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자영업자 막다른 길 내모는 ‘묻지 마 창업’
영세 자영업자 막다른 길 내모는 ‘묻지 마 창업’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6.02.12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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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전문점 폐업 38%로 가장 많아, 생계형 자영업자 몰락 금융부실 초래

지난해 1년 동안 폐업한 자영업자가 68만604명에 달했다. 이 중 외식업 자영업자가 15만6453명으로 전체 업종 가운데 가장 많았다.

외식업의 높은 폐업률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폐업의 원인은 사업부진을 꼽지만 근본적인 이유로 낮은 진입장벽이 꼽힌다. 점포를 얻을 수 있는 임대료와 시설비만 있다면 누구나 지자체에 간단한 신고를 거쳐 외식업을 시작할 수 있다.

이른바 ‘묻지마 창업’에 나섰다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는 얘기다. 특히 서울시의 자료에 따르면 골목 상권 내 신규 창업 점포수는 최근 5년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커피전문점은 지난 2010년 1291개에서 2014년 3053개로 5년간 2.36배나 증가했다. 호프집도 같은 기간 553개에서 1272개로 2배 이상 늘었다. 외식업종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한식집은 2010년 6689개, 2012년 7082개, 2014년 9772개 등으로 신규 개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에서 지난 2012년 개업한 치킨전문점과 호프집 등 7개 업종 1만4305개 중 지난해 10월까지 폐업신고가 들어온 곳이 4729개에 달했다. 업종별 폐업 현황을 보면 치킨전문점이 38%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호프집(37%)·커피전문점(36%)·양식집(33%) 등이 뒤를 이었다.

폐업률이 높은 업종은 별다른 조리기술 없이 누구나 쉽게 창업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경우 본사의 조리 매뉴얼에 따르면 되기 때문에 전문성이 없는 은퇴자나 창업에 나선 청년층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밀집한 치킨전문점 등의 과당경쟁에 살아남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골목 상권 영세사업자의 월별 매출액은 2013년 9월 매장당 2262만 원에서 지난해 9월 2554만 원으로 12.9% 상승했다. 반면 1회당 평균 판매액은 같은 기간 2만3273원에서 2만76원으로 13.7% 하락한 것으로 집계했다.

같은 업종끼리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골목상권 외식업체는 생계형 창업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회·경제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창업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게 되고 이는 폐업 후 악성 채무로 남게 된다. 장년층인 은퇴자나 청년 창업의 경우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자칫 빈곤층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늘어 지난해 240조 원에 육박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대부분 신규 창업자금이거나 창업 후 생계자금으로 쓰이고 있다. 창업 후 사업확장을 위한 신규 투자가 아닌 소모성 자금이기 때문에 상환 여력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다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국내 경제여건에 대출금리까지 오르면서 생계형 자영업자의 목줄을 죄고 있다. 실제로 자영업자 대출 평균금리는 지난해 7월 3.41%에서 지난 연말 3.64% 올랐다. 신용카드수수료 0.1%에 민감한 외식업계에서 대출금리 0.23% 인상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업다.

외식업 등 창업시장에 진출했던 자영업자가 폐업에 몰리고 대출금 상환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금융업계의 부실을 부르게 된다. 자금압박을 받는 금융업계는 다시 대출금리 인상과 원금회수에 나서게 되고 이는 자영업자를 옥죄는 요인이 된다. 대출 받아 창업하고 얼마 못가 폐업하면서 부채 상환에 몰리는 빈곤의 악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위기 아래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어주려는 정책도 실효성을 잃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청,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국가보훈처 등 4개 부처에서 자영업자 지원 사업을 매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해당 4개 부처에서 자영업 대책으로 25개 세부사업에 2조6616억 원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정부의 재정지출은 자영업자의 창업지원에 치중해 경쟁만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외식업의 경우 창업 전 업종의 특수성에 맞춘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지만 정책적인 지원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준비 없는 외식업 창업의 문을 두드린다. 이들 외식업 창업자 가운데 70%는 3년 이내에 폐업하게 되는 악순환의 연결 사슬로 전락하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외식업의 창업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것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은 조치는 외식업 서비스 질 향상과 국민 건강권 보호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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