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소 따뜻한 기부문화 ‘미리내운동’ 아세요?
외식업소 따뜻한 기부문화 ‘미리내운동’ 아세요?
  • 신지훈
  • 승인 2014.08.29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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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참 업소 300곳 이상…어려운 이웃 위해 음식값 미리 지불
▶ 외식업소 등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소액의 음식값을 미리 내 나중에 필요한 사람이 무료로 식사나 음료를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미리내운동이 조용히 확산되고 있다. 사진= 미리내운동본부 제공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손님들이 음식 값을 미리 지불하는 미리내운동이 외식업소를 중심으로 조용히 확산되고 있다. 미리내는 ‘미리 낸다’는 뜻.
미리내운동은 지난해 5월 6일 처음 시작돼 현재 동참하는 가게가 300여 곳에 이른다.

김준호 미리내운동본부 대표(동서울대 교수)는 “과거에는 가게에서 불우한 이웃에게 음식이나 물품을 그냥 주거나 같은 가격에 좀 더 퍼주는 경우가 흔했다”며 “이를 되살려 가장 한국적인 나눔 문화로 정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쉬운 참여로 빠르게 확산

미리내운동은 커피 한 잔으로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100년 전통의 이탈리아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운동’을 모티브로 했다. ‘맡겨둔다’라는 뜻의 서스펜디드는 현재 서스펜디드 커피 네트워크라는 조직을 결성해 150개 이상의 글로벌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 회사들이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미리내운동은 외식업계 외에도 미용실, 옷가게, 피트니스센터 등 특정한 영역에 구분을 짓지 않고 기부를 원하는 누구나 적은 금액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스펜디드 운동과 차별화했다. 그 중에서도 어려운 이웃에게 가장 급한 문제인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음식업소의 전파 속도가 빠른 편이다.

미리내운동 확산의 원동력에는 빠른 순환 체계에 있다. 누군가를 위해 해당 음식의 가격을 미리 내면 필요한 이가 와서 기부한 음식을 먹고, 자신의 능력이 될 때 또 다른 누군가에게 미리내운동을 전해준다. 즉 당장 현금이 없는 이가 기증된 라면 한 그릇을 먼저 먹고 자신의 지갑이 채워졌을 때 여러 미리내 가게 중 한 군데를 들러 누군가를 위한 비용을 미리 내주는 방식으로 누구나 기부자와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외식업소도 큰 부담 없이 기부에 동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의 목소리가 높다. 요란한 광고나 적극적인 권유 없이도 가입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외식업소 동참 요청 쇄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미리내운동의 큰 장점이다. 미리내 가게에 가입한 커피전문점에 3천원을 기부하고 ‘더운 여름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잔 드세요’라고 메모를 남긴 한 기부자는 며칠 후 그 가게에서 ‘덕분에 정말 잘 마셨습니다. 힘내서 열심히 살겠습니다’라는 답장을 보고 뿌듯한 마음에 방문할 때마다 미리내운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수혜자를 지정할 수도 있다. 한 국수전문점은 폐지 줍는 할머니를 대상으로만 국수를 제공하고 있다.

2~3천원의 적은 돈으로도 기부가 가능해 어린 학생들의 참여도 높다. 이들은 친구와 화해의 창구로 미리내 운동을 이용하기도 한다. “친구 OOO에게 떡볶이를 주세요”라며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것.

김 대표는 “기부는 특별하고 거창한 것이 아니다”라며 “학창시절부터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기부가 일상화되는데 작으나마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돈가스 맛집 ‘화가와요리사’ 이대점도 미리내운동에 동참했다. 그러나 이 업소 대표는 미리내운동에 대한 설명을 듣기 전까지 “업소의 악용과 대상자가 확실하지 않다는 점 등으로 솔직히 미리내운동이 정상적으로 운영될까 우려했다”고 한다.

홍보목적 가입 신청은 ‘노땡큐’

미리내본부 측은 미리내 가게 가입에 가장 중요한 점은 미리내운동에 대한 정확한 이해라고 설명했다.

초반에는 김 대표가 재직 중인 학교 앞 가게와 자주 가는 가게가 주로 가입했고 단골 고객들이 참여해 제2, 3자에게 권유하는 기반 속에서 운동을 확장해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미리내 가게의 가입이 늘면서 최근 김 대표는 희망자를 만나 충분한 설명을 한 후 운영을 할 수 있는지 자체 평가를 거쳐 까다롭게 선정하고 있다.

일부 업소는 미리내운동에 편승해 홍보효과를 얻기 위해 동참하고자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미리내본부 측은 “사실 미리내 가게의 홍보효과는 크지 않다”며 “진심으로 기부운동에 참여하고 싶은 가게 위주로 가입을 진행하며 홍보 목적 가입은 꾸준한 운영이 힘들다는 이유로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외식업계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참가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직접 미리내운동을 실천할 가맹점주들의 참여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한 칼국수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손님이 돈을 지불하면 가게 주인은 그 액수만큼 가게 밖 알림판에 표시하는 시스템을 일괄적으로 실시하며 가맹점주와 손님들의 참여율을 높이는 등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띄고 있다.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 관계자는 “외식업소를 발판으로 미리내운동이 국내의 새로운 나눔 방식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는데 의미가 크다”며 “국내를 대표하는 기부 문화로 발전하기 위해 정부 기관의 협조와 홍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리내 홈페이지(www.mirinae.so)에서 참가 업체들을 확인할 수 있으며 페이스북(www.facebook.com/mirinae.so)을 통해 동참할 수 있다.

신지훈 기자 sinji27@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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