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첨가물 논란, 마침표 찍어야 할 때
식품첨가물 논란, 마침표 찍어야 할 때
  • 김상우 기자
  • 승인 2015.07.06 11:1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계 전문가 “올바른 인식 심어줄 수 있는 공동 노력 필요”

최근 김밥 재료를 사려고 대형마트를 찾은 주부 이한나(33) 씨는 고민에 빠졌다. A사의 동일한 햄 제품이 첨가물 유무 차이로 가격 차이가 1천 원이나 났기 때문이다. 첨가물을 뺐다고 쓰인 제품이 그렇지 않은 제품보다 훨씬 비쌌다. 

포장지 뒷면의 성분표시를 보니 가격이 저렴한 햄은 L-글루타민산나트륨(향미증진제), 아질산나트륨(발색제) 등이 적혀 있었다. 비싼 햄에도 산도조절제와 코치닐추출색소 등이 들어있었지만 첨가물이 적어 이 씨는 가족의 건강을 위해 비싼 햄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식품외식업계의 무첨가마케팅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각 업체들이 색소나 보존제 등을 넣지 않은 제품을 더 건강한 제품이라 홍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무첨가마케팅이 식품 첨가물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주는 동시에 소비자 불안을 조장한다고 지적한다. 식품외식업계의 무첨가마케팅 사례를 살펴보고 전문가들의 진단을 들어본다. 

식품첨가물이 가장 위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식품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식품 첨가물이 34.5%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환경호르몬(26.4%), 농약(13.5%), 유해미생물(12.2%), 중금속(9.3%) 순이었다.   

지난해 전문 리서치 기관이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최근 제품의 건강성을 위해 첨가물을 빼는 기업들의 노력에 대한 생각은?’이라는 질문에 47%는 ‘건강을 지향한 트렌드를 반영한 것으로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35%는 ‘기업들이 이러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식품첨가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는 ‘몸에 좋지 않다’란 응답이 53%, ‘별로 먹고 싶지 않다’가 29%, ‘많이 먹어도 문제없다’란 응답은 14%에 불과했다.

반면 2011년 미국에서 실시된 조사에서는 박테리아에 의한 식중독(50.0%)이 식품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란 결과가 나왔다. 두 번째는 수입식품(15.0%)이, 식품 속 화학물질은 9.3%로 3위에 그쳤다. 

이러한 결과는 국내 소비자들 대다수가 식품첨가물에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식품업계가 경쟁적으로 벌인 무첨가마케팅과 일부 시민단체의 근거 없는 주장이 부정적 인식 확산에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는 분석이다.

1980년대 모 시민단체에 의해 촉발된 MSG 유해론은 황색저널리즘의 대표 희생양으로 꼽힌다. 지금도 통조림과 가공햄 등 숱한 품목에 대해 식품업체들은 제품을 많이 팔고자 노이즈마케팅이 곁들여진 무첨가마케팅을 내세우고 있다. 

똑똑한 소비자가 필요하다

지난해 남양유업은 인체에 무해한 ‘인산염’을 마치 해로운 것처럼 홍보해 논란을 빚었다. 프렌치카페 커피믹스 ‘누보’를 홍보하며 인체에 해로운 인산염을 넣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남양유업은 “인 성분을 과잉 섭취할 경우 칼슘과 불균형을 이뤄 골 질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인산염은 인체에 무해한 성분”이라고 남양유업의 주장을 반박했다. 

남양유업은 식약처의 반박 후에도 “인산염이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성인들은 식생활을 통해 필요 이상의 인을 섭취하고 있다”며 “가공식품에 첨가되는 인산염은 되도록 사용하지도 먹지도 않는 것이 좋다”는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앞서 남양유업은 누보를 내놓기 전 동서식품을 겨냥한 카제인나트륨 논란을 야기했으며, 맛있는 두유GT에는 소포제가 들어가 있지 않지만 타사는 소포제를 사용했다는 등 무첨가마케팅에 노이즈마케팅을 가미한 방법으로 경쟁사를 깎아내렸다.

