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용 ㈜하림 대표이사 집중 인터뷰
이문용 ㈜하림 대표이사 집중 인터뷰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6.01.15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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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적 기업문화가 지속성장 이끄는 원동력입니다!”
▲ 이문용 ㈜하림 대표이사가 지난 2001년 3월부터 이끌어온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상우 기자 ksw@

풍경이나 사물은 먼 거리에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 각각 다른 모습으로 인식된다. 어떤 경우는 멀리서 전체를 볼 때 보다 명확한 본질이 드러난다. 반대로 가까이 들여다보아야 비로소 제 모습을 알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세계적인 닭고기 기업인 ㈜하림은 국내 ‘최대’라는 수식어에 딸린 덧칠에 가려 본 모습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다. 특히 ‘갑을’ 논란의 사례로 거론되는 수직계열화 사업에 대한 오해와 질시에 직·간접적인 피해를 감수해 왔다.

하지만 수직계열화를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살펴보면 차가운 영리(營利)가 아닌 따스한 공동체적 문화의 산실이라는 제 모습을 드러낸다. 기업과 닭 사육농가, 대리점, 협력업체 등이 하나의 목표를 향하면서 나눔을 실천하는 사례를 만든 주인공은 국내 최장수 CEO인 이문용 하림 대표이사다. 2016년 새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의 하림 신사업영업본부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국내 기업 중 15년 이상 CEO로서 재직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데.

“너무 많이 들어온 질문이다. 사실은 지난 2001년 3월 하림 사장을 맡았기 때문에 올해 정확히 16년째다. 하지만 부임 후 얼마 안 돼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1년만에 다시 들어왔기 때문에 15년 동안 근무한 것은 맞다.

당초 한화그룹에서 근무하면서 ㈜빙그레 상무이사인 물류본부장과 콜럼버스(COULUMBUS CORP. LTD) 대표, 빙그레 생산·구매본부장, 전무이사로서 사업1본부 본부장 등으로 일하다 잠시 비상근 고문직을 맡았을 때 퇴사하기로 했다. 앞서 1993년 계육사업이 미래산업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하림 인수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런 일이 있었던만큼 빙그레에서 퇴사한 직후 김홍국 회장께 하림에서 일하고 싶다는 편지를 보냈다. 불과 사흘만에 함께 일하자는 답장을 받고 마침 예정했던 미국 여행길에 세계 최대의 계육 기업 타이슨사(社)를 둘러본 뒤 하림에 들어오게 됐다.”

▲하림에 부임한 지 얼마 안돼 잠깐 퇴사한 이유와 재입사한 까닭은 무엇인가.

“급여가 빙그레 근무 당시의 1/3에 불과했다.(웃음) 사실 급여 문제는 아니고 막상 이직하고보니 서울과 하림 본사가 있는 전북 익산시의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 심했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이 기마문화라면 익산은 전형적인 농경문화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하림에 와보니 대기업 출신 전임자들 대부분이 얼마 근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처음 하림에서 일하고자 마음 먹었을 때 가졌던 계육사업에 대한 사명감을 잊을 수 없었고 퇴사 1년만에 다시 김 회장을 만나 재입사 하겠다고 약속했다. 공교롭게 컴백을 약속한 2003년 5월 12일 익산공장에 큰 불이 났다.

이른 아침 ‘이 일을 어떡하냐’고 혼잣말을 하자 아내가 ‘당연히 당장 내려가야지 무슨 얘기냐’고 야단쳤다. 그길로 내려가 김 회장과 가까운 지인 등 3명과 식사를 하며 19일 다시 와 일하겠다고 약속했다. 벌써 13년 전 일이다.”

▲ 전북 익산에 위치한 하림 본사 전경. 사진제공=하림

▲당초 어려워했던 문화 차이는 어떻게 극복했는가.

“첫 과제가 기업문화를 바꾸는 일이었다. 기마문화가 이성적이고 결과를 중시한다면 농경문화는 인간 중심의 감성에 의존하면서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한다. 여기서 인간 중심 사고 등 농경문화의 장점을 살리면서 기마문화의 장점을 접목하고자 했다.

첫 번째 해결해야 할 점이 계량화의 문제였다. 농경문화의 장점에 계량화를 생활화하면 자연스럽게 기마문화를 녹일 수 있다고 보았다. 직원들에게 왜 회사에 나오느냐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보다 구체적인 답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직원들 대부분이 어떤 문제를 계량화하지 못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들에게 회사에 나오는 목적으로 ‘늦게 망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답을 나오도록 만들었다. 이를 반복하면 영원히 망하지 않는 회사를 만들 수 있다. 기업 수명은 갈수록 짧아진다. 요즘 직원들에게 토끼와 거북이 얘기를 자주 들려준다. 거북이가 토끼를 이길 수 있었던 원인은 하나의 목표만 생각하고 15도 경사의 오르막 길을 쉼없이 걸었기 때문이다. 반면 토끼는 자신의 목표보다 상대방인 거북이를 의식했기 때문에 낮잠을 자다 경기에서 지고 말았다.

문화 바꾸기는 잠재의식 바꾸기와 같은 일이다. 누구나 잠재하고 있는 재능, 계량화된 사고를 끄집어내도록 해야 한다. 숫자가 바로 권력이기 때문이다. 계량화한 사고는 곧 통찰력과 같다. 통찰력과 직관력을 갖게 되면 사람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개개인이 달라진다고 해서 조직의 성장이 가능한가?

“각각의 개인이 우수하다고 해서 그대로 집단지성화 하는 건 아니다. 개개인의 지성을 하나로 묶어 더 큰 역량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는 각 구성원의 문제해결능력 공유에서 찾을 수 있다.

