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가난했던 1975년 소환한 원할머니보쌈
모두 가난했던 1975년 소환한 원할머니보쌈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6.04.1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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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 스타 개그맨 김준현 발탁 ‘신의 한수’… 경기침체 극복 전략 통했다
▲ 원앤원의 1975 보쌈 메뉴와 광고모델로 발탁한 개그맨 김준현 씨. 원앤원 창립년도인 1975년을 불러들인 이번 마케팅은 장기불황기에 접어든 외식시장에서 탁월한 전략으로 평가되고 있다.

원앤원주식회사(대표 박천희)가 ‘1975 보쌈’을 론칭했다. ‘갓 담근 김치에 뜨끈한 수육까지~ 1975 그때 그맛 그대로 즐긴다!’는 슬로건을 붙였다. 1975 보쌈에 담긴 뜻은 헤집어 볼수록 오랜 시간 뭉근하게 삶은 수육처럼 웅숭깊다.

1975년은 원앤원주식회사의 모태인 청계천 작은 보쌈집의 문을 연 때다. 원할머니보쌈&족발과 박가부대찌개 등 국내 대표 외식프랜차이즈로 성장한 원앤원은 왜 하필 지금 창업 당시의 추억을 소환하는 것일까? 여기엔 원앤원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기침체’라는 위기에 맞서는 외식업계의 활로 모색이란 뜻이 담겨 있다.

1975년. 41년 전이다. 50대 이상 중장년층은 당시 풍경을 쉽게 떠올린다. 똑같은 디자인의 검정교복과 고등학생들의 교련복이 등굣길을 가득 메우던 시절. 정부의 공업입국 정책에 따라 도시로 몰려든 시골 처녀총각들은 매일 철야근무에 나서야 했다.

시민들은 매일 아침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로 시작되는 새마을노래 속에 하루를 시작했다. 누군가 술자리에서 대통령을 비난하다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갔다는 소문도 공공연히 들리던 시절….

당시 서울의 월급쟁이들과 노동자들은 퇴근길 청계천변 간판도 없는 보쌈집에 몰려들었다. 구수한 보쌈과 알싸한 김치 한 젓가락에 막소주 한 잔 털어 넣고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보쌈은 고기 먹기 어려웠던 시절 서민들의 영양식이자 팍팍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정신적 양식이기도 했다.

국민소득 607달러 시절의 추억

1975년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607달러였다. 지금의 2만3천 달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했다. 국민소득이 37배 정도 늘었어도 세상살이는 여전히 간단치 않다. 1970년대 꿈만 같았던 1가구 1차량의 ‘마이카’ 시대를 살고 있지만 살림살이는 늘 쪼들린다.

더욱이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앞으로는 과거와 같은 성장이 불가능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은 이렇게 어려울수록 옛 추억을 들여다본다. 집집마다 연탄을 땠던 시절, 석유곤로에 불을 붙여 밥을 짓던 시절이 떠오른다. 외식 시장도 복고 트렌드가 자리 잡는다. 과거에 즐겨 먹었던 음식, 추억을 되살리는 외식 메뉴를 찾게 된다.

원할머니보쌈의 1975 보쌈은 이같은 정서를 자극한다. 너나없이 못살았던 시절, 하지만 ‘눈감으면 코 베어간다’던 서울의 인심도 지금보다는 훨씬 넉넉하고 푸근하던 1970년대를 불러들인다. 이런 의미 때문에 단순히 브랜드의 전통을 되살리고자 했던 맥도날드의 ‘1955 버거’와 전혀 다른 차원의 마케팅전략으로 볼 수 있다.

1955 버거는 트위스트 열풍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고도 성장기를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1975 보쌈은 가난과 고단한 일상, 정치적 억압 속에서도 내일의 희망을 잃지 않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살린다.

