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M&A·투자 가속화, 외식업계 양날의 검인가
사모펀드 M&A·투자 가속화, 외식업계 양날의 검인가
  • 김상우ㆍ이원배 기자
  • 승인 2016.01.04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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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투자․선진 마케팅 도입으로 규모의 경제 실현” VS “먹튀 가능성 언제든지 상존”

지난해 말 ‘신한프랙시스K-Growth글로벌PEF(이하 신한금투PE)’가 뷔페 프랜차이즈 ‘토다이’에 25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사모펀드의 외식 사랑이 여전함을 보여주고 있다. 신한금투PE는 토다이의 한국법인 토다이코리아에 전환상환우선주(RCPS)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형태로 각각 125억 원을 투자했다.

이는 보통주 전환 시 지분 43.1%를 확보해 2대 주주가 되는 구조다. 토다이는 지난 1985년 미국에서 시작해 싱가포르와 한국으로 매장을 확장한 글로벌 뷔페 프랜차이즈로 한국 법인인 토다이코리아는 2008년 설립했다. 신한금투PE는 토다이코리아의 경영권 매각이나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최소 4%에서 최대 19% 이상의 수익률(IRR)은 거뜬하단 분석이다.

사모펀드(PEF)가 우리나라에 진출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4년이다. 당시 단 2개에 불과했던 사모펀드는 현재 280여 개로 늘어났고 시장 규모도 128배나 커졌다. 특히 시장 규모 확대에 따른 사모펀드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투자 패턴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부실기업을 인수한 후 경쟁력을 키운 다음 되파는 바이아웃(buy out) 방식이 대부분이었다면 현재는 적대적 인수합병은 물론 재무적 투자자로 적극 나서고 있다.

사모펀드 “외식업은 현금 창출 우수 직종”

최근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외식업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이러한 경쟁 흐름과 무관치 않다. 업계 전문가들은 외식업이 일반 제조업보다 상대적으로 회사 규모가 작아 위험 부담이 덜한데다 짧은 기간에 매출을 끌어올리기 쉽고 현금 장사라는 매력이 있어 재매각 시 유동성 확보가 용이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 기술과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타 업종과 달리 외식업은 선진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고 현금 흐름 개선만으로도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인력 구조조정과 경영 개선도 쉬운 편이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사모펀드의 현금이 외식업으로 꾸준하게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지난 2010년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한 뒤 대기업의 외식업 진출을 막는 규제가 생겨난 것도 사모펀드에겐 좋은 기회로 작용했다. 즉 대기업 자본이 외식시장을 이탈하면서 이 자리를 사모펀드들이 채운 것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사모펀드 외에는 자금력이 있는 곳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과잉 규제가 건전한 프랜차이즈 전문 기업의 성장 기회를 저해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외식시장 “여전히 성장기”

국내 외식시장은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불황의 늪에 빠져있다는 진단이지만 전체 규모가 선진국보다 작아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관측은 사모펀드의 지속적인 관심과 해외 브랜드 진출의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해 말 공개한 ‘2015년도 식품산업 주요지표’를 보면 우리나라 외식시장 규모는 약 80조 원으로 지난 10년간 64.5% 증가했다. 연평균 6.4%씩 성장한 셈이다. 사업체 수도 증가해 같은 기간 6.0% 증가한 63만6천 개를 기록했다.

외식업 가운데 비알콜 음료점업이 크게 성장했다. 커피전문점의 증가 탓이다. 시장 규모는 3조6443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11.2% 늘어났다. 이어 기타 외국식음식점업(3869억 원, 8.0%)과 제과점업(4조2383억 원, 6.8%) 순으로 높았다. 하지만 주점업종은 꾸준히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무도유흥 주점업의 감소 폭이 가장 컸고(3961억 원, -7.4%), 기타주점업(7조1948억 원, -0.2%)은 소폭 하락했다.

글로벌 비즈니스 자문회사인 알릭스파트너스는 ‘2016 한국 외식 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 외식산업이 지난 7년간 연 평균 6%씩 성장해왔고 이는 미국(4%)과 일본(1%)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시장 규모도 800억 달러에 그쳐 미국(7090억 달러)과 일본(3100억 달러)에 비해 월등히 작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점포당 매출은 2007년 1억300만 원에서 지난 2013년 1억2500만 원으로 6년 만에 21% 증가했다.

특히 1인 가구의 지속적인 증가가 외식시장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알릭스파트너스는 한국 소비자들이 매월 9.1회, 67%는 최소 일주일에 1회, 40%는 거의 매일 외식을 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1인 가구는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기보다 외식을 더 자주하며 국내 1인 가구는 지난해 26.5%로 네 가구 중 하나가 넘었다. 20년 뒤에는 34.3%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알릭스파트너스는 보고서를 통해 “경기가 저성장 기조임에도 한국 외식산업은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좋다”며 “현금 유동성도 안정적이며 투자 자산으로 긍정적인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외식브랜드들의 진출이 계속 이어지는 것도 국내 외식시장 성장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몇 년동안 수많은 브랜드가 국내에 직접 진출한 가운데 지난해는 매그놀리아(미국), 르타오(일본), 라메종뒤쇼콜라(프랑스), 아모리노(이탈리아) 등의 디저트·베이커리 브랜드와 사라베스키친(미국), 오레노(일본), 금미덕(중국) 등 글로벌 외식브랜드들이 국내에 진출했다. 올해에도 다양한 브랜드들이 국내 진출을 타진하고 있으며 이미 시기 조율만 남겨놓은 브랜드도 다수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유명 외식브랜드들이 잇달아 한국에 진출하는 것은 국내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해외에서 여행과 거주를 경험한 이들이 많아 브랜드 인지도는 물론 충성도가 높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격적 투자로 몸집불리기

그러나 해외 브랜드들의 직접적인 진출은 꾸준하지만 투자 규모는 작은 편이다. 이는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데다 성장 가능성을 입증한 뒤 확장을 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다. 과거 국내에 직접 진출한 해외브랜드 중 초창기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손해만 보고 철수한 사례도 적지 않다.

