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이슬람 입맛따라 춤추는 할랄시장
20억 이슬람 입맛따라 춤추는 할랄시장
  • 김상우
  • 승인 2014.01.06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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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장 개척으로 시장 확대와 내수 한계 극복
할랄 식품만을 섭취하는 무슬림은 전 세계 인구의 28%(약 20억 명)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전문업체인 에이티커니(A.T Kearney)에 따르면 세계 할랄 시장은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다. 또한 세계할랄협회는 세계 할랄식품 시장을 2013년 기준 약 7천억달러 규모로 보고 있다.


무슬림 시장이 커짐에 따라 업계는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제품과 서비스들을 빠르게 선보이고 있다. 특히 내수 규모의 제한으로 새로운 시장 발굴이 시급한 국내 업계에 그동안 거의 불모지였던 할랄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 1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할랄 식품의 광고를 허용하면서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업체들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 할랄 시장 확대 본격화
할랄 인증 기구는 세계적으로 200여 개가 존재한다. 이 중 공신력 있는 기구는 말레이시아의 JAKIM, 인도네시아의 MUI, 싱가포르의 MUIS 등 3개다. 우리나라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가 인증하는 KMF가 있지만 국내에는 무슬림 인구가 많지 않은 이유로 세계에서 통용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때문에 일부 기업에서는 해외 인증을 받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마침내 지난해 7월 1일부로 KMF 인증이 JAKIM 인증과 동등성을 획득하며 국내 식품기업의 말레이시아 진출이 한결 수월해졌다.
무엇보다 직접 JAKIM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 신청비, 실사단 초청비 등 한 건에 약 2천만원 소요되던 비용이 1/40(50만원)로 대폭 줄었다. 또 6개월에서 1년까지 걸리던 인증 기간을 1~3개월로 단축했다.

aT에 따르면 KMF가 JAKIM과의 동등성을 획득한 이후 KMF 인증 업체의 말레이시아 수출실적이 적게는 46%에서 최고 229%까지 증가했다.
aT는 지난해 12월 11일 ‘인도네시아 할랄(MUI) 및 수입식품등록제도(ML) 세미나’를 개최해 KMF 인증이 MUI와 동등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현재 인도네시아 실사단에 의해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으며, 이것이 확정되면 KMF 인증을 받은 기업이 말레이시아는 물론 인도네시아까지 수출로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단법인 할랄협회 관계자는 aT가 KMF가 JAKIM과 동등성을 획득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국내 할랄 인증이 일정 부분 진일보했지만 그 효과가 과대 포장됐다”고 밝혔다. 그는 “동등성 획득이라기보다는 JAKIM의 리스트에 기재됐다고 보는 것이 옳다”며 “리스트 포함은 해외에 거주하는 말레이시아 무슬림이 부득이 해외제품을 음용할 경우를 대비한 대용품으로서의 의미”라고 말했다. 한편 할랄협회는 기존 인증기관과는 별개로 자체 할랄 인증을 실시할 예정이며 현재 세부사항을 준비 중에 있다.


● 어떤 기업이 진출했나?
네슬레, 맥도날드 등 세계적인 식품외식기업은 일찌감치 할랄 시장의 가능성을 점치고 이에 뛰어들었다. 네슬레는 1980년대부터 할랄 전담 부서를 만들어 전 세계 85개 공장에서 150여 개 제품이 인증을 받았으며, 맥도날드는 제품, 운반, 보관, 조리, 사후 관리를 포함한 전 과정에 대해 JAKIM 인증을 받았다.

늦었지만 국내에도 최근 할랄 인증을 받은 상품들이 점차 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13년 3월 JAKIM 인증을 획득했다. 인증 제품은 햇반과 조미김, 김치 등 총 43개 품목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무슬림을 비롯해 비무슬림 소비자들까지 공략하기 위해 JAKIM을 통한 할랄 시장에 진출했다”며 “할랄 식품이 깨끗하고 안전한 식품으로 각광받아 비무슬림 소비 비중도 전체 25% 수준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현재 말레이시아 내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식을 테스팅 중이다. 향후 테스팅을 토대로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중동 등까지 할랄 인증을 받은 한식을 수출할 계획이다.