원앤원의 복고마케팅은 벌써 외식 소비자들에게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 송파구의 원할머니보쌈&족발 가맹점은 퇴근시간 직장인들의 방문객이 이전보다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1970년대 이후 태어난 젊은 소비자들도 부모세대에 대한 호기심에 이끌려 원할머니보쌈에 큰 관심을 보인다.

2016년 먹방 스타의 1970년대식 젓가락질

1975 보쌈의 광고모델 선정은 ‘신의 한수’였다. 최근 쿡방·먹방신드롬이 만들어낸 스타는 각각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개그맨 김준현이다. 먹방을 대표하는 김준현은 ‘백종원의 3대 천왕’, ‘맛있는 녀석들’이란 지상파와 케이블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특유의 먹성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단순히 많이 먹는 게 아니라 음식에 따라 더 맛있게, 더 양껏 먹는 고도의 ‘스킬’을 선보이며 승승장구한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화면상 찻숟가락만 하게 보이는 밥술 가득 음식을 떠서 한입에 ‘쏙’ 먹어치우는 김준현을 보며 환호한다. 김준현이라는 먹방 스타가 70년대 유행했던 장발에 복고풍 의상을 입고 푸짐한 원할머니 보쌈에 젓가락질한다.

TV CF를 보는 시청자들은 금세 김준현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연상하게 되고 해당 방송에서 소개하는 유명 맛집과 원할머니보쌈을 동일시하게 된다. 광고모델의 이미지에 따라 1975 보쌈의 맛있고 푸짐한 이미지가 결정되는 셈이다.

원앤원은 여기다 김준현과 함께하는 ‘먹방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이벤트는 김준현에 도전하는 ‘먹방’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해 원할머니보쌈·족발 홈페이지 이벤트 게시판에 등록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응모자 가운데 5명을 선정해 오는 5월 진행하는 ‘김준현과 함께하는 1975보쌈 미식회’에 초대할 예정이다.

또한 오는 30일까지 ‘먹방 영상 제목 짓기’ 이벤트도 함께 진행한다. 김준현이 신메뉴 1975보쌈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의 제목을 짓고, 작성한 제목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본인의 SNS에 해시태그로 달아 동영상과 함께 공유하면 자동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응모자 추첨을 통해 3명에게 LG 울트라북, 애플워치, 로봇청소기를 제공하고, 원앤원 우대권 20만 원 상당, 원앤원 우대권 1만 원 상당을 각각 5명, 100명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원앤원 관계자는 “이번 이벤트는 ‘1975 보쌈’ 신메뉴 출시를 기념해 모델인 개그맨 김준현 씨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먹음직스럽게 보쌈을 먹는 모습을 함께 즐기고자 기획했다”며 “이벤트 참여를 통해 신메뉴도 즐기고, 김준현 씨와 함께하는 보쌈 미식회의 참석자가 되는 행운을 잡길 바란다”고 전했다.

초심 잃지 않는 41년 전통기업의 마케팅 전략

▲ 지난 1975년 청계8가에 문을 열고 외식시장에 보쌈 메뉴를 처음 선보였던 원할머니보쌈의 옛 사진.

원앤원의 이번 1975 보쌈 론칭은 올해 창업 41주년을 맞는 전통이 있기에 가능했다. 원앤원은 특히 1970년대 간판 없는 보쌈집으로 시작한 초심을 잊지 않는다. 보쌈 맛에 끌려 찾아온 고객들로 하루종일 대기 줄이 끊이지 않았던 청계천 시절은 원앤원의 정신적 기반이다.

이를 지키기 위해 지금도 청계8가 유락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매월 생신을 맞은 어르신을 모시고 ‘어르신 생월잔치’를 진행한다. 또 청계8가 인근 황학동과 신당동 지역의 재가복지보호 대상 어르신과 기초생활수급자 등 200여 명을 모시고 여는 ‘청계천 은빛 한마당’ 잔치도 빼놓지 않고 열어준다.