지난 3월에는 소비자 단체가 내놓은 보고서가 식품업계를 한바탕 흔들었다. 

이 보고서는 식물성 가수분해 단백질(HVP)을 사용한 ‘레불린산’의 검출을 문제 삼았다. 특히 HVP의 과다 섭취 시 인체에 해를 입힌다는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를 사실인 마냥 언론에 흘려 해당 업체들이 곤혹을 치렀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HVP는 식품공전에서 식품으로 규정된다. MSG나 보존료, 고도표백분과 같은 식품첨가물이 아닌 고춧가루, 소금과 같은 일반적인 식품인 것이다. 더욱이 네슬레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HVP의 사용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있고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HVP의 시장 규모는 매우 크다.

신동화 한국식품안전협회장은 “영양성분에 대한 홍보부족, 전문지식의 일반화 실패, 그리고 소비자 스스로 알고자 하는 노력 부족이 이러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며 “각 업체들의 노이즈마케팅은 식품업계 전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고 결국 부메랑으로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은 “우리 시대는 인류역사상 가장 안전한 음식을 먹고 있지만 많은 소비자단체와 일부 언론의 잘못된 문제제기로 소비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이러한 불안감 조장은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고 국가 식량수급에도 커다란 어려움을 줄 수 있어 이제부터라도 국민에게 올바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정부와 학계, 업계, 언론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의 부정적 보도가 더 큰 문제

외식업계는 식품업계보다 덜하지만 역시 무첨가마케팅의 확전지다. 최근 A프리미엄 김밥 프랜차이즈는 무농약 유기농 쌀과 무색소 단무지, 지리산 산청에서 생산한 천연식초, MSG를 절대 첨가하지 않고 식재 본연의 맛을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일종의 무첨가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언뜻 보면 좋은 식재만을 선별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 같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경쟁 업체를 깎아내릴 수 있는 노이즈마케팅이 가미된 셈이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모 한식전문점은 아예 가게 유리 출입문에 ‘NO MSG, NO 미원, NO 다시다’라는 문구를 달았다. 이 매장 역시 무첨가를 고객 모객의 핵심 요인으로 보면서 MSG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식업계에서 이러한 무첨가마케팅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대다수 고객들의 가격대에 대한 기대치가 형성됐고 복합적인 요인이 선택의 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낮으면 기대치도 낮고 반대로 가격이 높으면 기대치도 높아지는 심리가 있다”며 “특히 메뉴의 맛과 함께 분위기와 서비스 등이 음식점 선택의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어 무첨가마케팅이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몇몇 언론들의 부정적인 보도가 더 큰 문제”라며 “과거 먹거리X파일과 같이 착한 식당의 모호한 선정 등은 잠재적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어 “MSG를 쓰느냐 안 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정해진 메뉴 가격대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MSG는 개인의 소신에 맡길 일이지만 무엇보다 외식업계가 MSG에 당당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과 대한민국한식협회가 서울지역 식당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공동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외식 자영업자들의 93%는 ‘MSG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MSG가 ‘음식 맛을 더 좋게 하기 위해 필요하다(87%)’, ‘조리시간을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된다(54%)’, ‘고객의 입맛과 취향을 맞출 수 있다(76%)’, ‘원가 절감에 도움이 된다(64%)’, ‘MSG는 인체에 무해하다(58%)’는 답변을 내놨다.  

또한 언론의 MSG 부정적 보도에 ‘손님이 줄어드는 등 장사에 방해가 된다(61%)’, ‘MSG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선이 신경 쓰이고 불편하다(68%)’고 답했다. 일부 TV프로그램에서 MSG를 사용하지 않는 식당을 ‘착한 식당’으로 선정하는 기준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44%)’, ‘보통이다(33%)’, ‘적절하다(23%)’고 답변해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hwapye0810 2015-07-07 20:39:36
학교 숙제로 써도 되죠?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