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 2014년… 더 어두운 연말 식당가
저문 2014년… 더 어두운 연말 식당가
  • 이인우
  • 승인 2014.12.2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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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마다 연말회식 줄이기… 실질소득 감소로 소비자 지갑 ‘꽁꽁’
▶ 사진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서울 삼성동의 식당거리가 텅 빈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원배 기자 lwb21@
외식업계의 최대 호황기인 12월이 속절없이 저물었다. 연말특수는커녕 올해 극심한 불황의 정점을 찍은 셈이 됐다. 지난 23, 24일 성탄을 앞두고 북적여야 할 서울의 식당가는 끝내 활기를 잃은 모습이었다.

서울의 대표적인 식당가로 꼽히는 북창동 일대도 밤 9시를 전후로 대부분의 시민이 빠져나가 번쩍이는 네온사인이 무색할 정도였다.

●직장인 회식도 1차에서 끝

북창동 거리에서 만난 직장인 한모(40)씨는 “부서 회식을 가졌지만 저녁식사를 겸한 1차만 마치고 모두 귀가하는 분위기”라며 “이미 지난 가을부터 동료들과의 저녁 자리가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평일에도 저녁마다 고객들로 붐볐던 한 돼지고기 구이 전문점은 테이블의 절반 이상이 텅 빈 채로 남아있었다. 소고기 전문점부터 횟집, 한식집 등 전 외식업종이 밀집한 북창동은 웬만한 불경기에도 손님이 크게 줄지 않았으나 올 연말은 각 외식업소 모두 크게 떨어진 매출에 울상을 지었다.

생태 전문점으로 널리 알려진 S식당 관계자는 “예년에는 인근 직장인은 물론 맛집 동호회 등의 방문이 많았지만 올해는 손님이 크게 줄었다”며 “이러한 매출 부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큰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북창동에서 도보로 10여 분 거리인 명동의 식당가도 내국인보다 중국 관광객들이 더 많아진지 오래다. 지난해 연말 송년회를 위해 거리를 메웠던 인파는 절반 이상 줄었다는 상인들의 푸념이 이어졌다.

명동의 대형 중국음식점 관계자는 “직장인 송년모임 예약이 지난해에 비해 30% 정도 줄었다”며 “2차 자리도 줄어 인근 주점이나 노래방도 한산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종로와 을지로 사이에 중구 다동 음식문화의 거리도 썰렁하긴 마찬가지다. 용금옥 등 서울의 대표적인 노포와 신생 외식업소가 밀집한 지역 특성상 매년 연말이면 각계각층의 고객이 몰려들었으나 올해는 식당과 주점마다 빈자리가 더 많은 실정이다.

●다동 음식문화의 거리도 썰렁

지난 26일 저녁 다동의 한 중국음식점은 단체손님은 눈에 띄지 않고 늦은 식사를 하는 고객들이 3~4개 테이블만 채우고 있었다.

음식점 관계자는 “지난해도 성탄절이 지나면서 연말 분위기가 식었지만 올해는 12월 내내 파장분위기였다”며 “인근 금융회사 등에서 단체회식 예약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금융회사는 물론 각 제조업체들이 연말 경영실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송년회와 회식을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시민들도 내년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따라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

임금은 오르지 않고 물가와 공공요금 등의 인상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시민들의 지갑은 더 굳게 닫힐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사정은 강남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4일 옛 한전건물 인근 삼성동과 테헤란로 건너편 역삼동 먹자골목 일대도 찬바람만 불었다. 역삼동의 한 고기 구이 전문점은 지난해까지 평일 예약이 밀릴 정도였으나 올 하반기부터 빈 테이블이 늘기 시작해 연말에도 특수를 잡지 못했다.

소고기 전문점 관계자는 “최상등급의 소고기는 그나마 수요가 꾸준한 편이지만 일반적인 구이 메뉴는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며 “대신 돼지갈비나 삼겹살 등 단가가 낮은 메뉴로 회식을 결정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업종 관계없이 매출 수직 낙하

이처럼 비싼 메뉴보다 저렴한 메뉴를 찾는 고객이 늘어 업소마다 매출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전 업종에 걸쳐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경기가 좋을 때 호황을 누리던 고급 스시 전문점들도 일부 마니아층 외 일반 고객은 큰 폭으로 줄었다. 일반 횟집은 밤 9시도 안돼 문을 닫을 정도로 고객이 줄었다.

테헤란로에서 만난 한 직장인은 “강남의 불황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며 “한전의 지방 이전으로 인근 식당가의 많은 업소가 문을 닫아 텅 빈 거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행인은 “강남역 쪽은 경기흐름을 덜 타는 젊은층이 많이 모여 그런대로 활기찬 모습이지만 오피스타운인 역삼동은 날이 갈수록 썰렁해지고 있다”며 “대부분 일찌감치 귀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외식업계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삼성동의 소고기 구이 전문점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20% 이상 떨어졌지만 이것도 다른 외식업소에 비해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직장 회식은 물론 가족단위 손님도 크게 즐어든데다 여러 동호회 등의 연말 송년회까지 줄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같은 외식업계의 불황은 (사)한국외식업중앙회가 지난 7일까지 조사한 전국 식당 표본조사 결과와 일치한다.<본보 861호> 조사결과 58.8%의 응답자가 올 12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인우 기자 liw@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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