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이 새로운 식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9일 중동 순방 중 아랍에미리트(UAE)와 할랄식품 관련 MOU를 체결, 국내 식품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식품 대기업들은 이번 MOU를 발판으로 중동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을 짜고 있다.
이어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는 지난 12일 한국식품연구원(이하 한식연)에 ‘할랄식품 사업단’을 설치하고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Korea Muslim Federation)와 할랄식품산업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할랄인증·수출 지원사업에 주력
할랄식품 사업단은 UAE, 인도네시아 등 국가별 할랄 인증기준을 분석하고 이에 적합한 식품을 개발, 제품 생산 가이드라인을 업계에 제공키로 했다.
한식연은 장류 등 전통식품의 발효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알콜 저감기술 등을 개발해 전통식품의 할랄인증 지원 및 수출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주요 할랄 시장별 할랄식품 표시 요구사항을 분석하고 할랄 및 하람 원재료 목록 DB를 구축해 제공할 예정이다. 하람(harãm)은 ‘금지된 것’을 뜻하는 이슬람 용어다.
이밖에 한식연은 UAE와의 할랄식품 MOU 이행을 위해 한-UAE간 ‘할랄식품 전문가 포럼’ 개최도 추진키로 했다.
할랄식품 전문가 포럼은 양국의 할랄 전문가 및 식품업계간 교류를 통해 우리 농식품의 할랄시장 진출 전략을 모색하게 된다.
한식연은 자체 할랄 연구인력을 토대로 KMF의 할랄인증을 지원하고 KMF가 명실공히 국내 할랄 인증기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인증기관용 가이드라인 제공 및 기술지원을 하게 된다.
KMF가 세계 할랄국가들이 인정하는 할랄인증기관이 된다면, 우리 식품기업들이 국내에서 쉽게 할랄 인증을 받을 수 있어 할랄시장에 대한 농식품 수출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
이동필 장관은 “이번 UAE와의 MOU는 2018년 1조6260억 달러로 전망되는 할랄식품 시장에 우리 농식품 수출 교두보를 확보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할랄식품 사업단과 KMF가 국내 할랄식품산업 발전의 중심에서 식품 개발과 인증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소식품업계는 ‘그림의 떡’
하지만 중동인들의 식탁에 오르지 못하는 하람푸드를 다루는 업체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또 할랄푸드 인증에 필요한 자금 마련이 어려운 중소 식품업체들에게는 이번 MOU도 ‘그림의 떡’이다.
경기도에서 쌀떡볶이와 떡국용 떡, 면류 등을 생산하는 M사 관계자는 “할랄식품 인증을 받는데만 억 단위의 자금이 필요하다”며 “또 생산라인을 따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할랄시장은 대부분 대기업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양돈농가 등 이슬람에서 금지하는 식자재를 생산하는 농가들도 할랄식품 시장 진출은 남의 얘기일 뿐이다.
닭이나 오리 가공품을 생산하는 업체들도 대부분 영세하기 때문에 관련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많은 중견 식품업체들은 이번 MOU와 할랄식품 사업단 출범을 크게 환영하고 있다.
전 세계 할랄식품 시장은 6500억 달러(약 712조 원) 규모로 세계 식품시장의 약 20%를 차지한다.
그동안 일부 중견 식품업체들이 할랄식품 시장 진출에 공을 들여온 만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르게 되면 수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