반면 사모펀드들이 관심을 보이는 국내 외식 브랜드들은 시장에서 이미 입증을 받은 브랜드가 대다수라 위험성이 낮다. 현재 외식업에 진출한 사모펀드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거듭하는 것도 안정된 기반 위에 인프라를 확대한다면 단기 수익 창출이 가능하단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모건스탠리PE아시아는 사모펀드 최초로 국내 대표 외식기업인 놀부를 1200억 원에 사들였다. 인수 후 현재까지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 2013년 600여 개에 그쳤던 매장 수는 지난해 990개에 달해 1천개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줄곧 1천억 원대를 밑돌던 매출도 2014년 1212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4.21% 증가한 43억 원을 달성했다.

또한 지난해 커피전문점 ‘레드머그 커피’와 분식점 ‘공수간’ 인수에 치킨전문점 ‘놀부 옛날통닭’, 한정식 브랜드 ‘오색찬연’, 뷔페 ‘엔테이블’, 설렁탕전문점 ‘맑은설렁탕담다’ 등을 론칭해 보유한 브랜드만 13개에 달한다. 기존의 부대찌개와 족발을 넘어선 종합외식기업으로의 화려한 변신이다.   

보고펀드가 2012년 1100억 원에 사들인 버거킹도 몸집 불리기에 한창이다. 드라이브 스루와 배달 서비스 도입, 가맹점 유치 등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결과 인수 당시 131개였던 매장 수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211개로 단기간에 급격히 늘어났다. 2014년 매출은 2526억 원, 영업이익 121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8.9%, 37.5% 늘었다.

TRG매니지먼트가 2013년과 2014년 각각 인수한 bhc치킨, KFC도 비슷한 행보다. 신메뉴 개발과 배달서비스 확대 등의 적극적인 변신을 앞세우며 매장수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 bhc치킨은 2013년 763개에서 지난해 상반기 1110개로, 매출 역시 2013년 827억 원에서 2014년 1088억 원으로 증가했다.

IMM프라이빗에쿼티가 인수한 할리스커피는 핸드드립커피숍 ‘할리스커피클럽’을 론칭하며 프리미엄 커피 시장에 뛰어들었다. 또한 인터파크HM으로부터 디초콜릿 커피사업부를 인수한 뒤 매장 확대에 속도를 내는 등 신규 사업도 시장에 안착하는 분위기다.

사모펀드에 인수되지 않더라도 투자를 받아 외형 확장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강호동육칠팔은 앞서 토다이와 비슷한 경우다. 미국 사모펀드 KIJIN캐피탈LCC로부터 2천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해 해외 점포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매드포갈릭은 스탠다드차타드 프라이빗에쿼티(SCPE)로부터 500억 원을 투자받아 전략적 매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

한편 서너 곳의 브랜드들도 PEF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맘스터치’, 한정식 체인점 ‘강강술래’, 커피전문점 ‘카페베네’, 팥빙수전문점 ‘설빙’ 등은 사업 확장을 위해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투자금 유치를 진행 중이다.

아직은 평가 이르다

업계에서는 사모펀드의 외식업 확장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사모펀드의 적극적인 투자 전략이 분야별 경쟁력을 강화시키면서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규모의 경제를 펼칠 수 있다는 논리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인수한 외식프랜차이즈 기업들이 단기 수익성 향상에 치중한다는 우려가 있지만 점포 확대와 마케팅 등 투자가 확대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경쟁 유발효과로 고객은 합리적인 가격과 다채로운 메뉴, 더 나은 서비스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최신 트렌드는 하나의 업종에 집중 투자해 해당 업종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것”이라며 “앞으로 사모펀드의 외식업 공략이 계속된다면 경쟁력 없는 외식 자영업자들의 퇴출을 앞당겨 외식업 문턱을 높이고 시장의 건전성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모펀드의 속성 때문에 장기적인 발전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사모펀드의 매물은 사모펀드가 가져가지 않는다는 시장의 불문율이 작용하면서 현재의 경기 침체가 악조건으로 작용해 재매각 대상을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KFC는 인수 1년 만에 YG엔터테인먼트와 사모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인수 실사까지 벌였으나 의견차를 보이며 인수가 중단됐다. KFC의 실적이 크게 나아지지 않은데다 금액 조건이 맞지 않아 인수가 결렬됐다는 후문이다. 또한 가맹점주와 본사 임직원 입장에서도 회사를 잠깐 경영하고 떠날 사모펀드의 속성 탓에 불안 심리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창용 프랜차이즈 ERP연구소 소장은 “인수한 기업은 계약기간 내 재매각해 투자자에게 원금과 이익을 돌려줘야 하나 투자자들에게 제시했던 수익률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M&A 후 이질적인 두 조직을 하나로 묶는 작업도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재매각 실패 사례가 속속 나오게 된다면 지금의 열기가 꺾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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