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 식자재 유통, 식품외식업계 마지막 비상구
신년특집 / 식자재 유통, 식품외식업계 마지막 비상구
  • 김상우
  • 승인 2014.01.06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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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직거래ㆍ해외 소싱 확대하고 원스톱 솔루션시스템 구축해야
흥국증권에 따르면 국내 식자재 유통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98조원 규모의 거대시장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거대 시장규모와는 다르게 다수의 영세 유통업체가 난립하는 구조를 보이면서 대기업의 시장 침투율은 4~5%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대기업 계열의 단체급식업체와 식품가공업체들은 식자재 유통을 마지막 미개척지로 보고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기업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외식산업은 대기업의 참여율이 높아지면서 식자재 유통의 선진화를 이끌 수 있는 핵심부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식자재 유통의 선진화를 이룬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대기업의 시장 참여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본다.

● 미국ㆍ일본의 선진 시스템
미국은 광활한 국토면적으로 오래전부터 대형 물류 시스템이 발달해왔다. 식자재 유통도 그 맥락을 같이하면서 자연스레 대기업이 주도하는 시장 구조가 형성됐다. 현재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이르고 있으며, 그 중 시스코(sysco)는 시장 점유율 17%를 차지하며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지난해 12월에는 시장 2위 업체인 US Foods를 합병해 점유율을 27%까지 늘려 1인 체제를 공고히 했다.

전문가들은 시스코의 성공요인으로 70회가 넘는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의 확장, 일괄 구매가 가능한 원스톱 서비스, 효율적인 배송과 품질 관리, 거래처에 대한 확실한 영업 컨설팅을 제공 등을 손꼽고 있다.

특히 시스코는 고객별 매출 비중에서 외식업이 60%를 차지해 눈길을 끈다. 나머지는 병원 및 양로원 10%, 호텔 6%, 학교급식 5% 등으로 급식 비중이 더 큰 국내 업체들과 다른 양상이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스코는 저마진으로 승부하는 경쟁업체와 달리 최종 고객의 선호도를 지속적으로 조사해 음식점들과 공유하는 전략을 펼쳤다”며 “거래 업체들이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좋은 성과를 내자 자연스레 충성고객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대형 식자재 유통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미국보다 낮은 편으로 외식업체들이 식자재 유통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

외식업체가 산지 생산에 직접 참여해 식자재를 자체 공급받는 수직 계열화 형태가 발달했다. 외식업체와 산지 농가가 공동출자해 산지 유통 전문회사를 설립하는 방식, 전국의 생산자가 서로 연계해 외식 및 식자재 유통업체에 연속 출하해 식자재 연중 공급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시닥스(shidax)와 토호(toho)가 식자재 유통을 주도하고 있다. 1960년 급식업체로 시작한 시닥스는 급식과 외식 등의 식자재 유통을 맡으며 규모를 점진적으로 늘려갔다. 이후 구매 및 물류를 일원화해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포장 간소화, 대량 구매, 전국의 물류망 활용 등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최근에는 식자재 아이템에 대한 품질보증을 작성해 관련 정보를 쉽게 검색할 수 있게 하는 IT기술 활용도 눈에 띈다. 시닥스의 매출 비중은 외식 및 가라오케 26%, 병원급식과 일반급식이 각각 20%, 종합 아웃소싱 19%, 전문외식 10%, HMR 및 편의점 사업부문이 7%다.

토호는 시닥스와 달리 시스코와 비슷하게 인수합병을 통한 식자재 유통 사업의 확대를 도모했다. 단순한 식자재 유통에 그치지 않고 외식 사업에 대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차별화를 앞세워 시장에 접근했다.

또한 인근 지역 내 소상공인을 상대로 식자재를 공급하는 지역 밀착형 비즈니스 모델인 A-Price를 운영하고, 수많은 자회사를 설립해 새로운 수익 창출과 비용절감을 가능케 했다. 매출 비중은 식자재 유통이 65%, A-Price 20%, 나머지는 슈퍼마켓 사업 부문 등이 차지한다.

