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제과는 제품에 표시된 가격과 실제 판매 가격의 현격한 차이로 생겨나는 소비자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2012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해는 정찰제 적용 품목도 16종에서 20종으로 늘렸고 권장가격을 종전보다 낮춰 시장에서 반영되는 할인율을 제거했다.
롯데제과에 이어 빙그레도 정찰제 품목을 8개 확대 적용해 가격 거품 제거에 동참했다. 이와 함께 동네 슈퍼마켓 등 일반 소매점에만 적용하던 정찰제를 편의점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반값 할인을 없앨 경우 편의점과 경쟁하기 힘들다고 주장하는 동네 슈퍼의 반발에 이렇다 할 진전이 보이지 않고 있다. 아이스크림은 녹기 쉬운 제품 특성상 소비자들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매장을 찾아 대형마트보다 동네 슈퍼마켓의 물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즉 빙과업체들이 이들을 설득하지 않는 이상 정찰제 안착은 언감생심인 셈이다.
일부 소비자들도 정찰제 시행이 사실상 가격인상을 전제로 두고 있지 않냐는 견해다. 이성겸(35) 씨는 “취지가 어찌됐던 소비자들은 정찰제로 인해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하고 비싼 가격에 사게 된다”며 “반값 할인에도 제품이 꾸준히 나오는 걸 보면 빙과업체들의 마진율이 상당할 것”이라고 부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정찰제 도입 취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나 소매점들은 생존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어 접근이 어렵다”며 “각 업체가 공동으로 나설 경우 담합 소지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기에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나, 정부도 골목상권을 보호하자는 명분으로 반값 할인을 건드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이스크림은 소매점 비중이 80% 가까이 된다”며 “대형할인마트와 편의점을 합쳐도 20% 남짓에 불과해 동네 슈퍼마켓 점주들이 불매운동을 벌이면 곧장 매출타격으로 이어진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이중가격체계가 시장에 깊이 뿌리 내려있어 정찰제가 정착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 없인 개선할 수 없는 문제로 결국 업체와 소비자 사이의 불신만 깊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김상우 기자 k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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