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축구연맹(NFL)이 최근 리그 소속 선수들에게 중국산 및 멕시코산 육류를 먹지 말라고 통보했다. 이는 중국·멕시코산 육류에 NFL이 금지하고 있는 근육 강화제 클렌부테롤(clenbuterol·선택성 β2-교감신경흥분제)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중국 언론이 보도했다.
클렌부테롤 문제는 이미 지난 2010년부터 불거졌다. 이번 NFL의 조치는 아직 중국과 멕시코 당국이 해당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클렌부테롤은 천식과 기관지 질환 등을 치료하는 약품이다. 이와 함께 체지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중국과 멕시코 축산업계의 많은 업체가 붉은살 고기의 양을 늘리기 위해 돼지와 소의 사료에 클렌부테롤 성분을 넣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렌부테롤을 대량 섭취할 경우 빈맥, 두통, 현기증, 신경과민, 구토, 혈액의 칼륨 감소와 백혈구 증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바 있다.
클렌부테롤은 가열해 조리해도 남아 있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식용 가축에 이를 먹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NFL은 선수협의회와의 공동성명에서 “중국과 멕시코에서 생산된 육류가 클렌부테롤에 오염돼 있다는 증거가 있다”며 “이들 국가를 방문하는 동안 많은 양의 육류를 섭취한 경우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핑 검사에서 클렌부테롤 양성 반응은 과거에도 종종 발생했다. 지난 2010년 중국에서 열린 탁구대회에 출전한 독일 대표 드미트리 오흐챠로후 선수는 소변 검사에서 클렌부테롤 양성 반응을 보여 2년간 출전 정지처분을 받았다.
당시 드미트리 선수는 “중국에서 먹은 음식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선수의 코치에게도 클렌부테롤이 검출돼 중국에서 먹은 식사 때문으로 밝혀져 출전정지 처분을 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또 지난 2011년 멕시코 축구대표팀 가운데 5명이 클렌부테롤 양성반응을 보여 대회 출전을 금지했고 같은 해 개최된 U17(17세 이하) 월드컵에 참가한 선수의 대다수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같은 사례가 이어지면서 지난 2011년 11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세계반도핑기구(WADA) 이사회에서 중국과 멕시코의 ‘오염 식육’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WADA의 데이비드 하우만 사무총장은 당시 “우리는 여러 나라에서 오염된 육류를 먹을 위험이 있다는 충분한 증거를 수집했다”고 강조했다.
WADA는 선수들에게 중국이나 멕시코에서 대회에 참가할 경우 △대회 주최 단체나 국제경기연맹이 지정하는 레스토랑과 카페테리아에서만 식사할 것 △지정 장소 외에서는 반드시 안전한 식재료인지 확인할 것 등을 당부했다.
중국은 WADA 이사회 보고서가 채택되기 전부터 국내에서 유통되는 육류에 클렌부테롤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지난 2011년 7월 상하이 세계수영대회 당시 상하이 시는 선수들이 안심하고 식사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나 호텔의 목록을 배포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당시 베이징에서 유통되는 소고기·돼지고기·양고기의 52%에서 특정 성분이 검출됐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중국 국가체육총국은 런던 올림픽을 앞둔 지난 2012년 2월 식품안전문제에 대한 회의를 열고 선수들에게 “외식할 때는 육류를 피하라”고 통보했다.
국가체육총국의 식당에서 사용하는 재료는 모두 안전이 확인된 계약업체로부터 조달, 식재료의 추적 조사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천진시의 유도팀은 선수가 안전한 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돼지 등을 직접 사육하기도 했다.
중국은 지난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수영팀의 대규모 도핑 검사 실격에 이어 육상 여자 중장거리 선수단의 조직적인 도핑도 밝혀졌다. 중국은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도핑왕국’의 이미지 불식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이후 양성판정 사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