대상은 MUI 인증으로 마요네즈, 김류, 유지류, 당면, 당류 등의 인도네시아 수출 길을 열었다. 할랄 시장 진출 초기인 2011년에는 6억원의 매출(할랄 제품 기준)을 기록했으나 2013년 1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2년 사이 150%의 매출 성장률을 보였다. 대상 관계자는 “주요 인기 품목인 홍초, 간장, 고추장 등이 할랄 인증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수출이 어려웠다”며 “할랄 시장에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들은 과감하게 기존 레시피를 변경, 현지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마마수카’라는 현지 브랜드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대상은 할랄 인증 품목을 다각화하고 해외 OEM을 추진할 예정이다.

농심은 신라면(봉지•컵), 중동 수출용 컵면 6종 등 총 8총의 KMF 할랄 인증을 취득했으며 그 중 신라면은 그동안 수출 실적이 없던 이슬람국가(파키스탄, 요르단, 카타르)를 개척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농심은 2011년 4월 부산공장에 할랄 전용 신라면 생산라인을 신설하고 고기 성분을 뺀 할랄 신라면을 이슬람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KMF 인증을 받은 김 제조전문 기업 만전식품은 2013년 기준 3억1600만원(약 3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초기 대비 2.5배 매출이 신장했다. 만전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할랄 인증 관련 박람회 등에 참가해 제품 홍보 예정이며, 할랄 인증 로고가 눈에 띄도록 제품 패키지를 변경할 계획이다.

남양유업 역시 환자용 특수식 등 일부 제품의 인증을 얻었고 지난해 5월에는 크라운제과가 스낵류 4개 제품에, 풀무원도 지난 7월 라면류 인증 획득에 성공했다. 동아원은 지난 8월 JAKIM으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았다.

할랄 시장에 진출한 기업과 할랄 인증기관 관계자들은 할랄 시장 진출에 앞서 이슬람 문화와 할랄에 대한 개념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할랄은 문화적이고 종교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적용이 어려울 수 있고, 단순히 시장 확대와 수익만을 좇아 섣불리 진출할 경우 오히려 무슬림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견해다. 또한 사전에 원료와 원료 제조공장에 대한 적합성 여부의 심층적인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직 국내에 할랄 과정을 거친 육류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고 전용 생산 공장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할랄 시장에 뛰어들기 전 다각적인 검토와 준비도 필요하다. 국내 식품 중 할랄 시장에서 유망한 품목은 김치, 인삼, 라면, 과즙음료 등이다.

임윤주 기자 lyj1188@foodbank.co.kr


[인터뷰] 양인규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수출팀장

“정부가 길을 닦겠습니다, 기업은 나아가십시오”
KMF가 JAKIM과의 동등성을 획득하고 나아가 MUI와의 동등성 획득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은 정부가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발 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JAKIM 등 세계적으로 공신력 있는 할랄 인증에 큰 비용이 들어 중소기업은 해외 인증을 받기 어려웠으나 KMF가 공신력을 얻으면서 무리 없이 무슬림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죠. 향후 동남아, 중동, 북부 아프리카까지 시장권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양인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수출팀장은 그러나 할랄 시장 진출이 모두 성공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할랄 인증은 무슬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진입 조건일 뿐이라는 것이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품력, 마케팅, 현지 시장 파악 등 다른 분야의 수출과 동일하게 철저한 검토와 준비를 거쳐야 한다.

“자본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은 여러 기업과 제품을 모아 공동 마케팅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현지 바이어와 유통 채널 등 비즈니스 파트너 발굴에 주력해야 합니다. 정부는 국내 기업의 활발한 할랄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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