● 환경의 변화, 대기업 참여 촉진
미국, 일본과 달리 국내 식자재 유통시장은 대기업의 영향력이 미미한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참여 기간 자체가 매우 짧다. 현 1위 업체인 CJ프레시웨이만 해도 1999년에야 식자재 유통을 시작했다. 시작이 꽤 늦은 편이었지만 주요 사업 영역을 급식에서 식자재 유통으로 전환할 만큼 대규모 투자를 앞세워 단기간에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그동안 대기업군에서는 급식 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 내부시장)을 가진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해갔다. 그러나 CJ프레시웨이의 성공을 계기로 새로운 먹을거리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식품가공업체들까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롯데푸드와 대상 베스트코, 삼양 서브큐, 매일유업 엠즈푸드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며, 업계에서는 자사 캡티브 마켓의 소량 공급에 그쳤던 농심과 SPC 등도 식자재 유통에 공격적인 투자를 거듭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실제 SPC 계열의 삼립식품은 지난해 하반기 급식 및 식자재 유통의 신규 사업안을 마련하고 사업 전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경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식자재 유통시장은 그간 중소상인의 무자료거래가 많아 대기업의 합법적인 거래방식으로는 가격경쟁력을 갖기 어려웠다”며 “그러나 식품 안전성을 찾는 소비자 트렌드 확산, 1인 가구의 증가, 외식업체의 기업화가 급속히 이뤄지는 등 대기업이 해결할 수 있는 조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각 대기업들은 외식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외식시장 규모는 약 77조원으로 이 중 외식시장의 식자재 규모가 약 35%인 27조원으로 추정된다.

외식시장은 2000년대 중후반까지 높은 성장세를 구가했지만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경쟁력이 낮은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프랜차이즈 기업형 외식업체들이 최근 3년간 20% 이상의 고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이들은 식자재 유통뿐만 아니라 맞춤형 식재 개발, 메뉴 컨설팅, 다량 구매에 따른 제품 할인 등 대기업이 추구하는 모델과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이밖에 정부가 추진하는 유통단계의 축소에 따른 제품 가격의 하락, 대형 물류창고의 운영으로 계절과 시장 기호 변화에 관계없이 거래처 수요에 맞는 안정적인 상품 공급, 인터넷 주문과 콜센터 운영, 신용카드 구매 등도 기업형 외식업체들은 물론 중소형 외식업체들의 요구까지 충족시키고 있다.

● 당장의 이익보다 장기적 안목 필요
한편에선 대기업들의 참여 확대가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으나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과 일본은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을 만큼 시스템의 선진화가 체계적으로 자리 잡았으나 국내 시장은 이제야 눈을 뜬 시점이다. 더군다나 시장 도입기인 만큼 각 대기업들 사이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과도한 경쟁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고객 확보에만 열을 올린 나머지 손해 보는 장사까지 한다”며 “가격경쟁력을 의식해 최소한의 마진율까지 무시해버리는 전략은 점유율 확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제살을 깎아먹는 동시에 시장의 건전성을 훼손시킨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중소 도매상들의 반발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중소기업적합업종 논란까지 불러오는 등 외부 환경 리스크에 취약하다”며 “중소 업체들과의 상생을 도모하거나 장기적 발전을 위한 흡수 방안도 고심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더불어 외식시장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선 시스코와 같이 1차 농축수산물 상품 비중을 늘려야한다는 견해도 있다. 시스코는 1차 상품이 57%, 가공식품 29%, 주방용품 등 기타 14%의 구성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대다수 대기업들은 아직까지 1차 상품의 활발한 발굴이 이뤄지지 않아 가공식품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시스코가 43만 여개의 품목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2만~3만 여개의 품목에 그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의 품목 한계성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1차 상품은 그동안 거래해왔던 업체들과 진행하고 대기업들과는 경쟁력 있는 가공식품 위주로만 거래하고 있다”며 “MD(Merchan dising)의 역량과 고객 이해관계의 부족, 품목 및 해외 소싱의 한계 등이 많다”고 밝혔다.

또 다른 외식 업계 관계자는 “식자재 유통 시장은 유기적인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대기업들의 원활한 진입을 위해선 기존의 유통시장을 인정하고 중소 유통업체와 도매업체를 끌어들이는 방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원스톱 솔루션시스템과 같이 결국 고객의 요구에 끊임없이 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의 확립과 각종 인프라의 구축, 기존 시장과의 화합이 시장의 발전은 물론 각 업체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우 기자 ksw@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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