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국내 최대 닭고기 가공업체 하림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닭고기 관련 업계는 이번 세무조사를 하림 측의 과도한 ‘갑질’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하림은 국내 육계산업의 계열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에 축산·양계산업의 계열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육계 계열화 사업은 병아리·사료·항생제 판매, 도계, 유통까지 소화할 수 있는 대형 업체가 농가와 계약을 맺어 생산하는 방식이다. 미국 등 축산 선진국에서 발전한 모델로 국내에는 지난 1980년대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부터 유통까지 일관된 시스템으로 효율적인 사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하림과 올품, 동우, 참프레, 체리부로, 마니커 등 대형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부작용이 속출했다.
계약 단가 인하 압박, 불공정 거래 만연
이른바 업체의 ‘갑질논란’이 문제가 됐다. 수평적인 계열화가 아닌 수직적인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계약 단가 ‘후려치기’가 꼽힌다. 업계에서는 마리당 400원 정도의 단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이마저 약 7~8년 동안 제자리 걸음이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업체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농가수수료(계약 단가) 인하 압박을 강하게 한다”며 “힘이 센 업체 위주로 운영되다보니 발생하는 불공정거래”라고 말했다. 농가의 계열화 종속은 심각해 현재 전체 농가의 9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업체의 보복성 불공정 거래도 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단가 인상 등의 문제를 제기하면 계약해지, 질 낮은 병아리 공급·중단 등으로 압박한다는 것이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농가가 올바른 소리를 하면 갖은 방법으로 보복을 한다”며 “제대로 목소리도 낼 수 없는 노예가 돼 가고 있는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지난 여름의 닭고기 가격 폭락도 계열 업체들의 점유율 경쟁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시세와 시장 물량 고려없이 점유율과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생산량을 늘렸기 때문이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생산량을 늘리면서 가격이 폭락했다”며 “이는 다시 계약 단가 인하 압박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유통구조가 문제
산지 시세가 소비자 가격에 반영이 안 되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유통과정에서 흡수하기 때문이다. 생산 원가는 1.5㎏ 한 마리에 1300~1400원 정도다. 이 닭이 도계업체를 거쳐 대형마트나 수퍼마켓에서는 ㎏당 5천~6천 원에 팔린다. 유통과정에서 3천~4천 원이 불어난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시세가 떨어지면 소비자가 저렴한 가격에 닭고기를 만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킨 업계도 유통구조를 문제 삼는다. 소비자는 산지 시세만으로 치킨값이 비싸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것이다. 유통과정에서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4천 원 안팎의 가격으로 치킨 업체에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닭 염지, 튀김기름 등 식재료비, 인건비, 임대료, 마케팅 비용 제반 경비를 고려하면 절대 비싼 가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소비의 80% 정도를 1만6천 원의 치킨이 차지한다”며 “4천 원 정도에 들어오는 닭고기에 갈수록 올라가는 경비를 감안하면 과도한 가격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병선 건국대 교수는 “축산계열화의 주도권이 기업에 있으므로 좋은 것은 기업이 가져가고 비용은 농가에게 전가되는 갑을관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한우 산업도 계열화 확산 우려
일부 축산 대기업의 한우 산업 진출 가능성에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하림 등 사료 생산 시설을 갖고 있는 업체가 진출할 경우 육계 계열화의 전철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한우협회는 이에 따라 지난 9월말 국회에서 박민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과 공동으로 ‘대기업의 축산 진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긴급히 마련했다. 대기업의 한우산업 진출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풀이다.
박민수 의원실의 이로문 보좌관은 “대기업이 생산에 들어왔다 수익이 안 돼 철수하면 생산기반의 약화는 쉽게 극복될 수 없고 식량안보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