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이달 1일부터 14일까지 이어진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매년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 열리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를 본 딴 것이다.
정부는 소비 진작을 통한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지난 8월 14일 시작해 오는 31일까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코리아 그랜드세일의 내국인용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는 경제공황이 닥친 1939년 미 정부의 주도로 시작돼 세일기간 동안 연간 소비의 20%가 발생할 정도로 자리 잡은 행사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는 백화점 71개, 대형마트 398개, 편의점 2만5400개 등 유통업체와 전국 200여 개 전통시장, 11번가 등 16개 온라인유통업체, bbq, VIPS, 맘스치킨 등 일부 외식 프랜차이즈가 참가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번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업체들은 세일기간 동안 최대 50~80%까지 할인된 가격에 제품을 선보인다. 하지만 외식업계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VIPS의 경우 스테이크 가격을 15% 할인하는데 그쳤고 당초 참가할 것으로 알려진 bbq는 이번 행사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의 외식프랜차이즈 동참 보도는 과장이라는 지적이다. 맘스터치도 행사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현재 할인율 등을 놓고 내부 입장을 조율 중이라고 밝히는 등 내키지 않는 분위기다.
외식업계의 경우 식재료비와 인건비, 각 가맹점별 임대료 등 고정비 비율이 높기 때문에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 인위적인 할인행사에 동참할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식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외식프랜차이즈는 시기에 맞춰 샐러드바 무료 제공 등 여러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정부가 정한 세일기간에 맞춰 메뉴 가격을 할인하게 되면 가맹점의 수익성만 약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일정기간 파격적인 할인에 나서더라도 고객이 급증할지 여부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외식업계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식품·음료업계도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업계의 매출 증대는커녕 소비자들의 불신만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SNS를 통해 식품·음료업체들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재고떨이 창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식품·음료업계 측에서도 볼멘 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제조업체 중심의 재고정리 세일 성격이 강한데 비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정부가 유통업체를 떠밀어 벌이는 행사이기 때문에 실익이 적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