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화 속 한식문화 첫 발굴
풍속화 속 한식문화 첫 발굴
  • 육주희
  • 승인 2013.12.09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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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재단, 국립고궁박물관서 ‘화폭에 담긴 한식’ 심포지엄
▶ 한식재단이 주최한 ‘화폭에 담긴 한식-조선시대 풍속화를 통해 본 우리 음식’ 심포지엄이 지난 3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렸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한식문화의 원형을 그림을 통해 탐색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3일 (재)한식재단이 주최하고, 조선시대 풍속화 음식문화연구단·(주)블루디씨가 주관, 농림축산식품부·대전보건대학교·온양민속박물관이 후원한 ‘화폭에 담긴 한식-조선시대 풍속화를 통해 본 우리 음식’ 심포지엄이 국립고궁박물관 본관 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조선시대 풍속화를 통해 한식문화를 새롭게 조명하는 한편 음식·미술·역사·민속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다각도에서 분석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 풍속화를 통한 한식 원형자료 발굴

풍속화에는 그 시대의 문화와 생활상 등이 고스란히 시각적인 정보로 담겨있다. 현대의 한식 외형과 음식 철학 등은 조선시대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만큼 조선시대 풍속화는 우리 음식문화의 원형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다.

김홍우 한식재단 사무총장은 “한식재단은 풍속화 등의 한식 시각자료를 조사·수집·DB화해 한식의 지식정보 축적 및 확산을 위한 원형자료 발굴 사업을 추진해 왔다”며 “한식 원형자료 발굴사업은 한식 자원에 대한 새로운 원형개발로 한식의 역사적·문화적 이미지를 활용한 마케팅 및 스토리텔링 소재를 확보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식재단은 지난 7개월 동안 조선시대 풍속화 음식문화 연구단을 통해 조선시대 대표 풍속화 400여 종을 목록화하고 그 중 중요도가 높은 50점에 대해 상세 해제작업을 진행했다.

이날 심포지엄을 통해 발표된 옛 그림은 조선의 대표 풍속화가인 김홍도를 비롯해 신윤복, 김득신, 홍필우, 조영석, 성협, 김준근의 그림 등 총 50점이다.

● 화폭에 담긴 음식문화를 읽다

‘조선시대 풍속화에 나타난 한식문화’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 1부에서는 연구책임자인 김상보 교수의 ‘야연(野宴) 후기’ 발표에 이어 신선영(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의 ‘화로를 마주하고 고기를 구우면’, 강문석(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의 ‘음식으로 풀어내는 역사’, 석대권(대전보건대) 교수의 ‘그림 속의 민속’이 발표됐다.

김상보 교수는 한 겨울에 선비들이 난로가에 둘러앉아 고기를 구워먹는 모습을 그린 사인(士人)풍속화 ‘야연’을 문화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김 교수는 “고기를 쉽게 먹을 수 있었던 시대적 조류 속에서 탄생한 것이 성협의 야연으로 이 음식은 ‘불고기’란 명칭의 한식이 돼 지금도 우리의 밥상에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신선영 연구원은 미술학적인 고찰과 연구를 통해 야연이 19세기 전반에 제작된 작품이며, 조선시대 양반들의 생활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어 강문석 연구원은 술안주로 소비된 쇠고기가 조선후기에 어디에서 어떻게 유통됐는지 등 그림을 바탕으로 풀어낸 역사적인 배경을 상세히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석대권 교수는 그림과 관련된 풍속으로 10월에 전골냄비에 쇠고기를 비롯한 여러 재료를 담고 육수를 부어 끓인 음식을 둘러앉아 먹는 ‘난로회(煖爐會)’와 선비들이 하는 봄철놀이 ‘답청’, 서민들이 강변에서 음식을 먹는 ‘강변회음’ 등 민속학적인 관점에서 그림을 분석해 소개했다.

심포지엄 2부에서는 ‘풍속화의 활용’을 주제로 박종순 정가원 원장의 ‘잔치의 감초음악, 가곡’ 공연에 이어 유영수 시나리오 작가가 ‘그림과 음식, 훌륭한 이야기 씨앗’을, 최지영 메타브랜딩 디자인 수석팀장이 ‘한식의 글로벌 진출에 따른 시각적 정체성’을 발표했다.

유대헌 시나리오 작가는 풍속화 속 음식 소재 그림을 활용한 이야기 개발 가능성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유 작가는 “대중문화 콘텐츠는 오감을 자극하고 오감을 만족시키는 요소가 유리한데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음식과 요리는 좋은 문화콘텐츠 소재”라고 강조하며 “훌륭한 이야기 창작모티브 발굴을 위해서라도 풍속화나 우리의 옛 그림이 지금보다 더 다양한 방향에서 연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최지영 메타브랜딩 디자인 수석팀장은 풍속화 속에 드러난 한국인의 미학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시각적인 개선을 통한 한식의 프리미엄화를 주문했다. 최 팀장은 “현재 보여지는 이미지와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 사이의 갭을 줄여야 한다”며 “최근 한식과 한국문화는 해외에서 색동이나 태극 등 강렬하고 어려운 이미지가 주를 이루는데, 앞서 소개한 옛 그림에서도 발견할 수 있듯 소박하면서도 절제 있고 진정성의 미학을 담아 보다 고급스럽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유토론에 토론자로 나선 이종미 북촌음식문화연구원장은 “그림을 통한 한식문화의 원형을 찾는 작업은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시도”라며 “화폭에 담긴 옛 그림을 음식문화·미술·역사·민속·문학·디자인 등 관련 전문가들이 함께 분석하고 풀이해 냄으로써 식문화 연구의 폭을 넓혔고, 그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풍성한 바탕을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식재단은 그동안 연구조사 된 조선조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한식원형 자료를 총 망라해 한식 아카이브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해 일반인들의 자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설현진 기자 hjse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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