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고충 타개 극약처방, 부작용 속출
중기 고충 타개 극약처방, 부작용 속출
  • 김상우
  • 승인 2014.01.13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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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에 발목 잡힌 식품업체…③
중소기업을 살리자는 명분의 중기적합업종 지정에 대해 그간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부작용이 속속 현실화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1월 CJ제일제당, 대상, 풀무원 등 주요 식품업체 관계자들과 콩 생산 농가 대표를 긴급 소집해 “국산콩 수매량을 최대한 늘려 달라”며 “동반성장위원회에 두부 제조업을 중기적합업종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가 농식품부와 함께 동반위에 두부 제조업 중기적합 해제를 요청한 바 있다.

● 두부 적합업종 지정에 콩가격 폭락
정부와 업계의 이러한 움직임은 농가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극약 처방이다.

그동안 국산콩을 사들여 두부를 만들어온 대기업들이 중기적합업종 규제로 두부 제조를 줄이자 산지 가격이 40%가량 폭락했다. 더욱이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국내 콩 생산이 20% 이상 늘어나 농가의 어려움이 심화될 전망이다. 또한 대기업의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을 맡고 있던 중소기업 역시 중기적합업종 지정에 따른 생산 물량 감소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영제 연합회 회장은 “동반위가 우리에게 한 번 물어보지도 않고 두부를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바람에 오히려 농민들과 중소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동반위는 농식품부와 업계의 요구에 대해 “국산 콩 생산량은 매년 늘고 있지만 높은 가격으로 인한 소비 감소와 정부의 수매가 부족한 상황에서 단순히 적합업종의 부작용으로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국산 콩의 수요는 두부와 순두부, 콩나물 등 사용 방식이 다양한데다 동반위의 적합업종은 비포장두부 및 포장용 대형 판두부에 국한돼 전체 콩 수요의 일부에 그친다”고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밖에 중기적합업종 지정으로 성장이 막히는 회사들까지 속출하고 있다. 샘표식품은 지난 2010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진입한 이후 회사의 핵심 사업에 브레이크가 걸린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60년 넘게 장류 사업을 주축으로 성장해왔지만 장류가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2011년 사업 축소를 권고 받은 것이다. 이후부터 매출액이 정체돼 새로운 사업군을 모색하고 있다.

● 정부, 규제하면서 밖으로 나가라?
국내 주요 식품업체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률은 평균 5% 안팎이다. 속칭 1조 클럽이라 불리는 주요 회사(CJ제일제당, 오뚜기, 대상, 농심, 롯데칠성, 동서식품, 매일유업, 파리크라상 등)의 최근 3년간 영업이익률도 5.5%에 그치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글로벌 식품업체인 네슬레, 펩시코, 크래프트, 플라워푸즈, 파네라, 맥도날드, 염브랜드, 스타벅스 등이 16.1%의 영업이익률을 내는 것과 비교할 때 큰 차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두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나친 가격 규제가 밑바탕에 깔려있다고 지적한다. 사실 식품가격 인상은 각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시장 경제의 원리지만, 가격을 올렸다가는 세무조사, 담합 조사 등 정부의 압박이 당장에 날아드는 것이 업계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과거 네슬레와 같은 세계적인 식품업체를 만들자며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말로만 끝났다”며 “생산비는 오르는데 완제품 가격이 묶여버렸고 최근에는 밀어내기 논란과 골목상권 규제, 불량식품 단속까지 겹치면서 식품산업이 정부의 경제민주화 최대 희생양으로 전락했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는 얼마 전 주요 식품업체들과 면담을 갖고 중국 시장에 적극 진출해 달라는 주문을 했지만 다들 반응이 싸늘했다”며 “가격 규제로 인해 업계 전반에 저효율 구조가 팽배해진 상황에서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해달라는 말은 업계의 어려움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탁상공론”이라고 말했다.

● 대형마트 영업일수 제한도 ‘악재’
대형마트 영업일수 제한으로 인해 매출 타격을 입고 있는 식품업체들은 외국계에 대한 별다른 제재가 없는 것도 심각한 역차별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SSM인 ‘트라이얼코리아’는 영남권을 중심으로 사업을 활발히 펼쳐 지난 2010년 400억원에서 지난해 607억원으로 2년 사이 매출이 52%나 늘었다. 매장수도 2010년 6개에서 올해 10월까지 12개로 2배나 늘었다. 지난해에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일본계 SSM ‘바로’ 역시 첫해 14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나친 옥죄기로 일관한다면 기업들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고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현재 검토 중인 중기적합업종 지정 법제화가 자유무역협정(FTA)이나 각종 국제협정에 위배될 소지가 많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우 기자 k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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