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섭취기준 낮춘 권고안 ‘실현성 낮다’ vs ‘타당하다’
당 섭취기준 낮춘 권고안 ‘실현성 낮다’ vs ‘타당하다’
  • 김상우
  • 승인 2014.09.0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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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창립 기념 심포지엄…식약처 “WHO 권고 따르지 않겠다”
▶ (오른쪽부터) 오상우 교수, 김초희 박사, 이해정 교수, 권오상 식약처 과장, 김성보 CJ제일제당 팀장, 임경숙 교수, 임수 교수,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ㆍ회장 박태균) 창립 기념 심포지엄이 지난 8월 28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후생관 강당에서 열렸다. ‘당 섭취기준 50% 낮추기 논란’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은 식품안전과 바른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은 사회적 분위기에서 단 음식을 무조건 기피하는 현상을 두고 과학적으로 접근해보기 위해 마련됐다. 주제발표에 이어 토론으로 이어진 심포지엄은 우리나라의 당 섭취 기준이 적정한가를 두고 열띤 공방이 전개됐다. 심포지엄에서 논의된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한다.<편집자>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 창립기념 포럼은 지난 3월 5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새로운 당(糖) 섭취 가이드라인이 합리적인지 여부를 따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WHO는 천연 당을 뺀 첨가 당의 하루 섭취량이 현재 전체 섭취열량의 ‘10% 수준’에서 ‘5% 수준’을 넘기지 말도록 하는 새로운 예비권고안을 내놓았다. 이 권고는 강력 권고(strong recommendation)가 아닌 조건부 권고(conditional recommendation)로 의무규정이 아니다. WHO 회원국은 각국의 상황과 사정에 따라 대응하면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WHO의 권고안을 따르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식약처는 지난 4월 8일 “5%는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적을뿐더러 우리나라는 외국보다 당류 섭취량이 많지 않다”는 내용의 공문을 WHO에 보냈다.

문제는 WHO가 이번에 내놓은 당류 섭취기준에 맞추려면 설탕뿐 아니라 액상과당ㆍ꿀ㆍ과즙ㆍ시럽 등 식품에 첨가하는 당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국내 식품산업계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식품정책 당국과 학계, 식품업계 관계자들이 각각의 입장을 밝혔다.

정부와 식품업계 측은 WHO 권고안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입장인 반면, 학계와 의료계 측은 당 섭취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상반된 견해를 밝혔다.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
심포지엄은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김초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박사와 이해정 을지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의 발제, 전문가들의 토론으로 이어졌다. 김 박사는 “최근 4년의 조사결과 우리 국민의 당(첨가당을 의미) 섭취량은 총 섭취열량의 7.1%”라며 “5%로 낮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고 주장했다.

다만 일부 연령대에서 WHO의 기존 당 섭취기준(10% 이하)을 초과하는 것이 문제라고 김 박사는 지적했다.

김 박사팀이 국민건강영양조사를 근거로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10대와 20대는 3명 중 1명이 이미 당 섭취비중이 10%를 넘고 있다.

김 박사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과다한 당 섭취는 소아 당뇨와 같은 문제점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이를 전 연령대의 과다한 당 섭취로 확대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당 섭취가 많은 취약계층과 어린이, 청소년 등의 개별적 관리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이 교수는 “당의 과다한 섭취는 분명 비만과 고혈압, 심혈관계질환, 충치 등 여러 부작용을 유발하지만 당은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필요 이상 줄이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라며 “5% 수준의 새로운 권고안은 과거 충치 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적합한 수준이라는 얘기만 나왔을 뿐 출처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권장기준, 과학적 근거 충분치 않다
식약처도 비슷한 견해다. 토론에 나선 권오상 식약처 영양안전정책과장은 “당 섭취기준을 절반으로 낮춘 WHO의 새 가이드라인은 일본인을 대상으로 오래전에 조사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했기 때문에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며 “많은 연구가 뒤따르고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된다면 정책으로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보 CJ제일제당 소재연구소 감미료팀장은 “적절한 당 섭취는 영양학적으로 필수나 과량 섭취를 줄이기 위한 당류 저감화 추세도 큰 흐름으로 이해한다”면서 “그렇지만 당류 저감화를 위해선 대체 감미료(당)에 대한 준비가 선행돼야 하며 앞으로 식품업계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만도 낮은데도 당뇨 많아 당 섭취기준 강화해야
그러나 5%로 떨어뜨리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임경숙(대한영양사협회장)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나트륨도 WHO가 권장한 하루 2g 이하는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 힘든 목표였지만 이 권고기준을 따른 결과 나트륨 섭취를 줄이자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권장기준은 현실성보다 국민에게 주는 메시지를 생각해 결정해야 하며 당을 줄일 수 있는 지침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은 나트륨 줄이기 운동에서 엿볼 수 있는 것처럼 식품 제조업체에게 좋은 식품 개발 노력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온다”고 덧붙였다.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한국인의 비만도가 서양인보다는 훨씬 낮은데도 당뇨병 환자가 서양 수준인 것은 지나친 탄수화물(당) 섭취가 원인으로 당 섭취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에서 미셸 영부인이 아이들에게 유해한 음료의 사전 접근을 막기 위해 자동판매기 등을 철수시킨 것처럼 국민을 선도하는 입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이러한 논의 자체가 이뤄진다는 사실이 매우 고무적”이라며 “당 섭취기준에 대한 논의 이전에 첨가당과 감미료 등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교묘하게 설탕을 해로운 것으로 호도하는 무설탕과 무가당 제품 표기에 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우 기자 ksw@foodbank.co.kr
※ 당류 통한 열량섭취 비율, 미국 25% 이상 한국 4.5~9.1%
당류는 설탕, 액상과당(요리당) 등 첨가당과 과당(과일), 유당(우유) 등 천연당으로 구성된다.

당류를 통한 열량섭취 비율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와 서구 국가는 큰 차이를 보인다. 국가별 1인당 하루 총 당류(첨가당+천연당) 섭취량과 하루 총 섭취(모든 음식) 열량 대비 당류를 통한 섭취 열량 비율은 △미국 89~161g(25% 이상) △캐나다 110g(18.8~25.6%) △영국 75.6~113.4g(19.9~23.7%) △한국 61.4g(4.5~ 9.1%) 등이다.

WHO가 지난 2002년 발표한 당섭취 기준은 첨가 당(식품의 제조나 조리 과정에서 첨가되는 설탕 등 단당류나 이당류)을 통해 섭취하는 열량이 하루 총 섭취열량의 10%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하루에 총 2천㎉의 열량을 섭취할 때 첨가 당을 50g 이하로 섭취하라는 뜻이다.

일부 소비자단체들은 이후 WHO의 당 권고기준이 매우 높게 책정됐다고 지적해 왔다. 일부에선 WHO의 당 권고기준이 영양을 망치는 ‘비극’이라고까지 비난했다.

이에 따라 WHO는 하루 당 섭취량이 전체 섭취열량의 5%를 넘기지 않도록 하는 새로운 당 섭취 예비권고안을 내놓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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