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학원 유학생 유치 ‘공염불’
요리학원 유학생 유치 ‘공염불’
  • 이인우
  • 승인 2014.09.15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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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연수 허용기관 기준에 요리학원 없다
8월 25일 시행, 유관부처 협조·국민과도 불통
국내 사설요리학원에서도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토록 하겠다는 정부의 서비스산업선진화 방안이 ‘반쪽짜리 정책’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지난 8월 12일 열린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를 위해 정규 교육기관이 아닌 사설 학원까지 유학생 유치를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주희 교육부 교육개발협력팀장은 “현재는 정규 교육기관에서만 유학생 유치가 가능하지만, 내년부터는 민간 교육·훈련 기관에 대해서도 유학생 비자 발급이 가능하도록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공표했다.

●외국인 전자정부 사이트에만 공지

식품·외식업계는 이같은 정책에 따라 국내 요리학원에서 유학생 대상 한식 교육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등 한식 세계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정부의 사설교육기관 외국인 연수 허용 기준을 확인한 결과 사설요리학원은 대상에서 제외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무부는 무역투자진흥회의가 열린 직후 외국인을 위한 전자정부 사이트(www.hikorea.go.kr)의 공지사항을 통해 ‘사설 교육기관에 대해서도 외국인 연수 허용’이란 문건을 올렸다.

연수 허용기관 기준은 △국내 상장기업 설립 또는 연계 전문기술 교육기관 △대학부설 전문 교육기관 △해외에 본사가 있는 유명 전문기술 교육기관에 해당해야 한다. 또 이같은 조건을 충족한 교육기관 중 설립 후 1년 이상 경과해야 하고 반기 기준 학비 400만원(연 800만원) 이상, 주중 최소 4일 이상, 주당 최소 15시간 이상의 연수과정을 주간에 진행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결국 당초 기대를 모았던 사설요리학원은 허용기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해외 유학생 유치를 할 수 없다. 법무부는 이같은 내용의 외국인 연수 허용방침을 지난 8월 25일부터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 방침에 큰 기대를 모았던 사설요리학원을 비롯한 식품·외식업계는 물론, 유관 부처인 교육부조차 이같은 법무부의 공지사항을 전혀 몰랐다는 점이다.

●해당 정책 홍보 ‘안했나 못했나’

정부의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 발표 당시 주무부처로 알려진 교육부 교육협력개발팀 관계자는 “요리학원 유학생 유치 문제는 법무부의 비자발급 지침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며 “관련 사항은 법무부에 문의해달라”고 했다.

그는 “정책 발표 당시 사설교육기관과 관련된 사안이라 교육부 장관이 발표했을 뿐 협조부처 역할을 맡고 있다”며 “(사설요리학원 등의 유학생 유치가)시행된 후 관련 업무가 여러 부처로 분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설학원 관련업무 주무 부서인 교육부 평생학습정책과 관계자도 “학원뿐만 아니라 대학이나 법인 소속 교육기관 등 모든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관련 부처의 협의를 거쳐 시행방안을 마련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관련부처도 시행 정보 ‘캄캄’

법무부는 이미 사설교육기관 외국인 연수 허용 가이드라인을 시행 중인데도 유관 부처인 교육부는 뒷북만 치는 셈이다.

사설요리학원 등 관련업계는 아예 주무 부처가 어딘지도 모르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사설요리교육기관인 H요리학원 전략기획팀 관계자는 “지난 추석연휴 직전까지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등 정부의 후속조치가 언제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며 “동시에 유학생 유치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마련 등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막상 법무부의 허용기관 기준을 알고 보니 막막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H요리학원에 따르면 현재 학원에서 연수 중인 중국동포 수강생을 모니터링한 결과 중국인 유학 수요가 무궁무진한 것으로 파악돼 대책 마련을 서둘러왔다는 것이다.

결국 H요리학원 등 사설요리학원업계에서는 정부 정책만 믿고 해당 업무를 준비하다 배신감만 느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르 꼬르동 블루만 허용할 수도

정부가 홍보만 그럴듯하게 한 뒤 실제 아무 내용도 없는 정책을 내놓기 일쑤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법무부 가이드라인에 맞는 요리 교육기관은 CJ푸드빌 등 상장기업 부설 요리아카데미나 ‘르 꼬르동 블루 숙명’ 등 대학부설 기관 등만 해당한다.

정부는 해당 정책 발표 당시 사설 요리학원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 성공 사례로 르 꼬르동 블루 일본 분원을 제시해 한류에 따른 한식붐 전파라는 목표에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법무부 체류관리과 유학생 담당 사무관은 이와 관련, “해당 내용은 지난 8월 12일 결정돼 하이코리아 사이트에 공지하고 전국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전파를 마쳤다”며 “유학생 수요가 있는 사설교육기관은 지역 출입관리사무소에 해당 비자를 신청하면 요건을 심의한 뒤 발급해 줄 것”이라고 했다.

공지사항에 대한 홍보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사설교육기관에서 문의전화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의한 기관이 어딘지에 대해서는 “여러 직원이 전화를 받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얼버무렸다.

이인우 기자 liw@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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