이러한 활동에는 작은 보쌈집을 찾아주던 손님들에 대한 고마움과 매일 수육을 삶고 겉절이를 담그던 ‘초심’이 담겨져 있다. 청계8가는 원앤원의 고향이다. 기업이 아무리 커져도 청계8가를 떠나지 않는 정신은 지난 41년을 바탕으로 100년 기업, 200년 기업을 내다보는 뿌리가 된다.

원할머니보쌈&족발의 ‘원’이라는 접두어는 우후죽순 문을 연 다른 보쌈 브랜드와 차별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에서 붙였다. ‘원조’의 줄임말을 붙인 것이다. 원조라는 이름만으로 경쟁력을 갖기는 어렵다. 원조다운 맛과 품질이 따라야 한다. 가맹사업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균일한 맛도 유지해야 한다.

원앤원은 지난 2004년 ‘양파형 개량 보쌈김치 및 제조방법’을 개발, 특허등록을 마친 뒤에야 전국 매장 네트워크를 실현했다. 덕분에 원할머니보쌈은 전국 어느 가맹점에 가더라도 매일 담가 아삭한 보쌈김치 맛을 볼 수 있다.

또 양질의 돼지고기만 엄선해 표준화한 화력과 시간, 온도유지 등의 과정을 거쳐 삶아내는 매뉴얼도 구축했다. 원앤원은 국내 외식업계 최대 규모인 천안본사 식품공장 준공과 건강 먹을거리 시스템 완성으로 신선하고 깨끗한 질 좋은 재료를 전국 가맹점에 공급하고 있다.

가맹점들도 이러한 본사의 지침을 적극적으로 따르고 있다.

조미숙 원할머니보쌈·박가부대찌개 독산점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본사에서 공급받는 식재관리와 각 메뉴의 레시피를 그대로 따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모든 가맹점에서 동일한 맛과 품질을 제공해야 하는 프랜차이즈의 기본을 따르기 위한 노력”이라고 밝힌바 있다.

가맹점 대표가 욕심을 내 별도의 식재를 구입해 새로운 레시피로 메뉴를 만들 경우 전국 매장에 피해를 끼치게 된다는 것이다. 원앤원은 이와 같이 초심을 지키는 본사와 이를 따르는 가맹점의 힘으로 최고의 보쌈 전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원앤원은 지난 3월 초 새롭게 발표한 신규 CI 선포식을 진행했다. 선포식에는 전 임직원이 참여해 원앤원의 비전을 되새기고 변경된 CI가 내포하는 의미를 설명하며 기업의 목표와 가치를 공유했다. 원앤원의 새로운 CI는 외식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행복 가득한 식탁’과 ‘건강해지는 공간’, ‘세상을 보는 프레임’이라는 뜻을 담았다.

CI 로고를 감싸는 사각형 테두리는 원앤원이 추구하는 외식 공간을 형상화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공간’, ‘건강해지는 공간’, ‘행복해지는 공간’, ‘미소 짓게 되는 공간’, ‘사랑이 느껴지는 공간’이라는 5가지의 공간적 의미도 함축하고 있다.

복고마케팅 가능케 한 저력에 주목

원앤원은 41년 전통 외식기업의 저력을 바탕으로 1975 보쌈 론칭에 나섰다. 론칭에 걸맞는 홍보마케팅 전략도 성공적이었다. 여기다 초심을 잃지 않는 기업정신을 더해 복고마케팅에 힘을 실었다.

이러한 원앤원의 전략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외식시장에서 돌파구를 찾는 여러 외식업체가 벤치마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불황기 소비자의 선택 기준은 더 까다로워지고 더 이성적이 된다. 당장 소비여력이 있어도 불확실성에 따른 막연한 불안감에 지갑을 열지 않으려 한다.

단단하게 닫힌 지갑은 감성적 접근으로 열 수 있다. 이성으로 무장한 소비자의 마음을 따스한 감성을 통해 허물 수 있다. 원앤원은 독자적인 전통과 보쌈이 가진 푸근한 정서 등을 버무려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이 어두운 외식시장의 전망에 한줄기 빛으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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