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명인·명장 관련법
구멍 뚫린 명인·명장 관련법
  • 이인우
  • 승인 2014.07.07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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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단체 명인 남발…‘단속 근거 없다’
농식품부, 뒤늦게 관계자 대책회의 검토
민간단체들이 식품명인과 조리명인 지정을 남발하고 있으나 허술한 관련법과 정부 주무부처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별다른 제재를 하지 못하고 있다.<본보 838호•6월 30일자>

근거 없이 명인•명장을 남발하는 단체나 기관을 처벌할 수 있는 법 조항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는 점도 시급히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식품산업진흥법에 따라 지난 1994년 조귀영 송화백일주 제조 명인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까지 총 59명의 전통식품명인을 지정했다. 이 중 그동안 사망한 7명을 제외한 52명이 명인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 명인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에서 각각 지정•관리하고 있다. 식품산업진흥법은 전통식품명인과 일반식품명인을 각각 지정토록 하고 있으나 아직 일반식품명인은 신청자가 없는 상태다. 정부가 공식 인정하는 요리명장은 지난 2000년부터 산업인력공단에서 지정한 9명뿐이다.

●민간단체 지정 명인, 업소 홍보용 전락

하지만 (사)세계음식문화연구원, (사)한국조리기능인협회, (사)대한명인회 민간단체에서 1년에 10여 명 이상의 명인 지정을 남발하면서 명인의 희소성과 가치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

특히 민간단체에서 지정한 조리명인 등은 대부분 자신이 운영하는 외식업소의 홍보수단으로 내세우며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 명인제도 등을 잘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로서는 명인이 만들었다는 식품을 구매한다든지 명인을 내세운 외식업소의 음식에 실망할 경우 정부가 지정한 식품•요리 분야 명인•명장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 그럼에도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와 산업인력공단은 민간단체의 명인 남발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는 본지의 ‘명인 남발’ 보도 이후에야 명인 지정 업무를 진행하는 농촌진흥청 등 관련 기관과 협의하는 뒷북 행정에 그치고 있다. 또 7월 둘째 주중 명인제도를 관할하는 식품산업정책관과 식품산업진흥과, 식품명인협회, 농촌진흥청 등 관계자 회의를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농식품부 식품산업진흥과 명인 업무 관계자는 “지난 6월 25일 농촌진흥청에서 올해 전통식품명인 지정에 대한 회의에서 본보에서 지적한 민간단체의 명인 지정 남발 문제를 거론했으나 대응방안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명인이라는 명칭이 너무 포괄적이기 때문에 정부지정이라는 말을 붙이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그보다는 한국식품명인협회를 통해 민간단체 명인의 위법 사례가 있는지 알아보고 법적 조치가 필요한 경우 사법당국을 통해 제재토록 하는 방안이 나왔다”고 했다.

●식품명인 허위 표시 등만 처벌 가능

현행법상 단순히 명인이라는 명칭을 붙인다고 해서 제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식품산업진흥법에 따르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제14조제1항에 따라 식품명인으로 지정받은 서류를 양도하거나 명인이 아닌 자가 명인 표시나 광고를 할 경우 등에 대해서만 위법행위로 규정한다.

제14조 제1항은 ‘농림축산식품부장관 또는 해양수산부장관이 우수한 식품 기능인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식품명인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식품명인 관련 위법행위에 대한 벌칙은 ‘식품명인의 지정을 받지 아니한 자가 제조•가공•조리 등을 한 식품에 식품명인의 표시나 이와 유사한 표시를 한 자’(동법 제36조 1항)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법적 처벌이 가능한 범위를 명인 증빙 서류의 양도나 명인이 아닌 자가 식품의 포장에 명인표시를 하거나 광고하는 행위로 국한해 당국에서 민간단체의 명인 남발에 대처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느슨한 당국 대처 명인 남발 부추겨

더욱이 위법행위를 조사하고 적발하는 권한을 가진 주체를 명시하지 않아 주무부처인 농식품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리명장 관련법은 식품산업진흥법보다 더 느슨하다.

‘명장이나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한 자에게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숙련기술장려법 제26조 1항)와 ‘제1항에 따른 과태료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노동부장관이 부과•징수한다’(동법 제26조 2항)는 조항이 전부다.

민간단체에서 남발하는 조리명인을 ‘명장과 유사한 명칭’으로 보고 처벌을 검토할 수 있으나 유권해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명장 지정 업무를 주관하는 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명인이라는 말이 워낙 포괄적으로 쓰이고 있어 명장과 유사하다는 사실만 근거로 처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결국 느슨한 명인•명장 관련법 때문에 민간단체의 유사 자격 지정을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없는 실정이다. 관련 당국의 소극적인 대처도 명인 남발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농식품부의 경우 자체적으로 민간단체의 식품명인 지정 현황과 위법 사례 조사가 가능한데도 한국식품명인협회에서 조사토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식품명인 등을 지정하는 단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명인협회에서 조사해도 충분할 것”이라며 “전통식품명인이라는 허위 표시나 광고를 하지 않는 경우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각 단체에 자제 권고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인우 기자 liw@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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