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과잉과 수입 유제품 범람 등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유업계가 체세포수 1등급 우유를 출시하며 위기 돌파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 3월 31일 세균수와 체세포수가 모두 최고등급인 원유로 만든 ‘나100%우유’를 출시하고 기념회를 가졌다. 서울우유협동조합에 따르면 나100%우유는 세균수 1A등급에 체세포수까지 1등급인 우유다. 그동안 우유 위생 품질 수준이 세균수에만 맞춰졌다면 체세포수라는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더 건강한 우유임을 내세우고 있다.
노민호 서울우유협동조합 상무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 2009년 제조일자 표기제 시행을 가장 먼저 시행하는 등 국산 원유 품질 향상에 앞장서고 있다”며 “나100%우유는 우유의 가치를 높이고 소비자에게 좋은 우유를 고르는 제대로 된 기준을 제시, FTA시대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도약의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양유업도 지난 6일 ‘맛있는 우유 GT’와 ‘저지방우유’ 등 주력 제품 4개에 체세포수 1등급 원유를 사용한 신제품을 출시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유업계의 어려운 실정을 고품질로 돌파하고자 체세포수 1등급 원유 제품을 선보였다”며 “신제품이 국내 우유 제품의 전반적인 품질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서울우유협동조합을 따라한 카피 마케팅이 아니냔 일부 지적에 대해선 “출시 시기가 서울우유와 미묘하게 겹쳤을 뿐 지난해부터 제품 출시를 준비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양사는 품질을 높였지만 제품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체세포수 1등급 원유 제품을 생산하면 생산원가, 물류비 등이 기존 제품 대비 3~5% 가량 높아지지만 소비 촉진 차원에서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매일유업은 서울우유협동조합과 남양유업의 마케팅을 아직까지 관망하는 자세다.
매일유업 측은 “이미 체세포수 1등급 기준의 품질 좋은 원유를 사용해 신선하고 깨끗한 우유를 생산하고 있다”며 “매일유업만의 ESL 시스템을 통해 우유가 담기는 팩까지 살균하고 있으며 생산 시 팩 안에 담기는 공기까지 청정공기를 담아 신선도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학계 일각에서는 체세포수 1등급 제품이 문제의 본질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학계에서는 현재 낙농가들의 이득을 보전해주는 원유가격연동제로 제품 가격 인하가 어려운 실정이기에 차등 가격 적용 및 자율쿼터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더욱이 국내 생산 원유의 91.4%가 세균수 1A등급이며 체세포수 1등급(1㎖당 20만 미만)은 56.7%, 2등급(20만~35만 미만)은 35.9%에 달하고 있어 체세포수 마케팅의 실효성에 의문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체세포수는 세균수와 달리 우유의 품질을 나타내는 절대 지표가 아닌데다 2등급도 충분히 훌륭한 원유”라며 “우리나라가 좀 더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할 뿐 네덜란드와 뉴질랜드는 1㎖당 체세포수가 40만개 미만이면 1등급으로 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우유 관계자는 “그동안 체세포수 1등급과 2등급 등을 혼합했다면 나100%우유는 전국 1800여 개의 서울우유 전용목장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분리 집유해 다른 등급의 원유와 체세포수 1등급 원유가 섞이지 않도록 한 것”이라며 “프랑스에서는 1㎖당 16만을 체세포수 1등급으로 치고 있어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에서도 체세포수에 따라 1등급부터 5등급까지 나눠져 있을 만큼 체세포수가 우유의 품질을 구분하는 기준이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며 “체세포수가 적다는 것은 젖소의 나이, 면역력, 미생물에 의한 감염 등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척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