찾았고, 이를 위해 한 해 헤드헌터사에 5천만엔의 비용을 투자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고가의 레스토랑은 회전율이 0.7~1%가 나와야 이익이 남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1만엔 이상의 객단가가 나와야 한다. 그렇다면 이자카야 형태의 업체에서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의 객수를 확보해야 이익을 낼 수 있는지를 미리 책정해봐야 한다.

이에 사카모토 사장은 서서 먹는 공간을 감안해 평수별 객수를 예측하고 회전율을 3배로 한다면 이익을 낼 것이라는 가설을 만든다. 거기에 1회전하는 점포의 임대비율을 15%로 잡고, 그곳의 코스트 비율은 5%까지 내려가도록 계산했다. 또 매출이 3배가 된다고 해서 그에 비례하게 인력을 늘리면 안 된다는 원칙으로 시스템을 구축해 나갔다.

사카모토 사장은 일본 월간식당과의 인터뷰에서 “최고의 셰프가 최고의 식재로 만든 요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한다면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면서 “실제 지금도 전 매장이 이익을 내고 있으며 나의 이탈리안 신바시점, 나의 프렌치 에비수점 등은 1일 5회전의 성과로 월 1천만엔의 매출에 200만엔의 순 이익이 나온다”고 전하며 이어 “이런 시스템으로 20개 점포를 오픈하면 주식 상장은 거뜬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나의~’ 그룹은 현재 ‘나의 야키토리 재즈’, ‘나의 갓뽀우’, ‘나의 이탈리안 재즈’등 다양한 콘셉트로 붐을 일으키고 있다.

박수진 기자 psj@foodbank.co.kr





나의 이탈리안

지난 2011년 9월 오픈한 52.6㎡ 규모의 나의 이탈리안 신바시 본점은 객단가 3041엔으로 월 1520만엔의 매출을 자랑한다. 총 42종의 메뉴와 와인, 맥주 등을 포함한 주류 25종으로 고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사한다.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신바시 본점은 고원가율 메뉴 탑에 드는 단품 요리가 54.8~ 100%의 원가율을 나타내며, 요리 원가율 42.6%, 전체 원가율은 39.5%를 보인다.




“최고의 셰프들과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

나의 이탈리안 신바시본점 후지이 다이키 셰프



지금껏 이름이 알려진 고급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해 왔습니다. 체계가 잡힌 곳에서 일하다가 이자카야라는 형태의 서서먹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려니 고민이 됐습니다.

더욱이 물 쓰듯 원가를 사용해도 좋다는 사카모토 사장의 제안이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원가에 구속받지 않고 요리를 할 수 있는 것이 오히려 더 신선한 메뉴를 만들고 고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 것 같습니다. 또한 이자카야는 고객의 반응을 현장에서 바로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있어 그 보람은 더 크게 느껴집니다.

‘나의~’ 그룹의 실력이 쟁쟁한 셰프들과 다양한 음식의 맛을 추구하며 꿈을 좇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최고의 셰프들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나의 프렌치

2012년 7월 58.2㎡의 규모로 오픈한 이곳은 나의~ 그룹 내에서 최연소 셰프가 운영하며, 나의 이탈리안보다 적은 메뉴 품목으로 월 1654만엔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12월에는 그룹 내에서 매출 탑에 드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에비수점은 고원가율 메뉴 탑에 드는 단품 요리가 59.6 ~95.7%, 요리 원가율 63.1%, 전체 원가율은 51.2%의 가치를 나타낸다.




“그룹 내에선 최연소의 셰프지만 실력에 있어서만큼은 최고가 될 것”

나의 프렌치 에비수점 이이타 타카시 셰프



나의 프렌치에 입사하기 전에는 격식 있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근무했습니다. 솔직히 이자카야에서 요리를 한다는 것에 썩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원가에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요리를 하라는 사카모토 사장의 말이 어느 곳에서도 들어볼 수 없는 신선함을 주었습니다.

특히 프랑스에서 요리를 하는 것이 꿈인 저는 언젠가 독립을 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어 내 스스로 원하는 요리를 원가에 제약받지 않고 만들 수 있겠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최고의 셰프들이 모인 ‘나의~’ 그룹에서 그들과 경쟁하면서 요리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행복하며, 고객의 반응을 바로바로 느낄 수 있어 긴장감과 스릴이 있습니다.

앞으로 나의 프렌치 에비수가 다른 점포와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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