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양계농가, 식을 줄 모르는 계란 싸움
하림·양계농가, 식을 줄 모르는 계란 싸움
  • 김상우
  • 승인 2014.01.21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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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협 “하림 계란사업 철회 안하면 국민에게 부도덕 알릴 터”
하림 “유통사업에만 전념…양계농가와 발전의 길 모색하겠다”
▶ 지난 7일 대한양계협회와 한국계란유통협회가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림의 계란 유통 사업 철회를 촉구하는 100만인 서명운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하림의 계란 사업 저지에 나선 양계농가들이 반발 수위를 높이면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하림은 지난해 11월부터 계란사업에 나서 22개 사육농가로부터 무항생제 계란을 공급받고 있으며, 자사 닭고기 브랜드인 ‘자연실록’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1등급란과 특란, 대란 등 3종류가 출시되고 있다.

대한양계협회와 한국계란유통협회는 지난 7일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하림계란산업 진출 철회 100만인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이날 두 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하림이 계란 사업의 진출로 인해 △자체 계열농가 확보로 계열화를 확대해 계란 과잉생산의 조장 △육계나 종계처럼 해당농가들이 소작농으로 전락 △하림의 시장점유율이 기존에 구축한 닭고기 유통망을 통해 더욱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준동 대한양계협회 회장은 “하림은 계란 생산을 제외한 유통에만 참여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내외 72개 계열사를 갖고 있는 거대 기업”이라며 “육계계열화사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믿을 수 없으며 계란 사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하림의 부도덕함을 국민에게 지속적으로 알리겠다”고 말했다.

강종성 한국계란유통협회 회장은 “최근 롯데마트에서 계란 농가들의 어려움을 반영해 하림 계란을 철수시겼다”며 “우리 유통인들이 똘똘 뭉쳐 하림을 막아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하림은 계란 사업을 접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확고히 했다. 하림 관계자는 “CJ와 풀무원 등 더 큰 대기업들이 계란 유통 사업을 하고 있는데 우리만 안 된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며 “계란 사업은 일부 산란 농장의 수익증대에 주안점을 두고 시작한 사업인 만큼 유통에만 전념하고 계란의 계열화 사업은 절대 시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계란 생산농가들은 품질 좋은 계란을 생산하고도 영업력과 시장교섭력이 약해 소비자에게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해결하고 양계농가와 발전의 길을 꾸준하게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계란유통사업에만 전념하겠다는 하림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두 협회는 그간의 선례를 볼 때 하림이 약속을 지킬 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 2007년 하림이 돈육 가공 업체인 선진을 인수하면서 시장 1위에 등극하자 양돈협회는 “전업 양돈농가들이 위탁 사육농가로 예속될 것”이라며 전국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이어 하림은 지난 2008년 대상그룹의 축산물 사육·가공 사업부문인 대상 팜스코의 지분 65%를 인수해 양돈협회와 지속적인 갈등 양상을 보였다.

특히 2012년에는 계열사 HK상사를 통해 수입 닭고기를 유통시켜 국내 양계농가의 생존을 위협한다며 양계협회의 대규모 반발을 불러왔고, 프리미엄 도시락 브랜드인 ‘하림유노타니’를 론칭해 도시락 사업에 뛰어들면서 골목상권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한편 대한양계협회는 계란 유통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자구책을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로부터 73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계란산업의 컨트롤타워 설립을 계획 중이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광역계란유통센터를 구축해 집하장을 일원화하는 등 기존에 음성적으로 거래되던 계란 유통이 투명성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우 기자 ksw@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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