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단행한 광복 71주년 특별사면 명단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대기업 총수 등 유력 경제인 중에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
횡령·배임 등 혐의로 징역 2년 6월에 벌금 252억 원을 받은 이 회장은 만성 신부전증에다 수감 기간 중 희귀 유전 질환인 ‘샤르코 마리투스(근위축증·CMT)’가 급속히 악화됐다.
법무부 산하 사면심사위원회는 이같은 이 회장의 건강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이번 특사를 앞두고 형기를 확정하기 위해 지난 7월 19일 대법원 상고심을 포기했고 형 확정 사흘 만에 252억 원의 벌금을 완납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사면 직후 “그동안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치료와 재기의 기회를 준 대통령과 국민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또 “치료에 전념해 빠른 시일 내 건강을 회복하고 사업으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인생의 마지막 목표로 삼겠다”고 말했다.
CJ그룹도 “환영하고 감사드린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CJ그룹 관계자는 “사업을 통해 국가 경제에 크게 기여하라는 뜻으로 알고 글로벌 문화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사면을 계기로 한국맥도날드 인수전 등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맥도날드는 지난 4월 모건스탠리를 통해 한국맥도날드를 시장에 내놓았고 CJ그룹은 지난 6월 29일 공시를 통해 “한국맥도날드 인수와 관련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NHN엔터테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KG그룹과 CJ그룹이 한국맥도날드 인수전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맥도날드는 한국맥도날드 매각과 관련 사모펀드 보단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 매각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바 있다.
CJ그룹은 국내 유일한 외식 대기업로 꼽히는 CJ푸드빌을 한국맥도날드 인수 주체로 내세울 전망이다. 온라인 전자결재대행사를 KG이니시스를 계열법인으로 두고 있는 KG그룹은 간편결제 서비스인 KPAY를 통한 한국맥도날드 450여 점포의 시너지를 제시하고 있다.
CJ그룹은 국내 대표 외식 프랜차이즈기업의 인프라가 강점이다. CJ푸드빌은 뚜레쥬르와 투썸플레이스, VIPS, 비비고 등 주요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다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한국맥도날드를 인수할 경우 막대한 파급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사면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은 복권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초 재계는 국민 대통합과 경제 재도약을 위해 기업인들에 대한 큰 폭의 사면을 기대했으나나 사면 대상자가 예상보다 소폭에 그치자 실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번 광복절 특사는 중소·영세 상공인과 서민 생계행 사범을 중심으로 단행됐고 운전면허 취소·정지 등 행정제재 대상자 총 142만명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도 이뤄졌다.