NASA에서 심리학자 케프너(Kepner, C.)와 사회학자 트레거(Tregor, B.)에게 문제해결 대한 연구를 맡긴 사례가 있다. 그 결과 문제가 왜 발생했고 어떻게 전개됐으며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다른 길은 없었는지 등 해결 방안을 찾는 프로세스가 제시됐다. 이러한 방안은 우리 고전인 이황의 이기이원론에서 이미 깊이 다룬 문제다.

하림에서는 지난 11년 동안 전 직원의 3인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권씩 책을 읽고 매주 화요일 아침 7시30분 독서 결과를 발표하고 공유토록 한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모든 직원들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지속적인 열정과 추진력을 갖게 됐고 조직도 성장할 수 있게 됐다.”

▲ 하림 육계농장 모습. 사진제공=하림

▲하림의 육계사업이 농민에게 불리한 수직계열화라는 비난도 적지 않다.

“과거 농림축산식품부 회의에서 농민들의 자살 문제를 들고 나와 계열화를 폐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 일이 있다. 그 때 ‘태어난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다시 엄마 뱃속으로 돌아가라는 얘기냐?’고 따졌다. 이미 계열화사업은 탄탄한 체계를 잡고 농민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익산 공장 화재 후 1~2년쯤 지났을 때 농민들에게 농가협의회를 만들어주겠다고 밝혔다. 빙그레 재직 당시 낙우회를 조직해 성공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회장부터 극렬히 반대했다. 이를 무시하고 2005년 5월 24일 하림농가협의회 창림총회를 가졌다.

동시에 부사장에게 농가소득을 1억 원으로 올릴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부장은 연구 끝에 양계장 부지를 가진 농민은 15.4%의 이익률을 얻을 수 있다고 보고했다. 여기에 상생협약을 통해 각 농가에 농협자금 40%, 본사 자금 40% 등 모두 80%의 자금을 지원토록 했다.

물론 농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정읍의 한 농민은 40여 명과 함께 몰려와 4가지 요구조건을 들이대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 2가지는 들어주고 2가지는 들어줄 수 없다고 밝히면서 생산성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 평당 생산금액을 올리는 작업을 시작하자며 연간 3~4회 출하를 5~6회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당시 상생협약 이후 5년만인 2010년 농가소득이 1억2천만 원에 달했고 2억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농민이 전체의 20%였다. 이후 2차 상생협약을 통해 2013년까지 농가소득 목표 1억5천만 원을 세웠다. 3년만에 목표 달성은 물론 2억 원 이상 소득을 올린 농민이 50% 이상으로 증가했다.

2013년 3차 상생협약에서는 목표액을 2억 원 이상으로 올렸다. 이번 목표 달성은 육계 수입 등 시장변화에 따라 수익 5천만 원을 늘리는 것보다 비용을 4천만 원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설비현대화 등을 통해 이러한 목표 또한 무난히 달성했다. 농민이 부를 축적하고 도시민의 귀농과 2세가 태어나는 농촌을 만드는 게 처음 하림을 맡을 때 꿨던 꿈이었다.”

▲ 하림은 지난해 2015 한국의 경영대상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사진제공=하림

▲양계업은 조류인플루엔자 등 위험 요소가 많은데 대책이 있는지.

“과거 2010년 이전까지 농가의 실수로 닭이 집단 폐사할 경우 변상해야 하는 제도가 있었다. 하지만 이후 변상금 제도를 없애는 조치를 내렸다. 그 때도 농가의 도덕적 해이에 따른 본사 피해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부작용이 없었다. 변상금 제도를 없애는 대신 농가에 최저생계비를 지원하는 보조금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하림은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 지난 2008년 ‘함께해요, 하림’이라는 뉴스레터를 만들어 공동체적인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뉴스레터에는 농장과 하림 직원들의 이야기, 대리점 이야기, 협력업체 이야기 등을 녹여낸다. 대리점 성공사례에 5회 연속 뽑히면 700만 원의 상금을 주기도 한다. 여기에는 600여 농가로 구성된 하림농가협의회 회원들도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하림 공동체인 셈이다.”

▲세계 각국과의 FTA 체결 등으로 국내 육계사업 전망이 밝지 않다.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결국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바로 콜드체인을 만드는 일에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체열이 높은 닭은 잡자마자 부패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현재 0℃~5℃로 정해진 계육 저장 규정을 -5℃로 개정해야 한다.

현재 국내 대형마트 중 코스트코만 유일하게 -1℃ 이하의 진열대에서 계육을 판매하고 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쇼케이스를 열어둔 채 8℃~10℃의 상온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산 계육의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수입 육계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우리나라 계육의 생산성은 미국에 비해 75%, 브라질의 50%에 머물고 있다. 하림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 닭 1㎏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곡물을 따지는 효율성을 1.495까지 맞췄다. 미국은 1.52 수준이다. 이러한 생산 원가 줄이기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다양한 상품 개발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1인 가구가 500만 가구에 달하고 2인 가구는 무려 1천만 세대다. 계육 업계에서는 ‘털만 뽑아 팔면 망한다’는 속설이 있다. 1억 원 이내의 가격에 판매하는 에쿠스를 분해한 뒤 각 부품 가격을 따지면 3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육계도 마찬가지다. 닭가슴살, 다리, 날개 등으로 분할해 상품화할 때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2016년 경제 상황이 매우 위험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40년 동안 기업에서 일하면서 단 한 번도 희망적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장애물은 돌파해야 할 대상이지 피해서는 안된다. 닭고기 산업은 특히 성장 여지가 무궁무진하다. 지금은 제대로 된 먹을거리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현재 닭고기 시장은 튀김류가 40% 정도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치킨 프랜차이즈와 다른 카테고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나갈 여지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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