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격 표시 약(藥)인가 독(毒)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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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5.05.04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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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라면·아이스크림 등 4대 기호식품 권장소비자가격 표시율 43.5%

과자와 라면 등 기호식품의 권장소비자가격 표시율이 점차 낮아지고 있어 소비자 혼란과 식품업체의 가격 인상을 부추긴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식품업체는 권장소비자가격 표시는 의무사항이 아닌데다 유통업체의 경쟁을 통한 판매가격 인하를 유도한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단체인 컨슈머리서치는 지난달 28일 대형마트 등 시중에서 판매중인 10개 업체의 과자와 라면 등 186개 제품에 대해 권장소비자가격 표시 여부를 조사한 결과 43.5%인 81개 제품에만 가격이 표시돼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2013년 해당 제품의 60.2%가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했으나 2년만에 표시율이 16.7%나 더 낮아졌다고 강조했다.

컨슈머리서치 측은 식품제조사들이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하지 않아 유통업체의 할인율 뻥튀기가 성행하고 가격을 인상해도 소비자들이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판매가격 차이 20% 이상이면 규제

이에 대해 이번 조사대상에 포함된 한 식품제조사 관계자는 “정부가 권장소비자가격표시를 의무화하지 않은 이유는 유통 단계에서 경쟁을 통한 판매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서였다”며 “지난 2011년 과자와 라면, 빙과류 등 4대 가공식품의 가격표시를 시행토록 했으나 의무사항은 아니고 업체별 자율시행에 맡기는 임의사항으로 남아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권장소비자가격표시를 할 경우 실제 판매가격 차이가 20%를 넘으면 부당표시에 해당돼 규제를 받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대형 할인마트는 물론 영세 자영업자들의 판매가격 낮추기가 불가능해져 결국 소비자 부담만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할인행사뿐만 아니라 최근 할인마트나 편의점, 동네 슈퍼 등에서 진행하는 1+1 판촉행사는 50% 할인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가격이 표시돼 있을 경우 부당표시로 규제받게 된다.

정부는 지난 1999년부터 가전제품과 신사정장 등 일부 품목의 권장소비자가격 표시를 금지시키고 유통업체별로 판매가격을 정하는 오픈프라이스(Open Price)제도를 도입했다. 오픈프라이스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제조업체가 높은 가격을 표시하고 대폭 할인 판매하는 등의 소비자 기만행위를 막기 위해서였다.

정부는 이듬해 권장소비자가격과 실제 판매가격 차이가 20% 이상인 식품 등 243개 품목에도 오픈프라이스제도를 적용했다. 하지만 2011년 업계의 담합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과자와 라면, 아이스크림, 빙과류 등 4대 가공식품의 권장소비자가격 표시를 다시 시행키로 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2011년 7월 박인구 한국식품산업협회 회장과 농심, 롯데제과, 빙그레, 해태제과, 오리온 등 식품업체 CEO를 불러 ‘물가안정 간담회’를 갖고 4대 기호식품에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토록 했다.

●오픈프라이스제도 제외 폐단도 많아

당시 4대 기호식품의 오픈프라이스제도 폐지를 두고 중간유통업체간의 가격 경쟁이 악화되고 실제 판매가격에 비해 대부분의 권장소비자가격이 높게 책정돼 가격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식품제조업체는 국제 원·부자재 가격 인상과 인건비 상승 등 비용이 증가해도 정부와 소비자 눈치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 책정이 어렵다는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최현숙 컨슈머리서치 대표는 “최근 식품업체들이 너도나도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데 그 배경에 업체들의 가격 숨기기가 한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오픈 프라이스의 폐해가 심각해 정부가 제도를 폐지한 만큼 권장소비자가격 표시를 적극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품목별, 업체별 가격표시율을 보면 과자는 농심이 100%로 가장 높았고 빙그레와 삼양식품은 표시 제품이 1개도 없었다. 라면도 농심은 76.9%인데 비해 오뚜기는 0%였고 아이스크림과 빙과류는 해태제과가 10개 제품 중 1개만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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