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보호 못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
임차인 보호 못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
  • 이인우
  • 승인 2014.04.16 0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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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산보증금 상한 제도, 즉각 폐지해야”
4억 이하 환산보증금만 임대차보호법 대상
CJ푸드빌이 글로벌 한식브랜드 ‘비비고’ 광화문점의 문을 닫는다. CJ푸드빌은 지난 7일 비비고 광화문점을 조만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오피시아빌딩의 비비고 1호점은 지난 2009년 문을 연 뒤 한식의 글로벌시장 진출을 위한 테스트 베드(시범 매장) 역할을 해왔다. 이를 둘러싸고 업계에서는 최근 CJ푸드빌의 경영악화가 지속됐기 때문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또 지난 연말부터 CJ푸드빌이 당초 30여개 가까운 외식브랜드 중 일부를 줄이기 시작한 점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비비고 광화문점 철수의 직접적인 이유는 임대기간 5년이 종료되면서 건물주가 임대료 인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최근 씨푸드오션, 피셔스마켓 등 외식브랜드의 철수도 전체 브랜드의 30% 정도는 사업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차원에서 시작했다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최근 정리한 브랜드는 당초부터 파일로트 매장 성격이 강했다”며 “통상적으로 전체 브랜드의 1/3은 파일로트 브랜드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CJ푸드빌 비비고 광화문점 철수 이유

실제 문제는 비비고 광화문점 철수 이유가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사각지대 때문이란 설명이다.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은 표면적으로 영세 자영업자의 피해 방지와 지속적인 영업 보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2002년 시행 이후 3차례의 개정을 거친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주요 내용은 △상가 재계약 시 보증금 및 임대료 상한율 9% 제한 △5년 간 재계약 갱신권 부여 등이다.

하지만 보호대상을 서울지역의 경우 환산보증금 4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있어 제도적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과밀억제권역은 환산보증금 3억원 이하, 광역시 2억4천만원 이하, 그 밖의 지역 1억8천만원 이하인 상가건물 임차인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환산보증금은 (임대료×100)+보증금을 말한다. 가령 월 임대료 200만원에 보증금 2억원만 되도 환산보증금 4억원으로 서울에서 임대차보호법 대상에서 제외된다.

비비고 광화문점은 물론 서울 주요상권의 상가 대부분이 환산보증금 10억원 이상으로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유명무실한 셈이다.

●규정 따라 임차인 권리까지 차별대우

지난해 정부 조사에 따르면 지역별 평균 월세는 서울이 176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경기도 과천•의정부 등 수도권 과밀억제권도 131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주요상권의 임대료는 통상 1천만원 이상인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환산보증금 4억원 이하의 점포 임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월 임대료 인상율은 지난 2010년 기준 서울이 17.4%, 광역시 12%, 기타 지역 11.3%, 수도권 과밀억제권은 9.7%씩 각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건물주가 무리한 임대료 인상을 요구할 경우 임차인은 이를 따르거나 계약갱신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비비고 광화문점뿐만 아니라 많은 외식 브랜드가 계약갱신을 하지 못해 매장을 옮기고 있다.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 요구에 기존 매장에서 철수한 브랜드는 올해 초에만 딘타이펑과 미스터피자, 원앤원 등이 있다.

한 외식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현행법상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외식업소는 임차인으로서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며 “임대인의 재산권 행사만 보장하기 때문에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영업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털어 놓았다.

●일본, 임차인과 합의해야 임대료 인상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에 비해 상가 임차인 보호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일본의 임대차보호법인 ‘차지차가법(借地借家法)’은 건물주가 임대료를 인상하고자 할 경우에는 반드시 임차인과 합의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합의가 안 될 경우 재판을 통한 법원의 조정으로 새로운 임대료가 확정될 때까지는 기존 임대료를 공탁하도록 하는 등 임차인 보호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국내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보다 임대인 재산권보호에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지난 2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선안을 내놓았으나 상가임대차보호법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점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상가임대차 문제는 많은 사업자들이 전재산을 투자해 생계수단으로 외식업소 등을 운영하기 때문에 주택임대차보호보다 더 절실한 문제”라며 “특히 환산보증금 액수에 따라 임대차보호법의 예외규정을 두는 것은 불합리하기 때문에 당장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인우 기자 liw@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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