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 서브 벗어나 쿡 후로즌-쿡 칠-수비드…다양성 갖춰야
국내 단체급식이 발전하기 위해선 주방 시스템 개선이 반드시 뒷받침돼야하지만 높은 설비비용이 걸림돌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단체급식 주방 시스템은 대부분 쿡 서브로 운영되고 있다. 쿡 서브는 당일 공급받은 식재를 당일에 모두 소진하는 방식이다. 곧장 조리하기 때문에 식재의 맛을 살려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많은 조리 인원이 필요하고 식재 발주에 따른 낭비 요인이 생긴다.
이에 반해 유럽과 구미권에서 널리 사용하는 방식인 쿡 후로즌, 쿡 칠, 수비드 등은 효율성은 물론이고 안전성까지 겸하고 있어 이상적인 모델로 꼽힌다. 다만 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기 투자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 쿡 칠 시스템 방식으로 대용량의 메뉴를 짧은 시간 안에 소화할 수 있다. 사진은 조리사가 콤비스티머에 조리된 메뉴를 가열하는 모습.
쿡 후로즌은 조리한 메뉴를 급속 냉동시킨 후 필요시 메뉴를 가열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쿡 칠 시스템은 조리한 메뉴를 4℃ 이하(냉장)로 떨어뜨려 보관한 후 5일 안에 가열해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두 시스템 모두 공장이나 호텔과 같이 대량 조리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사용한다. 맛의 변질이 거의 없고 500인분을 10분 안에 줄 수 있는 신속성, 5일 정도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체급식에서 사용한다면 식재의 낭비 요소는 물론 박테리아 발생에 의한 식중독 위험도 예방할 수 있다.
수비드는 진공저온조리로 재료를 내열성 비닐 팩에 진공 포장한 후 저온에서 장시간 조리하는 방식이다. 개봉하지 않기 때문에 재료의 질감과 향, 영양분을 모두 지켜내며 20일이나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다만 수비드는 장점이 많은 만큼 관련 기기 투자비용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단체급식부터 외식까지 쿡 후로즌을 사용하는 비중은 5% 미만이고 쿡 칠은 1% 미만, 수비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며 “요리는 온도가 높아질수록 조리 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러한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대형 호텔 외에는 투자가 전무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 주방 문화 자체가 가스렌지와 솥 등 몇 가지 기구만 있으면 뭐든지 만들 수 있다는 낡은 인식이 지배하고 있다”며 “과거 단체급식에서 식중독 사고와 같은 위생사고가 빈번하고 수량이 모자라거나 필요 이상을 남기는 일이 자주 발생한 것도 모두 다 시스템의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학교급식에서 오븐이 속속 보급돼 지금은 90% 이상이 오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점진적인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즉 쿡 쿠로즌과 쿡 칠, 수비드 등의 시스템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보급이 순조로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장재규 미래주방환경컨설팅 소장은 “과거에는 한 대도 들어가지 않았던 오븐이 학교급식에 하나둘씩 들어간 후 뛰어난 조리 효율성을 인정받으며 대부분의 학교에서 오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주방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끌어올릴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음식을 제공해 아이들의 올바른 식습관 형성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도 주방에서 물을 끼얹는 청소가 청결하다고 믿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수분이 많으면 박테리아의 조성 환경을 최대치로 만들어주기 때문에 드라이 키친을 지향해야 하며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상우 기자 ksw@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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